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통화·야동 시청에 ‘쭉뻗’… 도시 망치는 ‘빌런들’ [부산을 바꾸는 에티켓]
실내 흡연이 완전히 금지된 때가 2015년이다. 그 전에 식당에서도 담배 연기를 뿜어댔지만, 그런 모습은 일순 사라졌다. 시민 에티켓은 마음먹으면 나아지고,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대중교통이나 식당, 공연장, 시위 현장을 넘나드는 ‘에티켓 실종’을 경험한다. 이제라도 하나씩 고쳐 나가자. 에티켓은 삶의 질, 도시 브랜드, 도시 품격을 한꺼번에 높일 수 있는 길이며, 글로벌 허브도시를 꿈꾸는 부산이 더는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부산에 필요한 에티켓을 시리즈로 짚어 본다.어디선가 신음이 들려온다. 오른쪽에 앉은 승객 휴대전화에 음란물이 떠 있었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았는데 휴대전화엔 연결되지 않은 듯했다. 한동안 도시철도 같은 객차에 탄 승객들은 민망한 소리를 참아야 했다. 부산 시민 김 모(36) 씨가 최근 부산도시철도 2호선에서 경험한 실화다.대놓고 야동을 보는 승객을 봤다는 시민 증언도 있다. 정치나 운동, 대중가요 같은 유튜브 영상을 보다 다른 승객과 시비가 붙는 사례는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다. 대학생 양 모(26) 씨는 “정치 유튜브는 유독 소리가 잘 들려와 그 승객 성향까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고 했다.부산에서 대중교통은 에티켓이 가장 자주 실종되는 공간이다. ‘에티켓 민원’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소란과 난동, 임산부 배려석 미준수, 마스크 착용 등이 포함된 ‘에티켓 민원’은 6152건이나 됐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는 마스크 관련 민원이 빗발쳤다. 2021년 1만 7628건, 2022년 1만 6358건 등이었다. 에티켓 민원은 부산교통공사 전체 민원의 평균 30~40%나 차지한다.대중교통 내 비매너 행동은 개개인이 신경만 쓰면 쉽게 고칠 수 있을 것 같지만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는 점에서 좀체 개선되지 않는 문제다. 소음 공해는 가장 피해가 큰 행위로 꼽힌다. 큰 목소리로 통화하는 사람에게 승객 시선이 집중되고, 누군가 용기 있게 지적을 하다 더 큰 고성이 오가는 일도 흔히 벌어진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확인 차 지난 9일 오전 탑승한 부산도시철도 2호선 양산행 열차에서 큰 목소리로 통화하거나 대화를 나누고, 이어폰 없이 유튜브를 시청하는 승객들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부산 일본영사관에서 2년간 외교관으로 근무한 A 씨는 “부산 특유의 정겨운 모습을 좋아하는데 일본 관광객이 도시철도를 타면 놀라울 수도 있다”고 밝혔다.잘못된 탑승 자세도 쉽게 개선되지 않는 사례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전동차에서 다리를 쭉 뻗은 채 앉아 가는 이른바 ‘쭉뻗’, 다리를 꼰 채 자리에 앉는 ‘다꼬’ 승객 사진이나 비난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른 도시에서는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시행한다. 인천교통공사가 지하철 비매너 행동을 개선하기 위해 전동차 바닥에 발바닥 모양 스티커를 부착했더니 다른 승객에게 불편을 주는 행동도 상당히 사라졌다고 한다.승하차 매너나 백팩 에티켓 등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타고 내리는 문이 하나인 도시철도는 특히 승하차 관련 시비가 일기 쉽다. 내리는 사람이 먼저 하차하고 나서 타는 사람이 탑승하는 양보와 배려가 특별히 요구된다. 도시철도에서 백팩을 뒤로 메는 행동은 자신도 모르게 타인에게 불편과 위협을 가하는 일이 된다. 앞으로 메기, 바닥에 두기, 손에 들기 등 작은 배려만으로도 가능한 백팩 에티켓은 오래전 생겨났지만 관련 시비는 여전하다.한국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최재원 교수는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도시철도나 버스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여전히 잦다. 서로를 배려하는 에티켓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남구 대연동 아파트 7층서 불
부산 남구의 한 아파트 7층에서 불이 났다.11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10일 오후 3시께 남구 대연동의 한 아파트 7층에서 불이 났다. 불은 약 15분 만에 꺼졌다.이 불로 김치냉장고, 벽 등이 불에 타 소방 당국 추산 448만 9000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아파트 입주민 등 8명이 대피했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소방 당국은 김치냉장고 뒷면과 전선이 연결된 콘센트가 심하게 불에 탄 점 등을 미루어 보아 김치 냉장고에서 불이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1일 오전 10시 30분에 합동 감식으로 불이 난 정확한 원인을 밝힐 예정이다.
