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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곳도 새롭게…댕댕이와 온천천 100배 즐기기 [반려동물과 여기 어때]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부산 지역 낮 최고 기온이 15도를 오르내리는 초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 집 반려견도 오매불망 봄이 오기만 기다렸다. 겨울은 활개치며 마음껏 뛰놀기에는 춥다. 반려견도 이를 아는지 산책 시간이 좀 더 길어진다. 이런 날씨에 집 근처만 산책하기는 아쉽다. 반려견과 어딜 가면 좋을까 생각하다 동래온천길이 생각났다. 동래온천길 중에서도 산책과 여유 두 가지를 즐길 수 있는 온천천 카페거리에 다녀왔다.
■ 동래온천길 산책 즐기기
부산도시철도 온천장역에서 명륜역, 동래역을 지나 온천천 카페거리까지 이어지는 동래온천길은 산책하기 좋아 사시사철 사람들로 붐빈다. 무엇보다 계절이 오는 소리를 듣고 싶다면 온천천만한 곳이 없다. 봄에는 벚꽃와 유채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루고, 푸르른 녹음의 계절 여름, 노랗거나 붉게 물드는 가을, 고즈넉하면서도 차분한 겨울까지 사계절이 주는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온천천은 산책길을 따라 난 벚꽃이 활짝 필 때 가장 아름답다. 벚꽃이 만개하는 봄에는 인생 사진을 찍기 위해 오는 방문객들이 많다. 그렇다 보니 반려견과 나들이를 하기에는 다소 불편이 따른다. 그래서 적당한 햇살이 있는 겨울의 끝자락인 요즘이 방문하기에 더 좋다.
동래온천길을 마냥 걷기만 하는 것에서 나아가 재밌게 즐기는 방법도 있다. 스탬프 투어를 하는 것이다. 완주와 만끽 2가지 코스가 있는데, 스탬프 찍기를 완성한 후 인증하면 소정의 상품도 받을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걷던 산책길에 소소한 미션을 더하니 걸을 맛이 더 난다.
특히 활발한 반려견과 함께라면 온천천 카페거리 스탬프 인증대에서 시작해 명륜 1번가 스탬프 인증대로 가는 코스를 추천한다. 카페거리에서 시작해 45분쯤 걷다 보면 '반려동물 산책 놀이공원'이 나온다. 부전교회 옆 쌈지공원을 개조해 2019년 개장한 이 공원은 온천천을 이용하는 반려견과 반려인에게 항상 열려 있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소형견과 중형견 공간을 분리하고 울타리까지 설치해 오프리시(목줄을 착용하지 않는 것)로 마음껏 뛰놀 수 있다. 태양광 가로등과 야광 타일 덕분에 야간에도 이용이 가능하다. 배설물을 보호자가 직접 치우는 펫티켓은 기본이다. 맹견, 질병이 있는 반려견, 동물등록을 하지 않은 반려견, 발정이 있는 반려견 등은 출입할 수 없다. 아무리 에너지가 넘치는 반려견이라도 왕복 2시간 걸리는 산책 코스라면 꿀잠 예약이다.
■소소하지만 쉼이 있는 온천천 카페거리
반려견과 산책을 즐긴 후에는 숨 돌릴 시간도 필요하다. 온천천 카페거리 가게는 대부분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다. 카페거리를 거닐다 보면 '반려동물 환영'이라고 적힌 팻말이나 포스터를 쉽게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음료 한 잔과 함께 출출한 배를 채워 줄 브런치 카페 '샐루아투스'를 방문했다. 유럽풍의 빈티지 감성이 돋보이는 샐루아투스는 프랑스어로 모두들 안녕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프랑스 가정집에 들어선 듯 포근하다.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시그니처 메뉴인 에그인헬과 게살 바질 베이글을 주문했다. 에그인헬은 지옥에 빠진 달걀이라는 뜻으로 토마토소스에 각종 야채, 향신료를 첨가한 스튜에 달걀을 넣어 먹는 요리다. 함께 나온 바게트에 토마토소스와 달걀을 얹어 먹으니 짭조름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곧이어 나온 게살 바질 베이글은 빵이 부드럽고 촉촉해 호불호 없이 먹기 좋다. 카페에 반려견을 위한 메뉴는 없지만 반려견을 위한 배려는 있다. 반려견이 마실 물을 요청하자 반을 자른 종이컵에다 생수를 준비해 준 것이다. 덕분에 반려견이 편하게 목을 축였다.
배가 많이 고프지 않다면 카페 오달당을 방문해도 좋다. 새하얀 외벽의 2층짜리 단독주택을 개조한 오달당은 온천천 앞에 위치해 있다. 공중전화 부스를 연상시키는 빨간 문을 열자 감성 가득한 포스터와 엽서로 꾸민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반려견을 동반했다면 주문 후 2층으로 향하면 된다. 오달당은 일반 고객과 반려견 동반 고객을 층으로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다만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가팔라 반려견을 안고 가거나 이동장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오달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는 혼자 먹는다고 반려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건조 간식, 고구마 치즈볼, 붕어빵 등 반려견을 위한 간식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 무엇보다 2층은 테라스와 매장에 난 창 너머로 계절 색을 입은 온천천 뷰를 온전히 즐길 수 있어 더욱 좋다.
이외에도 코모도 테이블, 꼼시꼼사 등 반려견을 동반할 수 있는 다양한 카페들이 있다. 반려견과 산책 후 카페 투어를 하는 것도 추천한다. 월요일과 화요일 휴무인 곳이 많으니 확인 후에 방문하자.
■네 컷 사진으로 반려견과 추억 남기기
여유와 쉼을 즐겼다면 오늘 하루를 기념할 사진을 찍어 추억을 남겨 보는 건 어떨까. 최근 지인들을 만나면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 네 컷 사진을 찍는 것이 필수 코스가 됐다. 네 컷 사진은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즉석 무인 사진관이다. 90년대 후반 친구들끼리 모여 사진을 찍던 스티커 사진의 요즘 버전인 셈이다.
