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시 한 중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별다른 이유 없이 폭언과 욕설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교사는 학생에게 시험지 부분 채점까지 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측은 학생·학부모에게 사과했지만, 충격을 받은 학생들에 대한 심리상담 조치나 교육청 보고는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진주 A 중학교 교사 B 씨는 지난달 17일 복도에서 만난 한 학생에게 “거지X” 등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다. B 교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학생이 있는 반에 수업을 들어가 40분 가까이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해당 반의 학생은 30명으로, 상당수가 눈물을 흘렸고 일부는 조퇴하는 등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B 교사는 다른 반에도 들어가 폭언과 욕설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들은 학교에 항의했고, 학교 측은 곧바로 사태 파악에 나섰다. B 교사는 담임을 맡지 않은 교과과목 교사로, 당시 대체 수업을 하기 위해 해당 반에 들어갔다. B 교사는 별다른 이유 없이 이런 행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관계자는 “원인을 물었지만, 적절한 해명을 듣지 못했다. 학교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다만 B 교사도 잘못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B 교사에게 학생들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고, 2번에 걸쳐 사과했다. 그럼에도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어 다시 한번 사과했다. 학생들이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B 교사의 문제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22일에는 한 학생에게 해당 과목 시험지의 채점을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뒤늦게 사실을 파악한 학교는 발칵 뒤집혔고, 해당 과목의 다른 교사들이 해당 학년 전체 채점을 다시 진행했다.
B 교사의 잇따른 돌발행동에도 학교 측은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았고, 충격을 받은 학생들에 대한 심리상담 지원도 하지 않았다. 교육청에 보고해야 심리상담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무시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학교 측이 사안을 은폐하려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학생들의 정신적 충격이 크다. 전문가 상담을 통해 학생들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학교 측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 같다. 사과해도 학생들이 모두 치유되는 건 아니지 않나”며 불만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B 교사 행동이 ‘아동학대’가 아니기 때문에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았을 뿐 사안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 했던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B 교사가 지속적·반복적으로 폭언과 욕설을 한 게 아니라 일회성에 그친 만큼 아동학대로 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또한, B 교사에게 학교장 경고 처분을 내렸으며, 피해 학생 학부모들에게 전화를 돌려 사과하는 등 후속 처리에 신중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관계자는 “심리치료보다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B 교사가 병가를 쓰려고 했지만 당장 기간제 교사가 구해지지 않아 보류 중이다. 지금은 아이들이 안정되고 있고 학부모들 요구사항이 나오면 이에 맞춰 대처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진주교육지원청은 5일 오전 A 중학교를 찾아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교육지원청은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후속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