음악 들으러 미국서도 온다…부산 유일 ‘청음숍’ 아시나요
“음악은 일상의 먼지를 영혼으로부터 씻어낸다.” 19세기 독일 시인 베르톨트 아우어바흐가 남긴 기막힌 명언이다. 영미권 속담 중에도 “음악은 불안한 마음의 약”이라는 표현이 있다.마음을 치유하는 음악의 약효를 제대로 즐기려면 좋은 음향기기가 필요하다. 같은 ‘최애곡’이라도 값싼 이어폰보단 고급 헤드폰으로 복용할 때 치유 능력이 배가된다. 싸구려 이어폰에서 들리지 않던 소리가 비싼 이어폰에선 들리는 기적을 경험하고 나면 더 나은 음향기기에 대한 갈망과 호기심이 생긴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오디오 마니아의 길로 빠진다.문제는 음향기기의 가격이다. 흔히 말하는 ‘하이엔드’급 기기들의 가격표는 무시무시하다. 억대를 우습게 호가하는 스피커는 눈길도 주지 말자. 그나마 이어폰과 헤드폰이 타협점이다. 실제로 고급 이어폰과 헤드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늘고 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어폰과 헤드폰에 수십만 원 정도 쓰면 음향 마니아 취급을 받았다. 요새는 출퇴근길에도 40만~50만 원을 훌쩍 넘는 소니 헤드폰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그런데 좋은 음향기기의 사운드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곳은 부족하다. 소니, 보스 등 비교적 대중적인 브랜드 제품이 아니면 들어볼 기회를 얻기 힘들다. 하지만 부산에선 가능하다.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 인근에 있는 ‘더사운드랩’은 부산 경남권에서 유일한 제대로 된 청음숍이다.지난 3일 오후 찾아간 더사운드랩은 작지만 깔끔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양쪽 벽면에는 헤드폰과 이어폰이 수두룩하고, 앉아서 진득하게 청음해 볼 수 있는 테이블 세 개가 마련되어 있다.직원에게 간단한 안내를 받고 본격적으로 매장을 둘러봤다. 소니, 보스, 젠하이저 등 인기 있는 브랜드는 물론 슈어, 바워스앤윌킨스(B&W), 포칼, 아스텔앤컨 등 음향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알 법한 브랜드 제품들도 갖췄다. 뿐만 아니라 생전 처음 보는 브랜드가 널려 있고, 그런 브랜드의 이어폰이 수백만 원에 달한다. ‘음질 덕후’ 입장에선 그야말로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한국산 169만 원 VS 미국산 219만 원 이어폰 비교해보니‘일단 아무거나 빨리 들어보자.’ 얼른 청음해 보고 싶은 마음에 평소 들어보기 힘든 비싼 이어폰부터 손에 집었다. 한국 프리미엄 음향 브랜드 아스텔앤컨의 ‘Angie II’와 미국 브랜드인 캠프파이어의 ‘Solaris 2020’이다. Angie II는 169만 원, Solaris 2020은 219만 원짜리 이어폰이다. 둘 다 유선 제품이다.블루투스 이어폰과 헤드폰의 성능이 좋아졌다지만 고급형 시장은 여전히 유선 제품의 차지다. 황당하게도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3.5mm 단자를 없애버렸다. 그러나 포터블 DAC를 이용하면 3.5mm 플러그 연결이 가능한 것은 물론, 음질 향상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더사운드랩에선 앰프가 내장된 다양한 DAC들도 청음할 수 있다. 기자는 유명 브랜드인 iFi의 ‘HIP-DAC 3’와 같은 브랜드의 최신 고급 기종인 ‘Go bar Kensei’를 택했다.먼저 Solaris 2020과 HIP-DAC 3 조합으로 영화 ‘위대한 쇼맨’(2017)의 OST인 ‘Come Alive’를 들어봤다. 뮤지컬 영화 삽입곡이라 여러 보컬이 등장하고, 연주되는 악기도 다양하다. 합창과 악기 소리가 뒤섞이는 클라이맥스 구간에서 소리들이 뭉개짐 없이 명확히 구분되고, 모든 음역대가 살아있다. 같은 이어폰에 이번엔 Go bar Kensei를 물려봤다. 이전의 풍부한 소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고음 선명도가 좋아졌다. 다만 귀를 찌르는 듯 쏘는 느낌이 들어 볼륨을 약간 줄여야 했다.DAC 간 비교를 위해 이번엔 아이유의 ‘밤편지’로 테스트했다. Kensei로는 도입부에서 기타 줄을 튕기는 소리가 아주 선명하게 들린다. 이제 다시 HIP-DAC 3로 들어보니 차이가 명확해졌다. 고역대에선 확실히 HIP-DAC 3가 밀린다. 다만 개인적으로 둘 중 더 듣기 편한 쪽은 HIP-DAC 3였다. 너무 선명한 Kensei는 오래 들으면 피곤할 스타일이다.이제 같은 곡과 DAC로 이어폰끼리 비교해봤다. Angie II는 Solaris 2020과 비교하면 저역이 약간 강조됐다. 전체적인 해상도와 밸런스는 Solaris가 낫다. 물론 Angie II도 하이파이에 걸맞은 사운드를 들려주는 훌륭한 이어폰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더 좋은 기종으로 청음한 뒤 하위 기종을 들었을 때 느껴지는 ‘역체감’은 어쩔 수 없었다.신기한 점은 Angie II를 Kensei와 조합해 들어보니 사운드가 훨씬 풍부해졌다는 것이다. Solaris 2020과 HIP-DAC 3 조합이 Angie II와 Kensei 조합과 얼추 대등한 느낌이다. 기기마다 어울리는 DAC가 있는 것이다. 이런 차이를 발견하는 것도 청음의 묘미다. 기자는 장시간 청음을 위해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는 HIP-DAC 3만 테이블에 남겨뒀다.젠하이저 명품 IE900 VS 350대 한정판 저음 괴물 Triton청음의 맛에 빠지니 멈출 수가 없다. 이번엔 정가 199만 원의 젠하이저 ‘IE900’과 미국 하이엔드 전문 브랜드인 엠파이어 이어스의 ‘Triton’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288만 원 상당의 Triton은 전 세계 350대 한정으로 제작됐다.이번엔 제품 스펙부터 비교해보자. IE900은 하나의 다이나믹 드라이버(DD)로 초저역인 5Hz부터 4만 8000Hz까지 소화해내는 ‘DD 끝판왕’이다. Triton은 중음을 담당하는 밸런스드 아마추어(BA) 드라이버에 저음을 담당하는 전용 저주파 DD를 탑재했다고 한다. 고음을 내기 위한 BA는 따로 탑재하지 않았다. 