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거래 회복에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시행을 앞두고 이른바 막차 수요까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이 치솟던 2021년 전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막차’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3일 기준 705조 3759억 원으로, 5월 말(703조 2308억 원)보다 2조 1451억 원 늘었다. 4월 이후 석 달 연속 증가세다.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도 석 달째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09조 6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 원 많았다. 5월 증가 폭(+6조 원)은 지난해 10월(+6조 7000억 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되는 이유는 주택 매매가 증가하면서 주담대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비해 주담대 금리가 소폭 하락하고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 등으로 주택거래가 증가하면서 주택을 구입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는 지난해 12월 2만 6934호에서 1월 3만 2111호, 2월 3만 3333호, 3월 4만 233호, 4월 4만 4119호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도 최근 보고서에서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실수요 중심의 시장이 강화되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가계대출이 증가함에 따라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새로 취급하는 가계 주담대와 신용대출의 한도를 ‘2단계 스트레스 DSR’에 맞춰 산출하기로 했다.
현재 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0%일 경우 스트레스 DSR을 적용하면 4.38%의 금리를 기준으로 한도가 책정된다. 기존 DSR 방식과 비교하면 연봉 5000만 원의 직장인이 40년 만기(원리금 균등 상환)로 주택담보대출(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을 받을 경우(다른 대출이 없다고 가정) 대출이 2100만 원 정도 덜 나온다. 하지만 보름 뒤 다음 달부터 실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DSR에서는 가산되는 스트레스 금리 폭이 더 커지고, 그만큼 한도도 더 줄어든다. 한 은행의 모의실험 결과에 따르면 2단계에서는 1단계보다 대출 한도가 약 2000만 원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내년 1월 1일 이후에는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시작된다. 표준 스트레스 금리의 반영 비율이 1단계 25%, 2단계 50%를 거쳐 3단계 100%에 이르는 데다 적용 범위가 모든 가계대출로 넓어진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부동산 거래 시장 회복과 대출 규제 강화 움직임으로 인한 막차 타기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출금리가 어느 정도 안정화 됐고, 부동산 가격이 전고점에 가까워지는 만큼 대출 규제로 한도가 더 줄어들기 전에 수요가 몰릴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당분간 주담대를 중심으로 향후 증가하는 방향성을 보일 것이다”며 “다만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의지와 주택 시장의 점진적 회복을 감안하면 과거처럼 급격한 변동성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최근 주요 시중은행 임원들을 긴급 소집해 대출 관리를 주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