샐루아투스를 나와 오른쪽으로 걷다 보면 네 컷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스트리트웜앤쿨'이 나온다. 매장 앞 유리문에 붙어 있는 '반려동물 출입 대환영'이라는 문구가 반갑다. 사진을 찍기 전 매장에 비치된 머리띠·안경 등 마음에 드는 소품으로 치장한다. 반려견을 위한 소품도 있다. 소품을 챙겨 부스 안으로 들어가 포즈를 취해 여덟 컷을 찍고 마음에 드는 네 컷을 고른다. 인쇄를 누르자 1분도 채 되지 않아 인화된 사진이 나온다. 사진에 있는 QR코드를 인식하면 동영상과 사진도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다. 반려견과 색다르게 찍고 싶다면 항공 샷 구도의 '하이앵글' 부스도 있다. 간편하게 반려견과 나만의 사진을 갖고 싶다면 네 컷 사진을 추천한다.
2024-02-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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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친구들] 후원·봉사 수도권 단체에 쏠려…지역민의 지역 단체 관심 필요
‘반려동물의 친구들’ 연재의 취지는 부산의 반려·유기동물 관련 단체를 모두 소개하는 것이었다. 아울러 이들 단체의 현황을 살피고 개선점을 찾는 것에도 주력했다.
지난 3월 부산시 동물복지지원단을 시작으로 〈부산일보〉 취재진은 총 16개 단체를 찾아 소통했다. 이들 단체는 대부분 대표와 직원들의 헌신 덕에 명맥을 이어 가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기동물을 구조하거나 보호하는 단체는 적은 인력으로 밤낮없이 일하느라 신체적 한계에 맞닥뜨린 상황이다. 소동물인 고양이나 개를 돌보려면 허리를 굽히는 노동이 필수적인데, 이러한 노동에 오랜 시간 노출된 탓에 각종 후유증에 시달린다. ‘반려동물생명윤리협회’ 이정화 대표는 두 번의 허리디스크 수술 외에도 어깨를 들어올리지 못하는 증상이 있다고 호소했고, ‘부산동물구조협회’의 정인현 대표는 온몸에 남은 긁히고 물린 상처를 직접 보여 줬다.
취재진은 부산의 모든 단체를 만나지는 못했다. 이들은 ‘부담스럽다’며 인터뷰를 사양했다. 한 단체 대표와 통화하면서 복잡한 사정을 알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특정 단체의 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일부 극단적인 동물 애호가들이 존재한다. 예컨대 관련 법에 따라 유기동물들을 케이지에 보호했더니 ‘왜 케이지에 동물을 가두느냐, 동물학대다’라고 따지고 민원을 제기하는 식이다. 언론에 노출돼 이목이 쏠리는 것이 단체들 입장에선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시청·구청 등 관할 지자체와의 마찰도 해묵은 과제다. 단체 입장에선 지자체가 동물권 문제에 너무 무관심하다고 느낀다. 반면 지자체는 담당 인력과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고 동물권의 가치가 제고되는 시대적 흐름을 고려하면 지자체에서 보다 많은 재원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가 맡아야 할 동물 구조 업무를 민간 동물단체가 담당하는 점까지 따져 보면 지원 확대는 마땅하다.
무엇보다 동물단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빚까지 떠안고 단체를 운영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동물을 많이 구조하고 보호할수록 기부금도 늘어나지만, 병원비 등 단체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그만큼 증가해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구조다.
부산의 동물단체 대표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수도권 집중’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동물애호가들의 기부와 봉사활동이 서울에 본사를 둔 유명 동물단체에 집중돼 정작 지역 소재 단체들은 소외 당한다는 지적이다. 유명 단체들은 기부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직원을 적극 채용해 활발하게 일할 수 있지만, 지역 단체들은 소규모 인력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어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지역 시민들이나 기업들조차 유명하고 잘 알려진 서울 단체에 가입하고 후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역이 잘되려면 지역 사람들부터 지역을 돌아봐야 한다”는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김애라 대표의 지적이 공감을 자아낸다. -끝-
2023-11-2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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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여기 어때] 댕댕이와 바다 나들이, 색다른 재미가 있다
청명한 하늘,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 꽃처럼 핀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계절 가을이다. 아침저녁으로는 날씨가 쌀쌀하지만 햇볕이 포근한 가을은 여러모로 야외 활동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우리 집 반려견도 가을이라는 걸 아는지 요즘 따라 에너지가 넘친다. 겨울의 찬 바람이 불기 전 반려견과 어디라도 가야 할 것 같은데…. 소란스럽지 않은 곳이 어디 있나 고민하다 바다와 함께 조용하게 즐길 수 있는 경북 포항시가 떠올랐다. 포항은 부산에서 당일치기로도 여행이 가능해 숙소를 잡아야 하는 부담도 없다. 간단한 짐을 챙겨 반려견과 함께 포항으로 다녀왔다.
■반려견과 즐길 곳 많은 구룡포
부산에서 차로 2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포항. 해마다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방문객이 몰려드는 ‘호미곶’이 있는 구룡포를 찾았다. 다소 특이한 이름의 구룡포에는 설화가 전해진다. 신라 진흥왕 때 장기현감이 마을을 순찰하던 중 용주리를 지날 때 별안간 하늘에서 천둥이 치고 폭풍우가 휘몰아쳐 급히 민가로 대피했는데, 이때 용두산 해안 바다에서 아홉 마리 용이 승천했다고 한다. 이후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한 포구라는 뜻의 구룡포라는 이름이 붙었다. 최근에는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의 류승룡 배우가 맡은 배역 이름으로 또 한 번 주목받았다.
호미곶은 바다 안에 설치된 다섯 손가락을 펼친 모양의 조각물 ‘상생의 손’이 유명하다. 새해에는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지만 평소에는 느긋하게 바다를 즐길 수 있다. 상생의 손을 배경으로 반려견과 함께 사진을 찍으면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구룡포는 해안도로도 잘 되어 있어 바다 향기를 맡으며 드라이브하기에도 좋다.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반려견과 함께 모래를 밟아 보고 싶다면 구룡포해수욕장을 추천한다.
