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한 트럼프… 북미 대화 추진에 ‘기대 반 우려 반’
조현 외교부 장관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조기 종료와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올가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추진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한 데다 한국을 배제한 채 북미 대화를 추진한다는 우려가 있지만, 냉랭한 남북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이르면 올가을 김 위원장과 회담을 추진하라고 재촉했고, 다음 아시아 방문 때 김 위원장과 대면 회담하는 방안을 사석에서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 11월 북한의 우방인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 당국은 오는 11월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이 성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한 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여겨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한미연합훈련은 비용이 많이 들고, 우리를 존중해 온 국가들에 대해 부적절하고 적대적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미 전쟁부(국방부)에 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공개했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미국이 새로운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한국 정부는 북미 대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9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 “지금 이 정도 구애의 메시지가 나갔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원하면 어떤 형태로든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우리 정부 입장에선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우리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물꼬를 트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며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미국 측과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로 제안한 ‘종전 다자 논의’를 추진할 동력이 생길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이에 따라 안보 공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조 장관은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미국 정부의 관계자들도 전혀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그래서 저희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한국을 배제한 채 북미 대화를 추진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외교부는 즉각적으로 미국 관계 기관과 협의를 통해 대처하고, 한미동맹이 약화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으로 외형적인 성과에만 치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과의 전쟁 장기화로 지지율이 빠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반등의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확정하는 건 트럼프 입장에선 위기 모면용 카드가 될 수 있다. 북핵 용인이나 주한미군 감축 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한국에유리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19일 한국을 찾았다. 5년 만에 방한한 왕이 부장은 이날 조 장관과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20일엔 청와대를 찾아 이 대통령을 예방한다. 이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 다자 논의’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