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에어부산 역사 속으로, 통합 LCC 부산 본사 관철해야
거점 항공사 없이 가덕신공항 출범 위기
정부 인가·주총 때 부산 이전 못 박아야
부산 김해국제공항 활주로에에 항공기가 이동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지역 거점 항공사로 성장해 온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이 태동 2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에어부산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어 진에어 주도의 합병을 승인했다. 진에어는 에어서울까지 흡수해 내년 3월 통합 진에어로 출범한다. LCC 3사 통합은 진에어의 모회사인 대한항공이 에어부산·에어서울의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데 따른 후속 절차다. 대한항공은 인천공항에 거점을 둔 진에어를 중심으로 통합 LCC 허브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부산시와 지역 상공계가 자본을 대고 시민들이 키워 온 에어부산이 사라지면서 자칫 가덕신공항이 거점 항공사도 없이 개장할 처지에 놓인 점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2020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때 LCC 3사를 합쳐 ‘지방공항을 기반으로 한 세컨드 허브’ 구축 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국토부 담당자는 부산을 유력하게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합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사탕발림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당시 지역에는 에어부산 지분이 남아 있었고, 가덕도신공항에 거점 항공사가 필수였기에 에어부산만 분리 매각해 본사를 부산에 존치하는 방안까지 제기되고 있었다. 하지만 분리 매각 요구는 무시됐고, 진에어를 브랜드로 내세운 통합 LCC 허브는 인천공항으로 굳어졌다. 식언과 무책임, 그리고 실망의 연속이었다.
남부권 관문공항은 활주로와 터미널만 건설한다고 저절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역을 기반으로 항공기를 배치하고 신규 노선을 개척하며 운항·정비·고용과 경영 기능을 집적할 항공사가 필수다. 지금 거론되는 방안은 ‘인천·김해(가덕 포함) 양대 허브’ 구상이다. 인천공항을 주된 허브로 하고 부산을 두 번째 거점으로 삼는 방안이다. 본사와 노선 결정권이 수도권에 있고 지방에는 일부 노선과 인력만 남긴 채 ‘허브’로 부르는 것은 공허하다. 에어부산을 없애면서 가덕신공항을 책임질 항공사마저 보장하지 않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덕신공항이 제 기능을 하며 성장하려면 충분한 인력과 운항·정비 기능, 노선은 필수적이다.
아직 합병 절차는 끝나지 않았다. 오는 12월 임시 주총과 이후 정부의 합병 인가 절차가 남아 있다.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 상공계는 통합 진에어 본사의 부산 이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본사 간판만 옮기는 시늉은 안 된다. 경영과 노선 기획, 기단 배치, 운항·정비 기능과 지역 고용을 부산에 실질적으로 두고 가덕신공항을 핵심 거점으로 육성할 방안까지 확보해야 한다. 국토부도 더 이상 ‘민간의 자율 결정’이라는 논리 뒤로 숨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국책은행이 주도한 항공산업 재편인 만큼 그 과정에서 지역에 제시한 정책적 약속에 책임을 져야 한다. 통합 LCC 본사의 부산 이전은 지역이 더는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