구룡포해수욕장은 길이 400m 폭 50m의 반달형 백사장으로, 야영을 즐기는 피서객이 선호하는 곳이다. 여름철이 아닐 때는 아는 사람만 아는 ‘스폿’이라 한산하니 반려견과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반려견도 모래가 신기한지 발자국을 남기기 바쁘다. 호기심 많은 반려견이 파도가 밀려드는지도 모른 채 빨빨거리며 걸어가다 발이 젖기도 한다. 뒷수습은 보호자의 몫이다.
해수욕장에서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구룡포 주상절리도 있다. 화산 폭발로 용암이 분출되다 갑자기 멈춘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제1전망대와 제2전망대가 있는데, 두 전망대 모두에서 주상절리와 포항 앞바다의 풍경을 함께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제1전망대에서는 구룡포해수욕장의 전체 풍경이 내려다보인다. 전망대 주변에는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으니 반려견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 보자.
반려견과 열심히 놀고 나니 커피가 생각난다. 구룡포해수욕장 위 언덕의 하얀 건물에 ‘디폴트 커피바’가 있다.
‘SNS 감성’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원목 인테리어의 따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카페는 디폴트 값이라는 단어에서 착안해 커피의 기본값인 맛에 초점을 두고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바다 뷰를 만끽하며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테라스를, 포근함을 느끼고 싶다면 내부를 추천한다. 실내와 실외 모두 반려견과 동반 이용할 수 있다.
반려견과 바다 위를 걷고 싶다면 ‘호미반도 해안둘레길’도 가볼 만하다. 한반도 최동단 지역으로 영일만을 끼고 동쪽으로 쭉 뻗은 트레킹 로드로 총 4코스, 전체 길이는 58km에 달한다. 어느 코스를 걷든 깎아내리는 절벽과 부딪히는 파도가 있는 포항 12경에 해당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나무 덱으로 되어 있어 이국적인 바다 풍경과 해안을 따라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는 2코스를 추천한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반려견과 함께 걸으면 마음에 있는 걱정거리마저 사라지는 기분이다. 2코스는 ‘테트라 블럭 카페’를 검색해 가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볼거리 많은 영일대해수욕장
구룡포가 자연과 함께하는 여유가 테마였다면 영일대해수욕장은 가볼 만한 곳이 많아 여행자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송도해수욕장과 더불어 포항 대표 해수욕장인 영일대해수욕장은 길이 1750m에 폭 40~70m, 면적 40만 6613㎡(12만 3000평)의 백사장을 갖춰 동해안에서 가장 크다. 이곳은 반려인들이 산책 코스로도 많이 찾는 곳이다.
반려견과 함께 바다를 따라 걷다 보면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해상 누각이 눈에 들어온다. ‘영일정’으로도 불리는 대한민국 최초의 해상 누각인 영일대전망대는 시민들의 소원이 담긴 8653장의 기와를 얹은 2층 규모의 건축물이다.
파도 소리와 함께 바다를 향해 난 교량을 80m쯤 걸으면 전망대다. 전망대에서는 포항 앞바다 뷰와 영일만, 포스코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영일대는 낮도 좋지만 밤에 진가를 발휘한다. 밤이 되면 주황빛으로 물든 영일정과 영일대 바다 너머로 환하게 빛을 내고 있는 포스코의 야경이 황홀함을 선사한다. 영일대전망대 근처에는 장미 38종이 심겨 있는 영일대 장미원도 있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영일대 해수욕장은 포항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스페이스 워크와 포항시립미술관이 있는 환호공원도 가깝다. 10분만 더 가면 해상 스카이워크도 있다. 코끝이 시리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더 추워지기 전 반려견과 함께 추억을 쌓으러 떠나보는 건 어떨까.
2023-11-0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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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친구들] "길냥이 구조하느라 밤낮 바뀌어"
“오후 5시부터 이튿날 새벽 5시까지 일합니다. 야행성인 길고양이 패턴에 맞춰서 일하는 거죠. 이젠 저도 낮에 해를 보면 잠이 옵니다.”
(사)부산동물구조협회(이하 협회) 정인현(43) 대표는 낮밤이 바뀐 생활을 16년째 해 오고 있다. 길고양이 구조가 대부분 야간에 이뤄지는 탓이다.
협회는 부산시 등 지자체와 용역 계약을 맺은 영리 민간단체다. 길고양이 중성화사업(TNR)을 위한 포획·방사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지자체나 수의사회로부터 요청을 받으면 길고양이를 포획하고, 수술이 끝나면 원래 살던 곳에 다시 방생한다.
영리 단체지만 시민들의 동물 구조 요청에도 응한다. 특히 캣맘 캣대디 등 길고양이를 돌보는 이들의 요청이 많다. 사고로 외상을 입었거나, 구내염 등 질병으로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를 포획해 병원으로 이송하고, 회복하면 제자리에 방사한다. 문제는 치료비인데, 네이버 밴드를 통해 모인 580여 명의 협회 회원이 십시일반으로 돕는다. 협회와 연계된 병원도 비용을 절반으로 깎아 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부산 길고양이 복지에 협회가 여러모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협회는 본래 2008년부터 부산수의사회 소속으로 일했다. 당시 시의 1년 TNR 예산이 총 3억 원이 안 됐는데, 지금은 20억 원에 달한다. 홀로 일하던 정 대표는 사업 규모가 커지자 2016년 사단법인을 설립,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섰다. 현재 협회엔 총 12명의 직원이 있다.
