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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화 두 거장의 만남, 깊은 울림 전하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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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소 ‘무제’. 갤러리 데이트 제공 최병소 ‘무제’. 갤러리 데이트 제공

세계 미술시장에서 한국 작품은 평가절하돼 있었다. 일본과 중국 작가들이 일찍부터 세계적인 아트페어와 경매에서 놀라운 가격에 판매되었다는 소식이 자주 들렸지만, 한국 미술은 한동안 소외되어 있었다. 이 같은 경향을 깨고, 세계 컬렉터들의 관심을 받으며 등장한 것이 한국 단색화 거장들이다. 마치 수행하듯 품이 많이 들어갔고, 철학적인 메시지까지 담은 한국 단색화는 세계 미술 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장르이다.

단색화의 두 거장 최병소, 윤형근 작가의 신작과 대표작이 오랜만에 부산을 찾았다. 데이트 갤러리는 31일까지 ‘선에서 면으로’라는 제목으로 두 거장의 2인전을 연다. 최병소 작가는 신문지와 잡지 종이에 볼펜과 연필로 반복적인 선을 그어 내용을 지워나간다. 채우기인 동시에 비워내는 이 작업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되고, 마침내 종이는 해어지고 찢어지고 까맣게 변했다. 검은색 철판처럼 변해 버린 작품을 보며 오직 연필로 물체의 성질을 바꾸었다고 설명한다.


최병소 ‘무제’. 갤러리 데이트 제공 최병소 ‘무제’. 갤러리 데이트 제공

최병소 ‘무제’. 갤러리 데이트 제공 최병소 ‘무제’. 갤러리 데이트 제공

사실 최 작가의 이런 작업은 지독한 가난에서 출발했다. 70년대 형편이 어려워 화구조차 사지 못할 정도가 되었고 눈에 띄는 건 버려진 신문지와 연필뿐이었다. 연필로 마치 색칠하듯 신문 글자를 가리고 여백도 없을 정도로 모든 면을 덮었다. 거기서 더 나가 찢어질 정도로 연필 긋기를 계속했다. 신문지와 연필, 볼펜이 서로 흡수되고 일체화되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모든 표현 가능성을 배제한 침묵의 정신을 표현했다.

70년대 초반 시작된 최 작가의 작업은 서서히 소문이 나며 1977년 일본 도쿄 센트럴 미술관, 1979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 1981년 미국 브루클린 미술관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2012년 대구 미술관, 2016년 프랑스 근현대 미술관 전시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서울 국립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 미술관이 공동 주최한 한국 실험미술 전시에 포함돼 외국 순회 전시도 진행되고 있다.

수행 같은 작업은 매우 힘들지만, 부산 전시에 여러 점의 신작을 낼 정도 작품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색이 나오지 않는 볼펜을 사용한 흰색 작품과 모눈종이처럼 빽빽하게 가로세로 선이 들어간 작품이 새롭게 다가왔다.

데이트 갤러리 김경애 대표는 “부산에서 거장의 신작을 볼 수 있는 귀한 기회이다. 많은 사람이 관람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윤형근 ‘Burnt Umber&Ultramarine blue’. 갤러리 데이트 제공 윤형근 ‘Burnt Umber&Ultramarine blue’. 갤러리 데이트 제공


윤형근 ‘Burnt Umber&Ultramarine blue’. 갤러리 데이트 제공 윤형근 ‘Burnt Umber&Ultramarine blue’. 갤러리 데이트 제공

지난 2007년 작고한 윤형근 작가는 이미 한국 미술사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캔버스가 아니라 면포 혹은 마포 천에 하늘을 뜻하는 청색, 땅의 색인 암갈색을 섞어 만든 윤형근만의 검은색을 큰 붓으로 찍어서 내리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다. 고목 같기도 하고 흙 같기도 하다. 어떤 이는 윤 작가가 살았던 암울한 시대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다고 해석한다. 여백과 대비, 절제미가 뛰어나 한국적이며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한국 미술 작품 중 최고가 기록을 가진 고 김환기 화백이 그의 스승이자 장인이다. 윤 작가의 부인이자 김 화백의 딸은 남편인 윤 작가가 아버지를 능가하는 실력이 있다고 자랑했다고 한다. 뉴욕 데이비드 즈워너에서 2017년 첫 전시를 한 후 2020년 두 번째 개인전을 할 정도로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았고, 2023년 파리 데이비드 즈워너에서 열린 개인전에는 개막 당일 관람객이 1000명이 넘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회고전이 열렸고 비엔날레 총감독이 윤형근 리뷰를 작성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최근에는 BTS의 리더이자 미술 컬렉터로 유명한 RM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가 윤형근이라고 밝혀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많이 유명해졌다. RM은 2022년 솔로 정규 앨범 1집에 윤형근 작가의 철학을 녹여낸 노래 ‘윤(YUN)’을 수록하기도 했다. 갤러리 데이트 1관에서 최병소 작가의 선을 만난 후 2관에서 윤형근의 면을 강조한 작품을 보면 두 거장의 대비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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