스펙상으로는 5Hz~4만Hz를 커버하는데, 아무래도 고역대에선 IE900에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다이나믹 드라이버는 일반적인 스피커, 헤드폰, 이어폰 등에 사용하는 발음체로, 원형의 얇은 진동판을 통해 소리를 낸다. 저음과 공간감 표현에 유리하다. 밸런스드 아마추어는 금속 진동판을 사용하는 발음체로, 본래는 보청기용으로 발명했다. DD에 비해 고음을 내는 데 유리하지만, 대역폭에 한계가 있어 보통 하나의 이어폰에 2개 이상의 BA를 사용한다.두 이어폰의 특징은 분명했다. 먼저 IE900으로 영화 ‘라이온킹’(1994) OST인 ‘The Circle of Life’를 들어봤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다는 인상이다. 해상력이 뛰어나 묻히는 소리가 전혀 없고, 특정 음역대가 강조되지 않는 완벽한 밸런스를 자랑한다. 젬베와 드럼 등 타악기 소리와 웅장한 느낌의 줄루어 코러스가 조화를 이룬다. 스케일이 큰 오케스트레이션의 매력을 살리는 공간감도 매력적이다. 그야말로 이어폰의 정석과 같다. 특히 놀라운 것은 별이 반짝거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3분 33초 구간이다. IE900에선 이 소리가 보컬과 타악기 등 다른 사운드에 묻히지 않고 명확히 구별되어 들렸다.두 번째 곡은 영화 ‘다크나이트’(2008) OST인 ‘Like a dog chasing cars’다. 클래식에 어울리는 것으로 정평이 난 IE900답게 관현악기들이 제각기 뽐내는 단단한 저음을 고스란히 전달한다.엠파이어의 Triton은 개성이 뚜렷했다. 아주 강력한 저음으로 승부를 보는 제품이다. 같은 곡을 들어보니 한층 더 깊고 풍부한 저음이 고막을 때린다. 생전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양감과 깊이다.저음을 듣는 재미가 생겨 다른 곡도 들어봤다.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 1994년 MTV 라이브 버전에서 콩가를 치는 소리가 한층 묵직해졌다. 덕분에 곡이 전체적으로 훨씬 풍성하게 들린다. 첼로 연주자 Hauser가 연주하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는 잔향감이 심금을 울릴 정도다. 팝 가수 크리스토퍼의 ‘Bad’에서도 베이스 기타와 허밍의 저음이 아주 깊고 풍부하다. “저음의 매력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고 작정하고 만든 이어폰이다.다만, 밸런스가 잘 맞느냐고 묻는다면 의문 부호가 생긴다. 저음을 강조하다보니 아무래도 고음은 죽는 모양새다. 앞서 언급한 ‘Circle of Life’의 3분 33초 부분도 Triton으로는 잘 들리지 않았다.종합하자면 밸런스가 잘 맞는 모니터링용으로는 IE900의 승리이지만, 듣는 재미를 선사하는 펀사운드 용도로는 Triton의 승리. 그래서 둘 중 뭐가 탐나느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Triton을 고르겠다. 저음 표현이 그야말로 독보적이다.음역대가 다양한 3중창이나 4중창을 들어보니 차이가 확실해진다. JTBC 성악 예능 팬텀싱어에 나온 ‘바람이 되어’를 Triton으로 들어봤더니 베이스인 김바울의 저음은 더 깊고 굵직하게 들리지만, 카운터테너 최성훈의 고음은 건조하게 들려 매력이 반감됐다. 악기도 마찬가지다. 이츠하크 펄먼이 연주하는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에서 도입부 바이올린 소리가 깔끔하게 들리긴 하는데, 무미건조하고 인상적이진 않다. 다시 IE900으로 돌아가니 이제야 바이올린 특유의 경쾌한 느낌이 살아난다. 드럼 연주가 있는 곡들을 들어봐도 똑같다. 하이햇을 칠 때의 찰랑거리는 소리가 IE900에선 잘 들리지만, Triton에선 죽어버렸다.진짜 그냥 들어봐도 되나요…400만 원 훌쩍 넘는 이어폰이라니이번엔 최종 보스를 들고 왔다. 미국 ‘64오디오’의 플래그십 제품인 ‘U18t’가 주인공이다. 유닛 한쪽당 18개의 BA가 들어갔다는 이어폰이다. 64오디오 측에서도 ‘인이어 사운드의 정점’이라고 자부한다. 가격은 430만 원이 넘어간다.IE900을 들었을 때 ‘이보다 나은 소리를 들려줄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바로 답이 나와버렸다. Sting의 ‘Shape of my heart’ 도입부에서 이미 끝나버렸다. IE900은 여전히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선명하며 균형 잡힌 소리를 들려줬다. 하지만 U18t의 해상도는 남달랐다. 클래식 기타 줄을 튕기는 소리가 너무나 또렷하게 들렸다. 아무래도 고음에서는 DD보다 BA가 유리한 법이다. 저음용 BA 8개, 중음용 BA 8개, 고음과 중고음용 BA를 1개씩 넣은 U18t는 모든 음역대에서 IE900보다 해상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듯하다.클래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발렌티나 리시차,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을 U18t로 들어봤다.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는 금관악기들과 그 사이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바순의 저음이 뇌리에 박힌다. 피아노 연주자가 힘차게 건반을 내리치고, 이내 한꺼번에 연주되는 현악기들의 앙상블이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같은 곡을 IE900으로 들어보니 선예도에서 확실히 U18t가 우위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혹시 가격대 차이로 인한 플라시보 효과는 아닐까? 더 뛰어난 음원으로 비교해보고 싶었다. 더사운드랩에선 앰프와 DAC, 소스 기기를 결합한 DAP도 청음할 수 있다. 눈에 띄는 제품은 올인원 일체형 DAP인 아스텔앤컨 ‘ACRO CA1000T’였다. 소비자가격 300만 원이 넘는 기기를 조심스레 자리로 가져와 다시 두 이어폰을 비교해봤다. 아카펠라 그룹 펜타토닉스가 부른 라이온킹 OST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을 무손실 파일인 FLAC 버전으로 비교 감상했다. 음원이 업그레이드 되니 차이도 분명해지는 듯하다. 