그러나 어려움은 여전하다. 현장에서 오해를 많이 사는 게 가장 힘들다. 정 대표는 “포획을 시도하면 주민들에게 듣는 첫 마디가 ‘불법 아니냐’는 말이다”면서 “정작 캣맘들은 이해하는데, 일반 시민들이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불법 포획자라고 속단하고 협회 장비를 자신의 차에 싣고 가면서 경찰에 신고한 사람이 되레 절도 현행범으로 잡혀간 ‘웃픈’ 사건도 있었다. 당시 정 대표는 처벌불원탄원서까지 썼지만 통하지 않았다고. 정 대표는 “동물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없다. 사람들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해마다 9~11월은 가장 바쁠 때다. 지난 16일의 경우 하루에만 30마리 넘게 구조했다. TNR 지원금에서 20~30%의 세금을 떼야 하고, 유류세 부담이 크다. 또 사업 특성상 1년에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6개월가량에 불과하다. 사명감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인터뷰를 하던 중 정 대표의 오른팔에 있는 큼직한 흉터가 눈에 밟혔다. 조심스레 연유를 물어보니, 2010년께 기장군에서 러시아 거대 견종인 ‘코카시안 오브차카’가 돌아다닌다는 신고를 받고 구조하던 중 물렸단다. 기겁하는 기자에게 정 대표는 예삿일이라는 듯 바지를 걷어 올려 보였다. 물어 뜯기고 긁힌 상처투성이였다.
정 대표는 자신의 고향 본가에 있던 축사를 개조해 갈 곳 없는 고양이 100여 마리와 개 40여 마리를 보호하고 있는 동물애호가이기도 하다. 결국 그를 움직이게 하는 건 보람이다.
“사각지대에 있는 말 못하는 아이들이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을 한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이 사업으로 떼돈 벌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저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으니 하는 겁니다.”
글·사진=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
2023-10-2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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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친구들] 길고양이와 공존 위한 방법 모색
지난달 21일 부산 최초로 사하구 한 아파트에 공식 인증 길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됐다. 아파트 내에 지방자치단체 공식 인증을 받은 급식소가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18일 케어테이커(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 캣대디)와 입주자 대표, 관리실, 입주민, ‘부산 동물사랑 길고양이 보호 연대’(이하 길보연)가 모여 논의 끝에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를 결정했다. 급식소는 아파트 주민 케어테이커들이 청결하게 관리하고, 개체 수 조절을 위해 TNR(길고양이 중성화 사업)도 실시하기로 했다.
길보연 박혜경 대표는 “길고양이 급식소는 길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하는 도심 생태 문화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시설이다. 이번 일은 공존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에 앞장서고 있는 길보연은 길고양이의 복지와 권리를 대변하고, 사람과 동물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해 동물보호법 개정에 힘 쏟아 온 부산시 등록 비영리 동물권 단체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활동을 하며 여러 성과를 이뤘다.
2016년 29개 동물단체가 동물보호법 개정 촉구를 위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길보연도 부산역에서 1년간 법 개정을 위한 촛물문화제를 여는 등 적극적으로 동참해 2017년 7개 조항의 동물보호법 개정을 이끌어내는 데 힘을 보탰다. 개, 고양이 등 동물 학대의 온상이던 ‘구포 개시장’ 폐쇄를 위해 5년 동안 여러 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집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한국전쟁 이후 60년 동안 운영된 구포 개시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특히 길보연은 사람과 길고양이의 공존을 지향하는 인식 개선 캠페인에 힘쓰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 6월 개최된 부산시 동물사랑 문화축제에서 우리 단체만 고양이 부스를 열어 사진전, 유기동물 입양 홍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며 “그동안의 활동으로 예전보다 길고양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조금은 개선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학대 수위는 오히려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지 말라고 돌을 던지는 정도였다면, 요즘은 잔인하게 살해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는 우려다. 박 대표는 동물 학대를 멈추게 할 방법은 법이 강화되는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는 “올해만해도 동물 학대로 3건을 고발했다”며 “그러나 처벌 규정은 3년 이하 징역,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그친다. ‘이상’이 아니라 ‘이하’이다 보니 학대범들이 징역형을 받지 않는다.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아 만만한 길고양이를 향한 범행이 잔인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길보연은 4년 전부터 길고양이 센터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4년 전 엄궁 재개발지 철거 현에서 200여 마리를 구조했으나 돌볼 곳이 마땅치 않자 박 대표가 오롯이 사재를 털어 센터를 마련한 것이다. 구조된 고양이들은 안전한 곳으로 방사하거나 입양 보냈다. 현재는 노묘와 아픈 고양이 등 50여 마리가 센터에 머물고 있다. 막상 센터를 건립하고 보니 돈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 힘이 든다며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솔직히 안 힘들다면 거짓말이죠. 그렇지만 저희의 행동으로 인해 변해 가는 사회를 볼 때 뿌듯함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세상, 길고양이와 공존하는 아름다운 세상으로 바꾸는 데 힘쓰겠습니다.”
2023-10-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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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친구들] 지옥 같은 번식장, 1400마리에게 새 견생 선물하다
최근 경기도 화성시의 한 반려견 번식장에서 무려 1400여 마리의 개가 구조돼 화제다. 이 번식장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허가를 받은 곳이었지만, 관리·감독이 부실해 동물학대가 자행되고 있었다. 학대를 멈추게 한 것은 번식장으로 모여든 20여 동물보호단체였다. 부산 소재 단체 ‘라이프’가 핵심 역할을 했다. ‘라이프’ 심인섭(51) 대표를 지난 7일 화상으로 만났다.
심 대표에 따르면 문제의 번식장은 제보 덕분에 적발할 수 있었다. 55쪽에 달하는 고발 보고서가 ‘라이프’를 포함한 동물단체 4곳과 언론사 7곳에 이메일로 뿌려졌다. 임신한 개의 배를 칼로 가르거나 사체를 신문지로 싸 냉동고에 보관하는 등 학대 정황이 담겨 있었다.
제보를 접한 심 대표는 다른 동물단체와 연락했고, 이 중 ‘KK9’의 주도로 10개 단체가 모여 번식장을 찾아가기로 했다. 당초 제보상으로는 800여 마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1400마리가 넘었다. 원활한 구조를 위해 10여 개 단체가 추가로 합류했다.
심 대표는 “보통 번식장에는 케이지 사이로 사람이 지나다니는 통로는 있는데, 이곳은 바닥에 가득한 울타리 때문에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공간이 협소했다. 당연히 위생도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번식장 단속 후 ‘라이프’에겐 큰 고민이 생겼다. 심 대표와 활동가 2명으로 구성된 작은 단체인 ‘라이프’는 자체 동물 보호 공간이 없다. 그동안 구조한 동물들은 다른 보호 시설에 위탁해 왔는데, 입양을 보내지 못한 개체가 수십 마리에 달해 매달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동물을 떠안게 되면 단체가 파산할 수도 있지만 심 대표는 55마리의 개를 더 책임지기로 했다.
