포항 북송리 북천수 올해만 40그루 고사… 이러다 다 잃을라 [송림, 기로에 서다]
② 재선충, 문화유산마저 위협
창원 일동리 곰솔도 사실상 고사
전체 피해 현황조차 파악 안 돼
모든 소나무에 획일적 방제 한계
회복력 충분 시 선택적 개입해야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일동리 한 요양원 앞 곰솔 모습. 창원에서 가장 큰 생활권 곰솔이지만 재선충병에 걸려 사실상 고사 직전이다. 최환석 기자 chs@
“온몸을 던져서 겨우 지킨 곰솔인데, 재선충에는 속수무책이네요.”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일동리 한 요양원 앞 곰솔을 살피던 곰솔조경 박정기 대표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일동리 곰솔은 마치 새총처럼 두 줄기로 크게 갈라진 수형이 특징이다. 곰솔은 줄기가 잘 갈라지지 않기에 희소가치가 충분한 소나무다. 일동리 곰솔은 2019년 전후로 신방초교 곰솔이 고사하면서 창원권에서 가장 큰 곰솔로 가치가 승격했다. 전문가는 해안가에서 주로 자라는 곰솔이 내륙 깊숙이 자리하는 모습은 보기 드물어 보존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부산일보〉 취재 결과 생활권 소나무인 일동리 곰솔마저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려 사실상 고사 직전이었다. 솔잎이 아래로 처지고 갈색으로 변하는 등 재선충병 고사목 특징이 두드러졌다. 모진 풍파를 이겨낸 곰솔이 고작 1mm 크기의 선충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생활권 국가유산도 위협
전국의 소나무 숲을 할퀴고 있는 재선충병은 이제 생활권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국가유산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유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포항 북구 북송리 북천수 10그루, 올해 40그루가 재선충병에 감염돼 고사했다. 천연기념물인 포항 북구 북송리 북천수는 포항시 흥해읍 북송리 북천변 2.5km 구간에 선형으로 조성된 소나무 숲이다. 국가유산포털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남은 숲 중 세 번째로 길어 가치가 크다. 순조 2년인 1802년 흥해군수로 임명된 이득강이 장마 때마다 수해가 발생하자 재임 시기 제방을 쌓으면서 조성한 숲으로 추정된다.
경남에도 △의령 성황리 소나무 △합천 묘산면 화양리 소나무 △함양 목현리 구송 △하동 송림 △하동 축지리 문암송 △거창 당산리 당송 등 천연기념물과 산청 청송사 소나무, 함양 개평리 소나무 군락지 등 경남도 자연유산 등 소나무 문화유산이 많아 재선충 위기관리 필요성이 크다.
그러나 이처럼 마을이나 거주지 인근, 선영(조상의 무덤) 주변에 식재된 생활권 소나무는 보호 가치는 크지만 산림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제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현장 전문가 지적이다. 특히 보호수로 지정된 일부 소나무 외에는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곰솔조경 박정기 대표는 “생활권에 포함된 소나무는 재선충 등 피해에 따른 상실감이 산림 피해보다 크고, 산림에 비해 인력이나 비용 등 방제 노력이 적게 들어서 수월하다”며 “생활권 집중 방제가 필요하지만 다소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산림청도 ‘선택과 집중’ 전환 움직임
재선충 피해가 전국 166개 시군구로 번지자, 모든 소나무를 똑같은 전략으로 지키는 기존 방식은 한계에 도달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전문가를 중심으로도 획일적 방제 방식을 벗어나 ‘선택과 집중’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국립생태원 이경은 연구원은 최근 산림청의 소나무 관리 토론회에서 현재 시점에서 주요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소나무림을 유지할 입지 조건인가 △현재 관리 방식이 앞으로도 효과적일까 △인간의 개입이 생태계 회복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가 등이다. 기후 변화와 재선충병으로 소나무 생육 조건이 달라진 만큼 현재 소나무 숲이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는지를 먼저 진단하고, 같은 예방적 관리라도 지역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지금까지의 방제 방식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자연 생태계 관점에서 숲이 바뀌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고, 긴 시간 속에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면서도 “다만 그 변화가 피해로 이어져서는 안 되기에 기후 적응을 위한 소나무 관리는 입지와 증상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소나무 보존 가치가 높은 생활권 등 지역을 선택적으로 관리해 위험을 줄이는 등 소나무 관리 우선순위를 생태적으로 다시 결정하자는 뜻이다.
산림청도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보존 가치가 높은 소나무는 예방 관리하고 나머지 피해 지역은 활엽수 등 수종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임업 생산자 등 일각에서는 여전히 산림 방제 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태도가 확고해 방제냐 전환이냐 방식을 둘러싼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산림 속 재선충에 감염돼 방치된 고사목 처리도 시급한 상황이다. 임재은 산림기술사는 산림청 토론회에서 “재선충병에 고사한 소나무는 위험목이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생활 주택·공원·아파트 단지·골프장 등 생활권 소나무로 재선충이 옮겨질 수도 있고, 산림 내 고사한 소나무가 부식해 태풍이나 집중호우에 쓰러지면 산사태 등 재난을 유발한다”고 덧붙였다.
최환석 기자 ch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