역시 더 또렷하고 풍부한 쪽이 U18t였다.더사운드랩에선 여러 헤드폰도 들어볼 수 있지만, 이날은 이어폰 청음만으로 이미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쉽지만 헤드폰은 눈으로 구경하는 것으로 대신했다.음질을 결정하는 또 다른 요소인 케이블도 교체해 들어볼 수 있다. 더사운드랩은 현재 1000만 원이 넘는 선도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선 넘는 가격이다. 직원은 이 케이블을 연결한 이어폰으로 청음한 뒤 다른 이어폰을 들으니 역체감이 너무 심해 한동안 테스트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손님에게 눈치 주지 말라”…오디오 애호가 사장의 신신당부셀프 ‘오디오 오마카세’에 빠지면 시간이 쏜살같이 흐른다. 오후 2시 30분께 매장에 도착했는데, 청음을 마치고 나니 저녁 6시가 넘어버렸다. 수백만 원짜리 이어폰과 헤드폰을 4시간 가까이 공짜로 들은 것이다. 이런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사장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이 정도면 ‘사장님이 미쳤어요’ 현수막이라도 내걸어야 하지 않나 싶다.아쉽게도 이날 반유정 더사운드랩 대표는 출장 중이었다. 매장의 평소 모습을 그대로 취재하고 싶어 사전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간 탓에 발생한 불상사다. 대신 직원을 상대로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더사운드랩은 2016년 설립됐다. 오디오 애호가인 반 대표는 음악 감상이 최고의 취미다. “음악 감상에는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는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말처럼, 반 대표도 음악을 들을 때면 모든 잡생각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그런데 반 대표가 종종 찾던 부산 유일의 청음숍이 폐업한다는 소문이 들려왔고, 이에 그는 직접 가게를 차리기로 했다.반 대표는 직원들에게 딱 한 가지를 신신당부했다. ‘손님이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하라’고 말이다. 오랜 시간 앉아서 이것저것 듣고 있어도 절대 눈치를 주지 말라는 것. 그래서 이 곳을 찾는 손님들은 오히려 반 대표에게 감사를 표한다. 음향 마니아에겐 이런 청음숍의 존재 자체가 축복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창원, 포항, 울산, 전라도, 서울 등에서도 더사운드랩을 찾아온다고 한다. 애초 한국 전역에 있는 전문 청음숍이 총 10군데가 되지 않는다.저 멀리 미국에서도 더사운드랩을 찾아온다. 한국인 부인과 함께 해마다 오는 단골부터 애플 엔지니어까지 미국인들의 방문이 유독 잦다. 이들에 따르면 미국에도 이처럼 한꺼번에 다양한 브랜드의 기기를 들어볼 수 있는 청음숍은 드물다고 한다.항구 도시인 덕에 태국, 러시아 등 다른 국적의 외국인들 역시 자주 방문한다. 얼마 전 한 외국인 손님은 이어폰과 앰프 등을 구매해 총 1000만 원을 쓰고 갔다.더사운드랩의 독특한 점은 중국계 브랜드 제품도 많다는 것이다. 직원에 따르면 하이파이를 표방하는 중국산 브랜드 제품이 쏟아지고 있고, 이들 제품의 퀄리티도 나쁘지 않아 오히려 ‘가성비’ 측면에서 좋다고 한다. 추천 브랜드로는 ‘Simgot’와 ‘수월우’ 등을 꼽았다.이날 더사운드랩에는 기자처럼 여러 기기를 테이블로 가져와 진득하게 노래를 감상한 또 다른 손님 엄 모(25) 씨가 있었다. 인천에서 일하는 직장인인 엄 씨 역시 음악 감상이 취미다. 포털사이트 검색으로 더사운드랩을 알게 된 이후로는 친구들과 부산에 놀러올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방문이라고 한다.엄 씨에게 추천하는 브랜드를 묻자 미국 ‘크리에이티브’사를 꼽았다. 엄 씨는 친구가 ‘캠프파이어’를 추천했다고도 덧붙였다. 한 번 방문할 때마다 기본적으로 3~4시간은 보내고 간다는 그는 “더사운드랩의 최고 장점은 부담 없이 여유롭게 고급 음향기기를 들어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손님 대부분이 오디오 마니아여서일까? 여러 사람이 이어폰과 헤드폰을 사용하는데도 고장률이나 분실률은 극히 낮은 편이다. 직원은 “서울 청음숍에선 고장 나는 일이 종종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 매장에선 여러 사람 손을 타는 것 치고는 제품들이 정말 멀쩡하다”면서 “서울에선 이어팁 도난 사고도 많다는데, 우리는 그런 작은 이어팁조차 몰래 가져가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아마 낮은 분실률과 도난률은 반 대표의 ‘진심’이 마니아들에게 통했기 때문일테다. 더사운드랩 한 켠엔 영국 스피커 브랜드 ‘마샬’(Marshall) 본사에서 제작한 매대가 있다. 매장을 찾았다가 한눈에 반한 본사 측에서 자사 제품을 전시하고 싶다며 직접 제작해 제공했다. 당시 마샬 측은 매장 바깥에서도 눈에 쉽게 띌 수 있는 매대까지 만들어주겠다고 했지만 반 대표는 이를 거절했다. ‘너무 티나는게 싫다’는 이유였다.더사운드랩은 실내 규모가 크지 않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찾아오면 여유롭게 음악 감상을 하기 힘들다. 그래서 반 대표는 이곳이 청음숍이라는 것을 티 내고 싶지 않았다. 인테리어 공사 당시 밖에서 보면 무엇을 판매하는 곳인지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게끔 의도했다고 한다. 덕분에 알음알음 이곳을 찾아온 오디오 마니아들은 한결 여유롭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한편으로는 혹시나 이 기사로 인해 더사운드랩에 손님이 갑자기 몰리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매장을 방문해볼 의향이 있는 미래의 손님들에게 미리 부탁드린다. 이곳은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소중한 아지트이므로, 물건들을 조심히 다뤄주시길 바란다. 요란한 일상은 잠시 뒤로 하고, 음악이 있는 더사운드랩에서 여유를 찾아보길 권한다.