심 대표의 솔직한 심정은 이랬다. “만약 저희가 처음 제보를 받지 않았다면 ‘보호 시설이 없어 구조는 불가하다’고 못 박았을 것이다. 그런데 제보를 받고 다른 동물단체들에 내용을 공유한 것이 ‘라이프’였다. 쉽게 말해 저희 때문에 단체들이 모이게 된 것이고 그들도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를 하는데 ‘라이프’만 발을 빼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속칭 ‘가오’ 상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로 맡게 된 것이다.”
심 대표의 결단은 한 기업의 도움으로 해피 엔딩을 맞았다. ‘라이프’의 사정을 알게 된 자원순환 스타트업 ‘수퍼빈’의 김정빈 대표가 공장에 보호 공간을 내줬다. 자원봉사자들도 이곳을 찾아 구조견을 돌보는 것을 도왔다. 구조된 개들은 대부분 이빨 상태가 나빴고, 이 가운데 12마리는 병원에 보낸 상태다.
심 대표는 동물복지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해 온 전문가다. 공로를 인정받아 부산시장 표창도 두 번이나 받았다. 한 동물보호단체 소속 활동가로 7년 정도 일하기도 했는데, 2019년 7월 구포 개시장 철폐를 끝으로 활동가로서의 삶도 잠시 중단했다. 그러나 처참한 동물복지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고, 같은 해 12월 ‘라이프’를 설립한 뒤 2021년 비영리 법인 등록에 성공했다. 지난해까지 ‘라이프’를 거쳐 입양된 동물이 130여 마리에 달한다.
동물보호단체를 운영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예산 문제다. ‘라이프’의 고정 후원자가 800명을 넘지만, 위탁보호 비용과 인건비 등 고정 지출이 워낙 크다. 활동을 많이 할수록 후원이 많아지지만, 그만큼 경비도 많아져 적자를 면치 못한다. 지금도 수천만 원의 빚을 지고 있다.
심 대표는 “다른 단체들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이번 화성 번식장도 그렇고, 구조 이후 왜 모든 비용을 민간단체에서 책임지게 하는지 의문이다. 지자체의 관리·감독 부실로 동물학대가 일어났으면, 학대 동물을 보호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야 마땅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힘들게 동물학대를 고발하고 동물을 구조했는데,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을 때 가장 화가 난다”며 “수사기관은 엄벌 의지를 가지고 있는데 재판에만 가면 솜방망이 처벌이 나온다. 동물학대 법정최고형이 징역 3년인데, 여태껏 ‘포항 고양이 학대 사건’이 유일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그러면서도 “동물권과 관련한 문제를 이슈화해 관련 법과 제도의 개선을 이끌어낼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라이프’도 광역시별로 사무소를 두고 같은 이슈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단체로 성장하는 꿈을 꾸고 있다”고 밝혔다.
2023-09-1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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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원 대표에서 반려견 목욕탕 사장으로 ‘인생 반전’
반려동물 1000만 시대. 인류와 오랜 역사를 함께해 온 개는 과거 애완동물로 불리며 소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감정을 나누는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개를 둘러싸고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는 화두가 바로 ‘개 식용 문제’다.
2019년까지만 해도 부산에는 전국 3대 개 시장으로 불리던 구포 개 시장이 존재했다. 한국전쟁 이후 60년 이상 운영됐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폐업을 요구하는 동물보호단체의 집회와 민원이 계속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그런 분위기 속에 북구청, 구포시장 가축지회 상인회가 여러 논의를 거친 끝에 2019년 7월 폐업에 합의해 구포 개 시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상설 개 시장이 완전 폐업한 전국 첫 사례였다.
구포 개 시장에서 35년 동안 이성보신원을 운영해 온 설무호 대표에게도 생업이 달린 문제였기에 폐업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설 대표는 “과거에는 장날만 되면 개고기를 사러 7000~8000명이 다녀갈 정도로 개 시장이 문전성시를 이뤘다”며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없어져서는 안 될 품목이었지만 점차 개고기를 안 먹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언젠가는 폐업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고민을 이어 가다 새롭게 창업한 가게가 바로 ‘댕댕이 목욕마을’이라는 반려견 목욕 업체다. 설 대표는 구포 개 시장이 사라진 뒤 들어선 구포시장공영주차장 1층에 문을 열고 손님을 맞고 있다.
사실 업종을 결정할 때도 고민이 많았다. 북구청이 ‘동물 학대의 온상지를 동물 복지를 위한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방침으로 옛 개 시장 터에 반려동물 복지센터 건립을 계획하면서 이 자리에서 가능한 업종을 반려동물 관련으로 제한했기 때문. 그러나 인근 주민들이 반려동물보다는 시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생기길 원했고, 상인들이 업종 변경 등을 요구하면서 개 시장이 있던 곳에는 공영주차장과 식당, 과일가게 등이 입점한 상가가 들어섰다.
