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유흥가마다 ‘베트남 노래방’ 우후죽순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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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주점 259곳 중 44곳 달해
양산 1곳·김해 5곳 등과 대비
팬데믹 때 폐업 점포 자리 메워
“장사 된다 소문에 앞다퉈 개업”
퇴폐 영업에 마약 유통 우려도

현재 진주시에 있는 베트남 노래방은 총 44곳으로, 지역 전체 유흥주점의 16.9%에 달한다. 진주의 한 베트남 노래방. 현재 진주시에 있는 베트남 노래방은 총 44곳으로, 지역 전체 유흥주점의 16.9%에 달한다. 진주의 한 베트남 노래방.

“주변을 둘러보면 전부 베트남 노래방입니다. 다른 도시보다 수십 배는 많은 것 같은데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최근 경남 진주시 유흥가를 가면 눈에 띄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노래방이 성업 중인데, 상당수가 ‘베트남 노래방’ 간판을 달고 있다. 호객행위를 하는 베트남인은 물론, 베트남 유흥 접객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마치 베트남 번화가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10일 진주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진주시로부터 허가를 받은 유흥주점 수는 총 259곳이다. 이 가운데 베트남 출신 접객원을 고용한 ‘베트남 노래방’은 44곳으로 전체 16.9% 수준이다. 유흥주점 5곳 가운데 1곳은 베트남 노래방인 셈이다. 특히 상대동과 평거동 등 일부 구역에 집중돼 있다 보니 베트남 노래방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진주시와 규모가 비슷한 도시인 양산시의 경우 유흥주점은 320곳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베트남 노래방은 1곳에 불과하다. 규모가 큰 도시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김해시는 유흥주점 648곳 가운데 5곳이며, 창원시 역시 1727곳 중 13곳에 그쳤다. 또, 부산시는 2328곳 중 4곳, 울산시는 992곳 중 13곳으로 집계됐다. 비율로 보면 대다수 도시가 1%를 넘기지 않고, 많아도 1.5%에 미치지 못한다.

진주시 위생과 관계자는 “다른 도시에 비해 베트남 노래방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일단 법적으로 허가 기준을 충족하면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주에 베트남 노래방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건 2010년대 초부터다. 당초 농촌과 공장 인력 부족으로 베트남 국적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유입됐고 이들은 지역 사회의 일원이 됐다. 지난 3월 말 기준 진주시에 거주하는 베트남인은 2417명이다. 경남에서는 창원시 5078명, 김해시 4938명, 거제시 2620명에 이어 4번째로 많다.

2010년대 초반까지는 진주시에 베트남 노래방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일부 공단 주변에서 자국민들의 위락시설로 운영돼 왔는데, 코로나19가 상황을 바꿨다.

국내 유흥주점이 대거 휴·폐업한 틈을 타 그 자리를 베트남 노래방이 메웠고, 한국인 이용객도 급증했다. 일부 업소는 접객원이 부족해지자 베트남까지 건너가 사람을 데리고 온다. 실제 2019년 3월 진주시 거주 베트남인은 1876명이었지만 현재 2417명으로 500여 명이 늘었다.

한 베트남 노래방 업주는 “한국인 업주도 있고 베트남인 업주도 있다. 처음에는 베트남인이 주요 고객이었지만 지금은 한국인 이용객이 대다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베트남 노래방 확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불법 영업 사례가 적발되는 일도 있다. 또 불법체류자가 근무를 하거나 마약이 유통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6월과 11월 서부경남 베트남 노래방 등에서 마약이 유통돼 경찰과 해경이 조사에 나섰고 유통 조직원과 투약자가 검거되기도 했다. 진주경찰서 관계자는 “일부 베트남 노래방에서 마약이 유통된다는 소문이 있어 꾸준히 확인하고 있다. 진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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