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민 통영화장장 사용료 10만 원, 10월도 장담 못한다…왜?
통영시·거제시 9일 업무협약 체결
99억 분담금·연 4억 운영비 지원
거제시의회 원 구성 갈등 후유증
상임위 구성 못해 예산 승인 지연
통영시의회선 분담액 기간 이견
경남 거제시민 화장시설 이용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르면 10월부터 통영시민과 같은 조건에서 통영공설화장장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집행부 간 협의는 이미 마무리됐다.
관건은 양 시의회다. 거제시의회는 일찌감치 관련 조례 제정까지 끝냈지만, 후반기 원 구성 갈등 후유증에 분담금 승인이 제때 이뤄질지 미지수다. 통영시의회에선 분담금 규모와 이용 기간을 둘러싼 반감이 적잖아 막판 진통이 예상된다.
통영시와 거제시는 9일 통영시청 회의실에서 ‘통영시 공설화장시설 공동사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거제시가 출연금을 내고 시설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30년간 통영시민과 같은 혜택을 받는 게 핵심이다.
출연금은 99억 2600만 원이다. 화장장 건립비 중 시비 부담금의 50%, 진입로 개설비의 25%를 합친 금액이다. 운영비는 화장건수에 비례해 공동부담한다. 작년 기준 한 해 4억 원 안팎이다. 기간은 일시부담금을 납부한 날의 다음달 1일부터 30년이다. 이견이 없을 경우 자동 연장한다. 9월 중 거제시가 분담금을 내고 10월 1일부터 시행하는 게 목표다.
천영기 통영시장은 “이번 협약은 지자체간 중복투자에 의한 예산낭비를 막고 상생협력을 구축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상생협력을 통해 예산을 절감하고 시민 복지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종우 거제시장도 “주민 복지를 위한 두 도시의 협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거제시 자료를 보면 거제 지역 화장 비율은 80%를 넘어섰다. 2030년에는 화장률이 95%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정작 화장시설이 없어 거제시민은 원정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이마저도 시설이 있는 지역 주민에게 우선권을 주는 탓에 일정을 잡는 것부터 쉽지 않다.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 거제시민이 가장 많이 찾는 통영화장장은 2022년 새 단장하면서 요금을 대폭 인상했다. 관외 거주자는 45만 원에서 80만 원으로 배 가까이 올랐다. 통영시민은 10만 원이다.
2014년 통영시가 ‘화장장 현대화 사업’을 준비할 당시 거제시가 사업비 일부를 분담하고 거제시민도 할인받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견해차가 커 무산됐다. 이에 거제시는 민선 8기 공약사업으로 시립화장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건립 대상지 인근 주민 반발이 상당한 데다,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 재정에 소요 예산도 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시립화장장 건립 시 국도비를 지원받아도 160억 원 상당을 거제시가 부담해야 한다. 결국, 국회의원‧시장 업무간담회를 통해 통영화장장 공동사용으로 방향을 틀었다.
거제시는 혐오시설 건립에 따른 민원과 예산 부담을 덜고 통영시는 적정 수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지만, 시의회가 제동을 걸었다. 거제시의회는 지난 2월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통영시 추모공원 공설화장시설 공동사용 협약체결 동의안’을 심사 보류했다. 이 때문에 애초 계획한 상반기 시행은 물 건너갔다.
다행히 5월 임시회 때 재상정해 통과됐지만 이번엔 당내 집안싸움에 발목이 잡힐 판이다. 앞서 거제시의회는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한 달 넘게 공전했다. 그러다 지난달 31일 국민의힘과 무소속 의원들이 연대해 의장, 부의장 선출에 성공했다. 그런데 지난 1일과 2일 소관 상임위 배정과 위원장 선출을 위한 제10차, 11차 본회의는 ‘의사 정족수’ 미달로 자동 산회했다.
의사 진행을 위해선 최소 6명이 필요한데 이틀 모두 국민의힘 신금자·김동수·김영규, 무소속 김두호·양태석 의원만 배석했다. 여당인 윤부원, 김선민, 정명희, 조대용 의원은 청가를 내고 불참했다. 이를 두고 앞선 의장 선거 앙금에다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내홍에 빠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상임위 구성도 못 한 채 회기는 종료됐다. 여당 당내 갈등에다 장외투쟁 중인 더불어민주당도 계속 등원을 거부하고 있어 의회가 언제 정상화 될지는 미지수다. 이대로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와 함께 통영시에 줘야할 일시분담금 승인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통영시도 심상찮다. 시는 지난달에야 공설화장장 거제시 공동사용을 위한 ‘추모공원 설치 및 운영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 했다. 최근 의견수렴절차가 마무리돼 내달 열리는 시의회 임시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공동사용 필요성은 의원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어 통과는 무난할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출연금이 적다거나 이용 기간이 너무 길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의원은 “분담금 산정 때 시유지 땅값이나 민원 부담, 상근직원 인건비 같은 요소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사용)기간도 인구 감소세를 감안할 때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 만큼 조례안 심사 때 더 심사숙고해 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