다른 업종을 선택을 할 수 있었음에도 설 대표가 반려견 목욕 업체를 고집한 이유는 뭘까. “저도 사람인지라 개에 대한 죄책감이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좋은 일을 한번 해 보자하는 마음과 구포가축시장 폐업의 의미를 살리고 싶어 반려동물을 위한 업종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반려견 목욕 업체를 운영하면서 개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서울에 사는 딸이 주 2회 정도 반려견을 데리고 부산 집에 온다. 자연스럽게 자주 접하다 보니 반려견의 매력을 알겠더란다. 설 대표는 “사실 35년간 식용견을 다뤘기 때문에 개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문화, 반려견 문화에는 관심이 없었다”면서 “막상 함께 지내 보니 반려견이 주는 위로와 편안함을 알겠더라”며 반려견을 아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설 대표의 ‘변심’은 유기동물을 위한 봉사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부터 북구청 ‘동물사랑 나눔 네트워크’ 사업에 지정돼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 유기동물 입양자와 반려동물을 키우는 장애인에게 무료로 목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설 대표는 “유기동물을 입양한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혜택을 드려 유기동물 입양이 권장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포 개시장 폐업의 의미를 잇고자 문을 열었지만 어려운 점도 있다. 1년 동안 계속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 반려동물 친화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구청의 당초 계획과 달리 현재 이곳에는 반려동물 관련 업종과 시설이 거의 없다. 구포시장공영주차장 앞에 산책하기 좋은 반려견 공원과 놀이터도 있지만 크기가 작다. 설 대표는 “끝까지 운영해 보려고 이런 저런 방법을 찾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구청에서 초기 취지에 맞게 다양한 시설을 조성하거나 폐업한 상인들에게 반려동물 관련 업종을 이어 갈 지원책을 제시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글·사진=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
2023-09-1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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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친구들] 반려동물테마파크 조성 앞장
반려동물 가구 600만 시대, 부산은 그중 18만 4000가구(2021년 10월 기준)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이렇듯 반려동물 가구 수가 증가하며, 많은 지자체가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 조성과 정보 제공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2019년 설립된 부산광역시반려동물협회(이하 협회)도 반려동물 문화 증진,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행복한 상생을 위해 반려동물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협회는 유정수 회장이 ‘반려인과 비반려인을 위한 소통의 장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지인 16명과 뜻을 모아 설립했다. 그렇게 2019년 2월 정식 출범 후 현재는 임원 40명, 회원 수 800명이 활동하는 꽤 큰 규모의 단체로 자리 잡았다. 유 회장은 “정식으로 단체를 등록해 보니 부산시에서 반려동물을 전체적으로 다 다루는 단체는 없더라”며 “원대한 꿈이지만 향후 반려동물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다 하고 싶어 이름도 ‘반려동물협회’로 짓게 됐다”고 밝혔다.
협회는 임원들이 내는 회비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모두 본업을 두고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설립하자마자 어려움이 찾아왔다.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것. 그래서 초기에는 반려견 산책로를 돌며 배설물 수거 캠페인과 인식 개선에 힘써 왔다. 그러다 코로나 사태가 점차 안정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기장군지회와 함께 ‘댕댕이와 첫 나들이’ 행사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약 3000명이 행사장을 찾아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내달 23일에도 부산시 지원을 받아 부산시청 뒤 녹음광장에서 ‘2023 부산팻스타(Family & Pet Festa) 반려동물 문화축제’를 연다. 반려견 행동교정 상담, 위생 미용, 수제간식, 플리마켓 등 다채롭게 구성돼 반려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협회는 이런 행사가 반려동물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광역시 소상공인연합회 자문위원으로 있는 유 회장은 행사 때마다 반려동물 소상공인들을 위한 플리마켓을 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유 회장은 “조사 기관마다 다르지만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6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런 추세면 반려동물 산업은 노다지가 될 것”이라며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소상공인들도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는 이제 기장군 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반려동물 테마파크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108개 공약 실천 계획 중 ‘누구나 찾고 싶은 문화관광 매력도시’ 부산을 만들기 위해 추진 중인 사업이다. 부지는 59만 5000㎡ 규모로 부산시민공원의 1.25배, 전국 최대 규모다. 테마파크에는 산책로, 동물캠핑장, 놀이터 등의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상수원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둘러싼 문제를 포함해 교통인프라 미비로 인한 교통체증 및 주변 난개발 우려, 혐오시설로 보는 인식 등 부정적 시선도 만만찮아 부침을 겪고 있다. 협회는 지난 6월 테마파크 조성을 찬성하는 700명의 서명을 받아 부산시에 전달하기도 했다.
유 회장은 “부산에서 18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지만 동남권에는 울산 외에 반려동물 테마파크가 전무하다”며 “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에 대한 수요가 있는 만큼 합의점을 찾아 하루빨리 조성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2023-08-3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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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친구들] 유기동물 무료 중성화 수술 앞장
동물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직업이 바로 수의사다. 동물의 질병 예방과 치료, 외상 수술, TNR(중성화 후 방생) 사업 등 동물복지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도맡는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부산광역시수의사회(회장 이영락)도 동물복지 발전을 위해 달려왔다. 부산시수의사회를 이끄는 이영락 회장은 중학생 때부터 ‘아픈 동물을 치료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품은 ‘동물애호가’다. 그는 수의사로 살아온 33년을 돌아보며 “아픈 동물이 치료를 받아 잘 살아갈 때의 기쁨과 만족감이 크다”면서 “제일 가치 있는 삶이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부산진구에서 부산종합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이 회장은 2020년 제24대 부산시수의사회장에 당선된 데 이어 올해 제25대 회장으로 연임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부산시수의사회에 회원으로 등록된 수의사는 450명, 동물병원은 280곳에 달한다.
부산시수의사회는 1년에 두 차례씩 사설 보호소나 유기동물이 많은 지역을 찾아가 예방접종과 중성화사업 등을 무료로 해 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매번 20여 명의 수의사들이 참여하고, 사료도 후원한다. 동물단체나 사설 보호소로부터 별도의 요청을 받아 봉사활동에 나설 때도 있다. 또 파트너를 맺은 동물보호단체나 국경없는 수의사회, 민간 보호소 등이 필요로 할 때 협조해 TNR이나 진료를 한다. 부산시수의사회는 동물권 보호에도 적극적이다.
