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들어 대출 문턱을 높여온 은행권이 이제는 앞다퉈 실수요자에 대한 예외 규정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가계대출 급증세를 막되 실수요자는 알아서 고르라’는 금융당국의 모순적 주문에 은행들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전날부터 주택 신규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을 무주택 세대에만 허용한다. 기존 1주택자의 ‘주택 처분 조건부’ 주택담보대출도 취급하지 않는다.
다만 신규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실행 당일에 기존 보유 주택을 매도하는 조건으로 주택 매수 계약을 체결한 경우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자는 보유주택 매도계약서와 구입주택 매수계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아울러 원칙적으로 신용대출도 최대 연 소득까지만 내주지만, 본인 결혼이나 직계가족 사망, 자녀 출산 등의 경우 연 소득의 150%(최대 1억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지난 3일부터 시행된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한도 1억 원’ 규제에도 임차보증금 반환목적 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1억 원을 초과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KB국민은행도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가계대출 규제 예외에 해당하는 실수요자 조건을 안내했다.
9일부터 1주택 소유 세대의 서울 등 수도권 신규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을 막았지만, 기존 집을 처분하고 새집을 사는 경우나 대출 실행일 기준 6개월 이내 결혼 예정자가 주택을 사는 경우 등은 대출이 가능하다는 게 KB국민은행의 설명이다.
대출 당일 매도·매수가 이뤄져야 하는 신한은행 예외 조건과 달리 ‘처분 조건부’ 주택담보대출의 허용 범위가 넓다. 아울러 KB국민은행은 지난 3일부터 중단한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 조건부 전세자금대출도 다음달 말 이후 재개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8일 우리은행 역시 결혼, 직장·학교 수도권 이전 등의 가계대출 취급 제한 예외 조건을 소개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공통적으로 대출 실수요자 피해와 불편을 줄이기 위해 ‘실수요자 심사 전담 조직’도 운영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일 “갭투자 등 투기 수요 대출에 대한 관리 강화는 바람직하지만,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