제2 이기대 난개발 없도록… 부산시, 지침 바꾼다
아이에스동서(주)가 이기대 경관을 가리는 고층 아파트를 지으려다 시민 반발에 부딪혀 철회한 것과 관련, 부산시가 주택 심의 지침 개정에 나섰다. 행정 절차를 보완해 난개발을 차단하려는 조치다. 부산시는 ‘부산시 주택사업 공동위원회 운영 지침’을 개정하는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올해 아이에스동서가 이기대 턱밑에 고층 아파트를 세우려다 지역 반발에 부딪혀 사업을 철회한 일을 계기로, 시 주택사업 공동위원회 역할을 강화해 유사한 난개발 시도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시 주택사업 공동위원회는 주택 건설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건축·도시계획·교통·경관 등 사업계획 승인과 관련된 사항을 통합 심의하는 위원회다. 아이에스동서도 올해 2월 주택사업 공동위원회 심의를 받았고 1차례 회의를 거쳐 심의를 통과했다. 당시 주택사업 공동위원회는 주택 건설계획 중 용적률 등이 포함된 지구단위계획과 관련된 내용은 다루지 않아 문제가 됐다. 현재는 건물 형태, 구조, 교통 등 건설 계획 전반에 대한 내용 위주로 심의가 이뤄진다. 행정 절차도 시 주택사업공동위원회를 먼저 통과한 뒤 관할 기초 지자체가 지구단위계획 내용 검토를 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시는 앞으로는 사업자가 지구단위계획 등을 포함한 사업계획 승인을 우선 관할 기초 지자체에 신청한 뒤 이를 시 주택사업 공동위원회가 심의하도록 지침을 변경하기로 했다. 시 주택사업 공동위원회 전문위원이 지구단위계획 내용까지 포함된 심의를 진행할 수 있기에 난개발을 막을 절차가 추가된다는 게 시 관계자 설명이다. 시는 또 현행 건축·도시계획·교통·경관 등에 다른 분야도 통합 심의할 수 있는지를 검토 중이다. 시 주택사업 공동위원회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지침 개정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마무리될 전망이다. 부산시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구청이나 관련 부서가 지구단위계획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시 주택사업 공동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하면 전문위원이 다시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는 것”이라며 “지침이 개정되면 각 구·군에 공문을 보내 곧바로 시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2024 부일영화상 사회자에 배우 김동욱·고아성
1958년 시작돼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2024 부일영화상’ 시상식에 충무로를 이끄는 배우 김동욱과 고아성이 사회자로 나선다.김동욱과 고아성은 오는 10월 3일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리는 ‘2024 부일영화상’ 시상식 무대에 선다. 두 사람은 본 시상식에 앞서 올해 레드카펫을 첫 번째로 밟으며 영화상 포문을 화려하게 열 예정이다.충무로 중심축인 두 사람은 오랜 시간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얼굴로 활약해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 제작자들과 함께 한국영화 부흥기를 이끌었으며 명실상부한 충무로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장르와 캐릭터에 한계를 두지 않고 도전과 확장을 계속해온 두 사람은 매 작품 맞춤옷을 입은 듯한 연기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모두 천만 관객을 모은 ‘천만 영화’ 주연으로서 연기력과 흥행력을 모두 인정받은 배우라는 공통점도 있다.2004년 영화 ‘순흔’으로 데뷔한 김동욱은 영화 ‘국가대표’ ‘달콤한 거짓말’ ‘신과함께-죄와 벌’ ‘신과함께-인과 연’ ‘어쩌다, 결혼’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자체발광 오피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어쩌다 마주친, 그대’ ‘이로운 사기’ 등에 출연해 대중을 만났다. 특히 주연으로 나선 김용화 감독의 ‘신과함께’ 시리즈에선 흡인력 있는 연기를 선보여 두 편 모두 천만 영화로 만드는 데 큰 몫을 했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으로는 그해 MBC 연기대상을 거머쥐었다. 스크린 데뷔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여러 장르와 캐릭터를 넘나들며 연기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11일 공개되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플러스 ‘강매강’ 주연으로 나서 다시 한번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1999년 광고 모델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고아성은 2006년 첫 작품 ‘괴물’에서 선 굵은 연기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단숨에 충무로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당시 ‘괴물’은 1091만 명을 모았고, 고아성은 첫 작품부터 천만영화 주연으로 우뚝 서 화제를 모았다. 이후 영화 ‘설국열차’ ‘우아한 거짓말’ ‘뷰티 인사이드’ ‘오피스’ ‘더 킹’ ‘항거: 유관순 이야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 ‘라이프 온 마스’ ‘트레이서’ 시즌1·2 등에서 캐릭터 확장과 연기 도전을 계속하며 내공을 쌓았다. 고아성은 봉준호, 한재림, 이한 등 충무로 대표 감독들의 작품에서 활약하며 한국영화 부흥기를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영화 ‘한국이 싫어서’로 대중을 만났으며 현재는 이종필 감독의 ‘파반느’ 촬영에 한창이다.한편 제33회 부일영화상은 10월 3일 오후 5시 부산 해운대구 중동 시그니엘 부산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16개 부문의 주인공이 공개된다. 본 시상식 후에는 한국영화 발전에 앞장선 영화인들이 함께 모여 ‘애프터 파티’를 진행한다. 시상식은 네이버TV, 유튜브 등에서 생중계된다.
“그만한 시설이 있나”… 복합리조트 유치론 다시 ‘고개’ [글로벌 DNA 깨우자]
국내 첫 항만 재개발 사업지인 부산항 북항은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의 중심이다. 노후한 원도심을 부흥시켜 동서 개발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향후 광역급행철도(BuTX)가 연결되면 가덕신공항을 비롯해 부산역, 크루즈 터미널 등 육해공 모두 접근성이 개선된다. 기업과 청년 유출이 극심한 부산의 새 활력이 될 핵심 입지지만, 마땅한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는 등 좀처럼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다시 떠오르는 ‘복합리조트’ 북항 재개발의 핵심은 랜드마크 부지다. 북항 단일 사업 중 최대 규모(11만 3316㎡)인 데다 1단계 사업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부산 앞바다와 친수공원을 낀 ‘워터 프런트’로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법적으로 단독 주택, 공장 등 극히 일부만 제외하면 어떠한 개발 제한도 받지 않는다. 이에 지역에서는 랜드마크 부지 상부 시설을 두고 여러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해변 돔 야구장이 대표적이다. ‘야도(야구의 도시)’ 부산에 걸맞은데다 부산역에서 도보로 접근할 수 있어 전국 야구팬을 끌어모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부산시는 재원 마련의 어려움으로 야구장 건설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땅값을 제외하고도 수천억 원이 필요한데 이를 감당할 곳이 없고, 비수기 때는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사직야구장이 이미 재건축이 결정된 데다, 부산에 본적을 둔 롯데는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이미 1000억 원을 기부한 상태다. 대관람차나 놀이공원, 공연장 등 다른 시설도 수익성 문제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복합리조트가 랜드마크 부지에 들어설 대안 중 하나로 부상한다. 