한번은 통영에서 어느 노부부가 기른 강아지 한 쌍이 번식을 거듭해 80마리로 불어나는 일이 있었다. 이에 통영시에서 강제로 수거해 여러 사설 보호소에 수용했는데, 동물학대방지연합 김애라 대표의 부탁을 받고 80마리나 되는 개들의 중성화 수술을 무료로 해 줬다. 이 회장은 동물단체뿐 아니라 구청이나 사설 보호소 등 여러 곳의 요청으로 이러한 무료 중성화 수술을 해 왔다고 밝혔다. 부산 서동의 한 주택가에서 번식했던 개 60마리는 피부 전염병에도 감염돼 중성화 수술과 치료를 병행했다. 치료 과정에서 몇 마리는 폐사하기도 했다고 하니, 이런 과정이 없었다면 자칫 더 많은 개가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
이 회장은 부산 동물복지의 현주소도 진단했다. 부산시를 비롯한 지자체에 동물복지 담당 인력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이 회장은 “인력에 비해 민원은 터무니없이 많으니, 결국 담당자가 버티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 업무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동물에 대한 전문성과 애정이 있는 반려동물 관련 학과 전공자들을 먼저 채용하는 등 구조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또 애견숍이나 번식장에서 불법적으로 자행되는 ‘자가진료’를 철폐하기 위해 시에서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용법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엉터리 약과 주사를 사용하니 개들이 큰 부작용을 겪는다”며 “자가진료는 제일 큰 동물 학대”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도 부산시수의사회를 중심으로 동물권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2023-08-1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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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친구들] "삶터서 내몰린 아이들 외면 못 해"
노후·불량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는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집단 이주를 통한 재개발이 진행된다. 하지만 사람이 다 떠난 뒤에도 떠나지 못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그곳이 보금자리인 길고양이들이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자신의 살던 곳을 쉽게 떠나지 못해 철거 공사가 시작되면 압사 당하거나 굶어 죽곤 한다. 2019년 부산 동래구 온천 4구역 재개발 현장도 그랬다. 당시 길고양이를 구조하기 위해 동래구와 민간 동물단체 협의체인 ‘온천냥이 구조단’이 힘을 합쳐 320마리를 구조했다. 그중 176마리는 중성화 후 안전한 곳에 방사했다. 아픈 고양이들은 치료한 후 입양을 보내거나 임시보호를 진행했다.
여러 이유로 방사하지 못한 고양이 10마리가 갈 곳을 잃었다. 집이 없어진 고양이들은 ‘온천냥이행복사회적협동조합’이 품었다. 온천냥이 구조단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로 구성된 온천냥이행복사회적협동조합은 구조 활동이 끝난 후에도 남은 길고양이를 마지막까지 돌보자는 마음으로 뭉쳤다. 그러나 막상 10마리의 고양이를 보살피려니 마땅한 공간이 없었다. 그때 고양이 호텔 ‘고양이는 외계인’을 운영하던 조합원 심성진 씨가 손을 내밀었다. 심 씨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온천냥이들이 머물 곳을 내준 것이다.
현재는 8마리가 남아 15명의 조합원이 주말마다 교대로 봉사활동을 하며 케어하고 있다. 조합원 박지원 씨는 “사실 40~50마리씩 돌보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8마리가 뭐가 그렇게 힘드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애들을 잘 치료해서 죽을 때까지 보살피자는 마음으로 모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에서 가장 경계하고 신경 쓰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애니멀 호더’(동물을 모으는 것에는 집착하지만 정작 보살피는 것에는 소홀한 사람)가 되지는 말자는 것. 길고양이를 구조할 때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거라면 섣불리 나서지 않는다. 고양이가 입양처를 찾지 못하면 구조자 집에 자연스레 눌러 앉게 된다. 지원 씨는 “불쌍하니까 무작정 구조에 나서는 분은 우리 조합이랑 뜻이 맞지 않는다”면서 “제가 지금 원래 있던 가정묘와 구조된 고양이, 임보하고 있는 고양이까지 하면 12마리가 있어 조합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서로에게 끊임없이 ‘지금 애니멀 호더의 경계에 와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삶이 있어야 고양이도 챙길 수 있다’고 말해 준단다.
온천냥이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조합원 회비에서 충당하고 있다. 후원을 받긴 하지만 꾸준히 들어오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비용을 해결하고, 소통하기 위해 고양이 장난감 등을 만들어 바자나 플리마켓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길고양이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온천냥이 캐릭터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길고양이 캠페인과 인식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 열린 사회적 경제 박람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원 씨는 “사회적 기업 중 반려동물 기업으로 우리만 참여했는데,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이 헛된 일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조합원들끼리 더 잘하자, 노력해 보자며 힘을 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저희는 길고양이들이 해코지당하지 않는 세상에서 사람과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는 목표로 앞으로도 활동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2023-08-0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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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무더위, 털옷 입은 댕댕이는 더 힘들다! [펫플스토리]
장마가 끝나고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밤잠을 설치는 요즘, 반려인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함께 사는 반려견을 위해서는 야외활동이 필수지만 무더운 날씨에 선뜻 나설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여름은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라 질병에 가장 취약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반려견의 건강한 여름 나기를 위해 주의해야 할 것들을 알아 봤다.
■여름철, 야외 활동 시 일사병 주의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에어컨이 고장 난 차량에 실려 훈련 시설로 가던 경찰견 8마리가 폭염에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당시 그 지역의 낮 기온은 33.3도였다.
사람도 더운 날 오랜 시간 야외 활동을 지속하면 일사병의 위험이 있듯, 반려견도 마찬가지다.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키가 작을수록 체감 정도가 높다. 사람이 느끼는 체감온도가 32도라면 반려견에게는 약 38도쯤 된다고 한다. 따라서 지열이 올라오는 오전 10시부터 최고점에 이르는 오후 3시 사이에는 야외 활동을 삼가야 한다. 노면이 너무 뜨거울 경우 발바닥 화상 위험이 있다. 여름철 반려견 산책은 아침이나 밤에 하는 것이 좋다.
만약 산책 중 호흡 곤란, 경련, 늘어짐 등 일사병 증상을 보이면 재빨리 찬물을 뿌려 주고 그늘로 데려와 체온을 낮춰야 한다.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한 만큼 깨끗한 물을 챙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여름철 차 안에 혼자 내버려 두는 것은 금물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 있는 차량의 내부 온도는 70도 이상까지 올라간다.
여름엔 피부가 털로 뒤덮여 있는 강아지를 생각해 털을 짧게 깎는 경우가 많다. 강아지의 피부 두께는 1mm 이하로 얇아 신생아보다 피부가 약하다. 그렇기에 털을 짧게 자르면 상처와 피부병에 쉽게 노출되고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수 없다. 여름철엔 털을 너무 짧게 깎기보다는 적당한 길이를 유지하는 것이 더위를 타는 강아지에게 도움이 된다.
