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해 유례없는 ‘이틀 청문회’ 방침을 정하고, 청문 실시계획서를 단독으로 의결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상임위 소위원회를 통과시키는 등 당정이 혼란한 틈을 타 민주당이 ‘원내 독주’에 한층 속도를 붙이는 모양새다.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박장범 KBS 사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오는 18일과 19일 이틀간 실시하기로 했다. 과방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를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이틀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당 의원들은 “전날 밤까지도 19일 하루 청문회로 공유됐는데, 오늘 회의 직전 계획이 바뀌었다”고 항의했다. 하지만 민주당 최민희 과방위원장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가 공영방송의 중립을 지킬 적임자인지 철저하게 물어야 한다”며 이틀 청문회 계획을 밀어붙였다. 특히 야당은 박 후보자가 올해 2월 KBS의 ‘윤석열 대통령과의 대담’에서 박 후보자가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파우치’라고 표현한 것은 박 후보자가 편향적인 인사인 점을 보여준다며 엄격한 검증이 필요성을 주장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에 회의장에서 퇴장했고, 야당 의원들은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안을 의결했다.
과방위 여당 의원들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방송 영구 장악’ 규탄 성명문을 발표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국회 과방위가 야당의 방송 영구장악을 위한 놀이터냐”며 “우리는 KBS 사장 인사청문회 의사일정과 관련 합의는커녕 협의를 요청받은 적도 없다. 민주당 과방위원장의 오늘 폭주는 반드시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당 의원들은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 일동은 민주당의 공영방송 영구장악 음모에 맞서면서 AI기본법, 단말기유통법, 이공계지원특별법 등 민생과 혁신을 위한 현안을 통과시키도록 상임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에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야당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원내 독주를 이어갔다. 이날 김 여사 특검법은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소위 소속 의원 3명이 모두 반대했지만, 민주당 의원 5명 전원이 찬성하며 특검법이 의결됐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김건희 씨가 훼손한 공정과 상식, 헌법정신의 회복을 위해 특검법을 관철하겠다”며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은 특검을 수용하라는 확고한 민심을 받아들이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당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특검법 처리라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이를 두고 “오늘 통과된 특검법은 표적 수사의 전형이라고 할 것”이라며 “합의 처리라는 관행과 달리 일방적 표결로 강행한 것은 특검을 통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정치적 의도”라고 목소리 높였다.
한편, 민주당은 이번 주말에도 대정부 압박 장외집회를 이어간다. 당 지도부 차원에서 집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은 오는 9일 시민단체와 연대해 김 여사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장외 집회를 열기로 했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이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앞두고 이번 주말에는 시민단체와 연대해 서울에서 집회를 갖고, 특검 관철을 위한 서명 운동도 벌이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