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벌어질 일을 상상해 스케치 코미디를 선보이는 유튜브 채널 ‘킥서비스’의 콘텐츠 ‘2033년’ 시리즈에는 어린이를 다룬 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한 인물이 친구에게 돌잔치에 함께 가자고 제안하자 친구는 5년 만에 돌잔치인 것 같다며 신기해한다. 누구의 돌잔치냐는 친구의 물음에 그는 “형 친구 장인어른 동생 손주의 돌잔치”라며 “사직구장에서 열리고 부산시장까지 참석한다”고 답한다. 목적지를 향해 차를 몰던 그들은 곧 ‘김리엘 어린이보호구역’에 도착하고 “예전에는 그냥 어린이보호구역이었는데”라며 허탈해한다. 멸종 위기에 놓인 어린이를 주제로 한 웃픈 코미디다.
오늘 소개할 10부작 애니메이션 ‘코타로는 1인 가구’에는 어린이와 함께 또 다른 멸종 위기종이 등장한다. 바로 ‘이웃’이다. 츠무라 마미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애니는, 일본의 한 빌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4살 ‘어른이’ 코타로와 함께 사는 이야기를 다룬다. 원작 만화는 ‘가장 따뜻한 일본 만화’라는 평가를 받으며 140만 부 이상 판매됐다. 만화의 인기에 힘입어 ‘독거 소년 코타로’라는 제목의 드라마도 제작됐다.
주인공 코타로는 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1인 가구로 살아가게 된 꼬마다. 부모의 방임, 아동학대로 강제로 어른이 된 코타로는 장난감 칼을 허리에 차고 매일 혼자 장을 보러 나선다. 빌라로 이사를 온 날에는 이웃 주민을 찾아 고급 티슈를 선물로 건넨다. 사무라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말을 배운 터라 말투는 좀 독특하다. “바로 옆 203호로 이사 와 인사차 방문하였다. 별건 아니지만 받아두도록 하라.”
‘인생 2회차’ 같은 코타로의 행동 이면에는 외로움이 묻어있다. 코타로는 누군가로부터 미움을 받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는다. 코타로가 매일 목욕탕을 가는 이유,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이유, 달콤한 티슈를 고르는 이유에는 결코 사소하지 않은 사연이 담겼다.
다행히 코타로는 그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친절한 이웃들을 만난다. 형편없는 그림 실력 탓에 출판사의 무시를 받는 무명 만화가 카리노, 술집에서 근무하는 여성 미즈키, 조폭 같은 외모로 여러 오해를 몰고 다니는 타마루는 얼마 남지 않은 코타로의 동심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버려지는 게 두려운 코타로는 점차 이웃에게 마음을 열고, 어딘가 결핍이 있던 이웃들은 코타로의 행복을 빌며 부족한 점을 채워간다.
이 애니메이션은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사회 문제들을 담담히 지적한다. 아동학대 문제, 가족의 해체, 사회적 고립 등에 관한 해법을 휴머니즘에서 찾았다. 보호받기를 거부하는 상처투성이 어린이가 좋은 이웃을 만나 상처를 치유해 가는 서사는 코미디 만화지만 보는 이를 슬프게 한다. 안쓰러울 만큼 의젓한 코타로를 보고 있으면 웃으며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작가는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코타로의 삶이 비극적이지 않다는 것을 드러낸다. 작품에서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나 데이트 폭력 문제를 대하는 태도 등이 이따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코타로를 응원하는 마음을 돌리진 못한다. 어린 시절, ‘아따맘마’ 같은 소소한 일상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분명 ‘코타로는 1인 가구’에 매력을 느낄 듯하다. 이제 ‘작은 어른’ 코타로의 귀여운 매력에 흠뻑 빠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