복합리조트는 카지노를 포함해 숙박, 비즈니스 행사, 쇼핑, 여가 등의 기능을 모은 대규모 시설이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가 있다. 복합리조트는 카지노를 통해 큰 수익을 확보하고 대규모 공연장, 5성급 호텔 등 관광 시설로 집객 효과를 누린다. 마리나 베이 샌즈가 고용 창출 등 경제적 효과를 거두면서 세계 각국에서 복합리조트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행성 조장’ 기류 달라졌나 과거에는 카지노를 중심으로 사행성 조장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컸다. 하지만 올해 부산이 광역시 중 첫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등 경기 침체와 인구 감소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복합리조트를 재조명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시는 2013년 처음 복합리조트 설립을 추진했다. 같은 해 정부가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인천 영종도에 외국인 카지노 복합리조트 설립을 허용하면서 자극을 받았다. 2015년에는 세계적인 카지노 그룹인 라스베이거스 샌즈그룹이 북항에 최대 5조 원 규모의 복합리조트를 짓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국인 입장을 허용하는 ‘오픈 카지노’를 전제로 하자 사행성 조장 논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후 10년 가까이 복합리조트 논의는 수면 아래 가라앉았지만, 최근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제정 움직임과 맞물려 “부산을 위해 북항에 뭐라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미 복합리조트를 유치한 다른 국가가 상당한 경제 파급 효과를 보고 있다는 사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동의대 산학협력단은 북항에 복합리조트가 건설되면 1만 6000여 명의 고용 효과와 23조 5100억 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를 담당한 동의대 윤태환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복합리조트는 카지노 수익을 수단으로 활용해 호텔, 컨벤션 센터, 공연장 등 ‘논 게이밍’(카지노 외) 시설을 영리하게 갖출 수 있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형 복합리조트 추진해야” 전문가들은 북항에 외국인 카지노와 관광 시설을 결합한 ‘한국형 복합리조트’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 세계적인 복합리조트 유치 경쟁 속에서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오픈 카지노 복합리조트가 추세인 해외와 달리, 국내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만 설립할 수 있다. 오픈 카지노보다 투자 유치 금액이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아 빠르게 추진이 가능하다. 현재 경제자유구역에는 외국인 투자액이 5억 달러(약 6724억 원)가 넘을 경우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설치할 수 있다. 시민 대상 여론조사와 전 세계 카지노 시장 분석 등을 통해 복합리조트가 지역에 미칠 득과 실을 재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윤 교수는 “예전보다 각국의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상황도 많이 바뀌었다. 부산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현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땅만 조성하면 콘텐츠 채워진다는 안일함 버려라 [글로벌 DNA 깨우자]
전례 없는 대규모 항만 재개발의 화룡점정이 될 북항 재개발 3단계 사업이 닻을 올렸다. 부산시는 지난 6월 3단계의 청사진을 제시할 마스터플랜 용역에 돌입했다. 3단계는 부산항 양쪽에 뻗어 있는 영도구와 남구 우암·감만 일대 515만㎡ 부지로, 1·2단계를 합친 것보다 규모가 크다. 북항 재개발의 ‘규모의 경제’ 효과를 일으키고, 부산의 새 먹거리 산업을 키울 최적의 후방 기지로 꼽히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침체해 있는 1·2단계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속도보다는 세밀한 ‘전략화’에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 산업화’ 전략 세워야 북항 재개발 3단계는 아직 ‘구상 단계’다. 시는 마이스, 신해양산업, 첨단 복합도시 등을 만들겠다는 큰 그림만 제시할 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에 각 지역의 인프라, 특화 산업과 연계해 3단계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영도의 경우 아르떼뮤지엄을 비롯한 전시, 커피산업 등이 번성하고 있고 국내 유수의 해양기관이 밀집했다. 노후 공업지역을 재생하는 ‘영블루벨트’ 사업도 진행되는 등 부산의 핫플레이스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3단계 사업은 기존 특화 콘텐츠를 산업화로 이끌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는다. 가령 영도를 단순히 유명 카페가 즐비한 곳이 아닌, 커피산업에 필요한 무역·로스팅 집적 단지로 구축하는 식이다. 한국해양대 해양공간건축학부 오광석 교수는 “기존 형태는 결국 상인 간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고, 핫플레이스가 되더라도 임대료 상승을 부추겨 기존 카페가 버티지 못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면서 “산업화를 통해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면 관광, 문화도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영도는 기존 노후화한 수리 조선업의 인프라와 인력을 활용해 마리나, 해양레포츠 산업도 키울 수 있다. 3단계 부지에 해양레저 기능을 담을 경우 보트나 요트 등 관련 선박의 개조·수리 수요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필요한 인력 재교육, 장비 최신화에 나선다면 쇠퇴하는 수리 조선업의 명맥도 유지할 수 있다. 반대쪽 우암·감만·신선대부두 부지는 ICT(정보통신기술) 기술을 접목한 테마 공원 등의 아이디어가 제시된다. 부지가 철도와 도로로 막혀 있는 데다, 배후 부지가 대부분 아파트로 활용돼 주민 이용 시설에 대한 수요가 클 것으로 분석된다. 동천 하류와 연결되는 해상 공원, 체험 공간, e스포츠 경기장 등의 의견도 나온다. 더불어 영도에 비해 육지 공간이 넓고 정박지로 쓰기에 적합한 해안선을 가져 물류, 유통, 해양레저 중심지로도 우수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체 경쟁력 키울 묘책 고민해야 북항 재개발 3단계는 2035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후보지로도 언급된다. 시는 3단계에 대해 2년간 기본계획 구상 용역을 진행한 뒤 해양수산부 항만기본계획에 반영해 2040년 준공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일부 사업 부지는 2035월드엑스포 개최지로 활용될 수 있다. 엑스포 후보지로 선정되면 3단계 사업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러나 2단계 사업이 사실상 ‘엑스포 만능주의’에 기댄 탓에 삐걱대고 있는 만큼 3단계는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영도-우암 간 해저터널, 도심항공교통(UAM), 수상택시 등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적극 검토하고, 지역 정치권과의 협력으로 행정·세제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엑스포와 같은 외부 호재는 ‘촉진제’ 정도로 여겨야 한다는 얘기다. 2단계의 경우 2030부산월드엑스포가 무산되면서 공동 사업 시행자였던 토지주택공사, 코레일 등이 사업 참여를 꺼리고 있다. 