■수분 풍부한 여름 과일, 당도 높아 주의해야
더운 여름에는 수분 함유량이 많은 수박이나 참외 등 제철 과일을 반려견에게 주기도 한다. 수박과 참외는 반려견이 먹어도 괜찮지만, 자칫 잘못된 방법으로 주면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참외를 비롯해 속이 딱딱한 과일과 채소는 항상 잘게 잘라 줘야 한다. 큰 조각의 과일을 먹다가 기도가 막히거나 소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 과일은 대체로 차가운 상태로 먹이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배변이 묽어질 수 있으니 미지근한 상태로 소량만 주는 것이 좋다. 농약 성분이 우려되는 껍질과 소화가 되지 않는 씨는 꼭 제거해야 한다. 여름 과일은 대체로 당도가 높기 때문에 신장이 안 좋거나 알레르기가 있는 반려견에 먹여서는 안 된다.
고온 다습한 여름엔 음식물이 상하거나 세균이 번식하기 쉽다. 사료도 유통 기한이 길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여름에는 소포장 사료를 구매하는 것이 좋고, 1~2주 분량으로 나누어 밀폐 용기에 보관하는 것이 권장된다. 사료는 햇빛을 피해 서늘하고 환기가 잘 되는 곳에 보관하고 식기도 식사 때마다 꼼꼼히 씻은 후 말리자.
반려견의 쇠약해진 기운을 북돋워 주고 싶다면 소화가 쉽고 수분이 많으며 단백질 함량이 높은 음식이 가장 좋다. 그래도 강아지가 음식을 잘 먹지 않고 구토나 설사를 한다면 소화기 질환을 의심해 보자.
■한여름 무더위, 어떻게 극복할까?
사람도 무더위를 물리치기 위해 계곡, 바다를 가는 것처럼 강아지도 대체로 물놀이를 좋아한다. 그러나 너무 차가운 물은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오히려 열을 내보내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물놀이 때 너무 차지 않은 냉수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다. 물놀이나 목욕 후엔 털을 꼼꼼히 말려 피부병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집에 혼자 있을 반려동물을 생각해 선풍기나 에어컨을 틀어 놓은 채 외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체온조절 기능이 약한 반려동물이 차가운 온도에 장시간 노출되면 감기나 몸살 증상 등을 보일 수 있다.
만약 에어컨을 틀었다면 너무 낮은 온도에 노출되지 않도록 실내외 온도 차이를 6도 안쪽으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 에어컨 가동 후에는 꼭 환기를 시키고, 에어컨 필터 등도 청결하게 관리해야 한다. 반려동물에게 얼음물 등 차가운 물 먹이는 경우도 있는데, 설사를 유발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최근엔 쿨매트, 쿨조끼 등 다양한 아이템이 출시되고 있다. 이런 제품들을 활용하는 것도 무더운 여름을 이겨 내는 지혜가 될 수 있다.
2023-08-0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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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친구들] “생명 경시 불법 번식장 퇴출을”
한쪽 뒷다리가 없거나 두 눈이 보이지 않고, 심지어 발가락이 잘려 나갔다. 모두 사단법인 ‘동물권자유 너와’에서 돌보고 있는 강아지들이다.
지난 10일 부산 사상구 ‘동물권자유 너와’(이하 ‘너와’) 센터 문을 열자 강아지 수십 마리가 기자를 반겼다. 한다미(39) 대표는 쭈그려 앉은 채 푸들을 돌보느라 바빴다. 넓은 공간과 쾌적한 시설에서 지내는 강아지들은 밝고 쾌활했다. 그런데 몇몇 강아지는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 기저귀를 찬 녀석은 눈동자가 탁했다. 불안한 듯 연신 허공에 짖어 대는 녀석도 있다.
‘너와’가 돌보고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 대다수는 불법 번식장 출신이다. 번식장에는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다. 강제·근친 교배로 눈이 안 보이고, 치아가 녹아내리고, 슬개골이 탈구된다. 도망치지 못하게 푸들의 발가락을 모두 잘랐다는 불법 번식장 실태에 탄식이 절로 나왔다.
한 대표는 번식장에서 구한 강아지들의 치료와 입양까지 책임지고 있다. 해외로 입양 보낼 때는 인천공항까지 데려가고, 국내는 직접 견주를 찾아가 주변 환경을 살핀다. 사후 모니터링도 잊지 않는다.
이렇게 상반기에만 60여 마리를 입양 보냈지만, 여전히 전국 각지에는 이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동물이 넘쳐 난다. 현재 이곳 센터에서 관리 중인 개와 고양이만 해도 100 마리가 넘고, 경남 양산시에 마련한 쉼터에는 200마리가 더 있다.
사진작가였던 한 대표가 동물단체 대표가 된 계기는 ‘구포 개시장’이었다. 구포에 사진 스튜디오를 열었다가 개시장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수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철폐를 촉구했다. 상인들의 욕설과 협박에도 끈질기게 싸웠다. 자연스레 동물권 옹호자들이 한 대표와 함께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얼떨결에 구조한 대형견 17마리를 보호할 곳을 찾아 70평짜리 상가를 구한 것이 동물단체 설립으로 이어졌다.
2021년 12월 출범한 사단법인 ‘동물권자유 너와’는 순항 중이다. 정기 봉사자는 50명으로 늘었고, 후원금도 적지 않다. 오는 9월에는 사상구 학장동의 넓은 공간으로 이사할 예정이다. 무보수로 밤낮없이 일한 한 대표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함께 센터에서 일하는 이사 1명도 작곡으로 돈을 벌어 생활한다.
한 대표는 “돌아보니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면서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구조한 강아지와 고양이를 직접 관리하고 좋은 곳에 입양을 보낼 수 있다는 데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구조활동엔 한계가 있다. 애초에 펫숍이 없으면 불법 번식장이 생기지 않는다. 또 펫숍에서 무분별하게 강아지를 샀다가 버리면 유기견이 되는 것”이라며 번식장과 펫샵을 모두 근절하도록 동물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글·사진=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
2023-07-19 [1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