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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 랠리, 코스피는 침체… 가상자산 들썩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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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트럼프 시대다. ‘미국 우선주의’로 무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주식은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며 ‘트럼프 랠리’에 진입했다. 반대로 국내 증시는 침체를 보이고 있다. ‘가상 자산 대통령’을 자청한 트럼프의 당선으로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가상자산은 신고가에 진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장기적으로 코스피가 우상향 곡선을 보였고 미국 증시도 부침을 겪은만큼 신중한 투자를 주문한다.

■트럼프 랠리, 서학개미도 ‘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 대선 승리 이후 미국 증시는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지난 9일(현지 시간) 개장과 동시에 장중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트럼프 대선 승리가 촉발한 랠리에 힘 입어 사흘 연속 신기록 행진이다. 다우지수는 4만 4000선을 처음 넘었고 S&P500은 5000 달성 9개월 만에 6000선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대선에서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면서, 테슬라의 상승세가 눈부시다. 이날 낮 12시(미 동부시간) 기준 테슬라 주가는 전장보다 7.05% 오른 317.85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오전 한때는 319.44달러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는 장중 최고가를 기준으로 2022년 4월 26일(333.33달러) 이후 약 2년 6개월 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이날 장중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역시 2년여 만의 기록이다.

미국 증시가 일명 ‘트럼프 랠리’ 기미를 보이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일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미국 S&P500 ETF’의 거래 대금이 총 4553억 원을 기록해 국내 상장 ETF 가운데 1위를 나타냈다. 금리형이나 레버리지형(기초자산의 수익률 2배 추종)이 아닌 일반 미국 주식형 상품이 하루 거래 대금 1위를 기록한 것은 ETF가 처음 등장한 2002년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비트코인도 기대감에 들썩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후보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의 거래대금도 급증했다.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 5곳의 거래대금은 전일 대비 147%가량 증가하면서 합계 9조원을 넘겼다.

8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7일 오전 11시 기준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 5곳의 일일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국내 거래소 5곳의 일일 거래대금은 합계 9조870억원을 나타냈다. 이는 24시간 전 대비 거래소 5곳의 거래대금인 3조6489억원에서 147%가량 급증한 수치다.

트럼프 시대 대표적인 가상자산 관련 정책으로는 ‘비트코인 전략준비자산화’가 꼽힌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월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 참석해 비트코인을 원유처럼 국가 전략준비자산으로 보유할 것이란 계획을 내놨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준비자산은 금, 외화, 특별인출권(SDR) 등이다. 따라서 비트코인이 전략준비자산이 되면 미국은 달러 입지를 유지하는 데 비트코인을 적극 활용하게 된다. 또 연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보유해 향후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침체 빠진 증시, 반등 가능성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증시에는 불안함이 가시질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1기 집권 당시 ‘관세 폭탄’ 우려로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면치 못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일 KRX100, KRX300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0.96배, 0.94배를 기록했다. 연초만 해도 1배를 넘었던 PBR이 급속도로 하락했다. PBR은 주가를 장부 가치로 나눈 값으로 1배 미만이면 회사가 보유 자산을 전부 매각하고 청산하는 것보다도 현 주가가 싸다는 점을 뜻한다. 이날 코스피지수도 전일 대비 3.48포인트(0.14%) 내린 2561.15에 거래를 마쳤다. 8거래일 연속 2500 선에 머무는 상태다.

국내 증시는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우는 여러 정책 중 ‘고율관세 부과’(10% 보편관세 및 대중국 60% 관세)에 가장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 조치에 국내 증시가 출렁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미중 무역분쟁 당시를 돌아보면 연간 코스피는 -17.3%, 코스닥은 -15.4%의 약세를 기록했다.

다만, 트럼프 재임 시절 코스피가 큰 폭으로 오른 점을 들어 장기적으로 국내 증시 회복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1기 집권 시절 전체로 보면 코스피는 크게 올랐다. 실제 임기였던 2017년 1월 20일부터 2021년 1월20일까지 코스피는 2072.79에서 3114.55로 약 50.26% 상승했다. 코스닥 역시 같은 기간 626.19에서 977.66으로 56.13% 올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기대심리 등이 단기간에 선반영된 이후 정상화된만큼 올해 연말, 정책 가시성이 높아지는 2025년 상반기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은 매크로·통화정책 환경, 실적 흐름에 근거한 기존 추세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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