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이틀 연속 검찰에 출두하며 쏟아지는 질문에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명 씨는 소환 조사를 받기 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서서 사죄하다가 하루 만에 언성을 높이며 주변에 호통치는 태도를 보였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9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명 씨를 소환 조사했다. 명 씨는 이날 오전 9시 50분께 창원지검에 도착했다가 ‘대통령에게 김영선 전 국회의원을 어떻게 추천한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언론이 계속 거짓의 산을 만들고 거기에 또 거짓이 나와 저를 이렇게 만들었다”며 “이 사건은 정치자금법 사건 아니냐. 그러면 거기에 대해 조사를 받아야지 왜 언론이 쓴 허위 보도, 가짜뉴스를 가지고 조사를 받아야 하냐”며 말했다.
덧붙여 “대통령하고 김건희 여사와 나눈 가십거리가 본인들(언론)한테 그렇게 중요하냐. 언론의 정도를 걸어라”고 목청을 높였다. 또 ‘명태는 말려야 제 맛’이라는 손팻말을 든 1인 시위자가 “거짓말 그만해. 어제는 왜 꼬리를 내렸냐”고 지적하자 명 씨는 “정신 차려”라며 목청을 높였다.
명 씨는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 강혜경 씨로부터 2022년 8월에서 지난해 12월 사이 25차례에 걸쳐 9000만 원 상당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강 씨는 명 씨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윤석열 후보를 위한 맞춤형 여론조사 81차례를 실시하면서 조사비용 3억 7000여만 원이 발생했는데, 이를 받지 않는 대신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왔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명 씨가 강 씨에게 받은 돈이 ‘공천 성공’에 대한 대가성 자금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후 10시 20분께. 약 12시간 30분간 검찰의 조사를 마치고 청사 밖으로 나온 명 씨는 다시 포토라인에 섰다. 취재진이 ‘휴대전화 왜 버렸냐’고 묻자 “원래 안 쓰던 전화기다. 포렌식 업체를 통해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새 휴대전화에 옮겨두고, 패턴이 기억나지 않아 전화기를 열 수가 없어 갖다 버린 것”이라고 했다. 대선 기간 사용한 휴대전화에 윤 대통령의 녹취 여부를 질의하자 “잘 기억나지 않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제가 강혜경 씨에게 좀 너스레 떨고 오버하고 격려 차원에서 한 얘기를 꼭 사실화시켜서 (언론이)얘기한다”며 “수많은 사람이 (정책)의견을 냈는데 제가 낸 의견이라서 꼭 받아들여졌다는 건 모순 같다. 저는 그런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사익을 하나라도 추구했냐. 계좌 추적해서 단돈 1원이라도 받은 게 나왔냐”고 항변했다.
그러나 취재진이 ‘계좌가 아닌 현금으로 받은 것 아니냐’고 되묻자 명 씨 표정이 바뀌었다. 명 씨는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말을 하지 마라. 그거 다 증언했다”고 강조했다. 제대로 답변해 달라고 재차 요구하자 “검찰에 답변 다 했다. 본인이 검찰이냐”며 되레 소속 언론사와 이름 등을 캐물었다. 그러곤 “당신이네. 당신이 허위·거짓 보도 했잖아. 조심하라”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명 씨 변호사는 “오늘(9일)이 마지막 조사”라며 명 씨를 데리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명 씨는 지난 8일엔 “저의 경솔한 언행으로, 제가 민망하고 부끄럽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바 있다. 하루 새 자신의 불편한 심경을 여과 없이 드러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