수익성에 대한 검토도 다시 이뤄지며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민간 주도형 사업도 검토해야 전문가들은 3단계는 1·2단계를 비롯한 기존 재개발 사업의 개발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관이 주도하는 기존 방식은 경제·정치 상황에 민감한 탓에 리스크가 커, 민간 주도형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싸이트플래닝건축사사무소 한영숙 대표는 “볼티모어도 지역 상공인이 의기투합해 땅을 사고, 지역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재개발지에 넣었다”면서 “실제 북항 일대 사업주들을 만나보면 부지를 그냥 팔려고 하기보다, 가치 있는 지역 랜드마크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실제 관이 주도하더라도 민간과 사업 초기부터 협력해 개발하려는 산업 생태계에 대한 사전 조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관이 토지를 조성해 개발 사업자에게 분양하는 역할 분담 방식은 1·2단계에서 보듯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 예전처럼 땅을 조성해 놓기만 하면 잘 팔리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의 유연한 사고 방식이 접목되도록 토지이용계획 등도 폭넓게 설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로컬바이로컬 홍순연 대표는 “과거 북항 1·2단계 라운드테이블 때도 문화역사지구, IT업무지구 등 특정 용도를 정해 놓다 보니 답답한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지금은 ‘제3의 공간’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로 서로 다른 콘텐츠가 결합하는 시대다. 하나의 공간을 다양하게 쓸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바생 5명 중 4명 추석에도 일한다
아르바이트생 5명 중 4명이 추석 연휴 기간에도 근무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은 알바생 13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8%가 추석 연휴에도 근무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10일 밝혔다. 추석 연휴에 근무한다고 응답한 알바생 1043명 중 64%는 기존 근무시간대로 근무하고, 5명 중 1명은 기존보다 단축(8.9%) 혹은 추가(11.9%) 근무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추석 연휴에 근무를 하지 않는 295명 중 84.1%는 무급 휴가였으며 유급으로 쉰다는 알바생은 15.9%에 불과했다. 연휴 중 복수의 일자리(N잡)을 시도한다는 응답도 있다. 기존 근무는 쉬고 새로운 단기 알바를 구직해 근무한다는 알바생이 10.4%, 기존 근무를 하면서 새 단기 아르바이트도 병행하는 알바생은 4.8%로 나타났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새롭게 알바를 구직하는 이들도 있다. 현재 알바를 하지 않는 개인회원 2181명 중 41.5%가 추석 연휴에 알바를 계획 중이라 답했다. 연령별로는 10대 40.2%, 20대 38.5%, 30대 42.6%, 40대 44.3%, 50대 이상 46.7%로 중장년층의 추석 단기 알바 구직이 더 활발했다. 추석 연휴에 단기 알바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단기로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서’(53.9%, 복수 응답)로 나타났다. 이어 연휴 동안 특별한 계획이 없어서(25.6%),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으로 추가 수입이 필요해서(22.2%), 여행 경비·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18.2%) 등 순이었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 내달 초 출범
부산·경남 행정통합 밑그림을 다듬고 최종 마무리 작업까지 맡게 될 공론화위원회의 출범 시점이 다음 달 초가 유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통합을 위한 대시민 설득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공론화위에 사실상 부산·경남 행정통합의 성패가 달린 만큼 부산시와 경남도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부울경의회 연합회 소속 부산시의회 이준호(금정2) 의원에 따르면, 부산시와 경남도는 10월 중 공론화위를 띄우기 위해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는 구체적인 출범 날짜를 두고 조율에 들어간 가운데, 다음 달 둘째 주 후반이 유력시되고 있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는 하향식으로 파국을 맞은 대구·경북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시도민 의사를 최우선에 두는 ‘상향식’ 통합을 위해 구성한다. 지난달 28일 홍준표 대구시장의 공식 선언으로 대구·경북 통합은 무산이 됐다. 대구·경북은 2019년에도 한 차례 추진에 나섰다가 시도민 공감대 부족 등을 이유로 2021년 중단된 바 있어 지자체장이 정치적 셈법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여 실패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있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논의도 대구·경북처럼 무리하게 속도를 내다가는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부산, 경남 시도민 총 4000명을 대상으로 2회에 걸쳐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 응답은 35.6%에 그친 반면 반대 45.6%에 달했다. 특히 행정통합을 추진 중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무려 10명 중 7명이나 됐다. 결국 공론화위 설치는 각 지역에서 나오는 다양한 요구와 불만을 피하지 않고 공론화위를 매개로 행정과 주민의 간극을 최소화하겠다는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의 복안인 셈이다. 우선 공론화위는 총 30명으로 구성되며 경남과 부산에서 시민단체, 주민자치회, 시장군수협의회, 학계 인사들을 두루 포함해 각각 15명을 임명한다. 위원으로는 부산·경남 광역 의원도 이름을 올려 각 의회의 의견도 적극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위원장은 시도에서 각 1명씩을 추천해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되는데, 부산의 경우 학계와 상공계 인사 등 복수의 후보를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론화위는 발족과 동시에 지난달 구성된 부산·경남 행정통합 추진 태스크포스(TF)팀에서 작성한 기본 구상안 초안을 개선하는 연구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한 통합과 관련한 이후의 모든 논의가 공론화위 중심으로 이뤄지게 되는 만큼 기본 구상안 수정부터 도민 의견 수렴 방법 설계까지 공론화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게 된다. 행정통합을 주제로 자치단체와 주민을 잇는 말 그대로 ‘다리’ 역할인 것이다. 이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주민 의렴 수렴을 마쳐 부산시와 경남도에 결과보고서 제출을 끝으로 활동을 종료한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찬성 의견이 우세하다면 행정통합 특별법 제정에 즉각 나선다는 방침인 만큼 이들의 활동에 따라 통합의 당락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공론화위가 어느 정도 위상을 갖추고 제구실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의원은 “아직 부산·경남 행정통합에 대한 주민 반응은 뜨겁지 않지만 방향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수도권 일극 체제로 인한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의 존망이 이번 통합에 달린 만큼 양 시도지사가 공론화위가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어류, 멍게 이어 이번엔 굴? …남해안 굴 양식업계 ‘종자·채묘’ 비상
“올해는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지금 상태라면 내년은 일손을 놓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올여름 남해안을 덮친 역대급 고수온에 어류, 멍게 이어 굴 양식장까지 비상이다. 당장 내달 출하를 앞둔 성체는 그나마 괜찮은데, 가뜩이나 종자가 부족해 발을 구르는 와중에 겨우 확보한 채묘까지 떼죽음해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수온이 진정되자 한숨 돌렸던 어민들은 다음 농사 걱정에 벌써 울상이다. 10일 경남 통영에 본소를 둔 굴수하식수협에 따르면 최근 진동만과 자란만 일부 해역 양식장에서 ‘산소부족물덩어리(빈산소수괴)’ 피해로 추정되는 양식 굴 폐사가 확인됐다. 빈산소수괴는 바닷물에 녹아있는 산소 농도가 L당 3㎎ 이하인 현상이다. 한여름 남해안에서 종종 발생해 양식생물 폐사를 유발한다. 최근까지 접수된 양식 굴 피해는 14개 어가, 피해액은 1억 9700만 원 정도다. 수협 관계자는 “아직은 평소보단 심한 정도다. 굴은 주변 환경에 문제가 생기면 껍데기를 닫아 버리는 데다, 일일이 꺼내 확인할 수도 없어 아직 정확한 집계는 못 한 상태”라며 “보통 9월 물이 바뀔 때 폐사가 많이 발생한다. (추가 폐사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했다. 다행히 고수온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딱딱한 껍데기가 알맹이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내달 시작될 출하 작업에는 큰 지장이 없을 전망이지만, 문제는 내년이다. 갈수록 종자 난이 심해지는 와중에 올해 고수온에 채묘까지 망쳤다. 남해안 굴 양식업계가 필요로 하는 종자는 한 해 1000만 연 정도다.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자연종자는 제한적이라, 절반 정도는 육상 시설에서 인공 배양한 종자로 충당해 왔다. 그런데 최근 3년 사이 인공종자 생산량이 급감했다. 매년 전년 대비 20% 이상 줄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어민이 종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온이) 저점에서 고점에 닿는 시간은 짧아졌고, 고점이 유지되는 기간은 너무 길어졌다. 이 과정에 각종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증식됐을 공산이 크다”며 “여기에 강수량 감소로 바닷물 염도가 높아져 굴 생장에 지장을 주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국립수산과학원도 원인 규명에 나섰지만 아직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해황 발생 등으로 굴의 생리적인 변화와 산란에 참여하는 어미 굴의 부족 등 굴 산란량 감소를 일으키는 복합적인 원인’ 정도로 추정할 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여름 자연종자 최대 생산지인 가덕도 인근이 고수온에 초토화됐다. 겨우 확보한 채묘 역시 마찬가지. 채묘는 굴 종자를 가리비나 굴 껍데기에 부착시키는 작업이다. 농사로 치면 밭에 씨를 뿌리는 과정이다. 업계에선 6~8월 사이 채묘한 어린 굴로 이듬해 수확할 물량을 확보한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 이후 30도에 육박하는 이상 고온 현상이 한 달 가량 이어지면서 본 어장 입식에 앞서 거제 앞바다에서 단련 중이던 채묘가 궤멸 상태다. 게다가 종자나 채묘는 정부 지원 대상이 아닌 탓에 이상해황 등 자연재해로 집단 폐사가 발생해도 최소한의 복구비조차 못 받는다. 또 양식수산물재해보험 가입도 안 돼 이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어민이 떠안아야 한다. 굴수협 지홍태 조합장은 “이대로는 씨앗이 없어 농사를 못 짓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다양한 육종 연구를 통해 기후 변화를 극복할 우량종자와 그에 맞는 먹이생물을 개발, 보급할 전담 기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쌀 공급 과잉 전망… 2만㏊ 재배면적 줄여
추석 명절을 앞두고 당정이 ‘성수품 수급 점검 및 수확기 쌀값·한우값 안정 대책 민당정협의회’를 개최했다. 당정은 쌀 수급 안정 대책으로 2만ha(헥타르)의 밥쌀 재배면적을 즉시 격리하고, 한우값 안정을 위해 암소 1만 마리를 추가로 감축하기로 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10일 국회에서 농축산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협의회를 열어 이같이 합의했다. 당정은 올해 쌀 공급 과잉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우선 2만㏊(헥타르·1㏊는 1만㎡)의 밥쌀 재배면적을 즉시 격리하고, 10월 통계청 예상 생산량 발표에서 사전격리 이외 초과 생산량이 발생하면 추가 격리하기로 했다. 반복되는 과잉 생산 문제 해결을 위해 벼 재배면적 감축 목표 상향과 재배면적 신고제 및 지역별 감축 면적 할당제 등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감축 면적 조정 결과에 따른 인센티브 및 페널티 부과 방안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생산자 단체 측과 협의를 거쳐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쌀 생산을 늘리기 위한 쌀 등급제 개편과 함께 친환경 벼 재배는 장려하되 다수확 품종은 보급종에서 제외하는 등 질적 개선안도 추진된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시장을 왜곡시키는 쌀 의무 매입 방식보다는 시장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식량 안보와 쌀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책임 있는 정책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정책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당정은 또 한우 수급 불안 해소를 위해 추석 이후에도 대대적인 할인행사와 단체급식 등 원료육 납품을 지원하고, 기존 13만 9000마리에 더해 암소 1만 마리를 추가로 감축하기로 했다. 내년까지인 사료 구매자금 한우농가 지원분 6387억 원 상환 기한을 1년 연장하고 자금 규모도 올해처럼 1조원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주요국 소고기 관세 철폐에도 자급률 40%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우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추진된다. 한우의 긴 생육 특성을 고려해 송아지 생산 단계에서부터 사전 경보 체계를 마련하고 과잉 생산 예상시 증산 억제 및 사육 감축 등 선제적 수급 관리 체계를 운용할 계획이다. 당정은 추석을 앞두고 평시 대비 1.6배 수준의 역대 최대 규모 성수품 공급에 사과·배 등 가격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배추는 수급 불안에 가격이 높다고 판단, 정부 가용 물량 공급을 최대한 늘리고 출하 장려금 지원을 상향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정부질문도 파행…협치 대신 파열음 커지는 정가국회
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이 시작 이틀 만에 차질을 빚었다. 국무위원 불참을 놓고 야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본회의 일정이 늦춰졌다. 여야는 이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한 압수수색 등 현안을 놓고도 충돌을 이어갔다. 이날 외교·통일·안보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은 당초 오후 2시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조태열 외교부·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불출석 문제로 늦춰졌다. 두 장관은 지난 9일 서울에서 개막한 ‘2024 인공지능(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 고위급회의) 참석으로 이날 본회의에 출석할 수 없다는 사유서를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이와 관련 “외교부의 경우 8월 30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국무위원 대리출석 양해 요청을 했다”며 “민주당은 9월 3일 국무위원 대리출석 양해 확인서에 원내대표 직인을 찍어 양해 확인서를 외교부 측에 전달했고, 국민의힘도 원내대표 직인을 찍어 대리출석 양해 확인을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지난 5일 국무위원 대리출석 양해 상황을 여야에 전달했고, 전날 양당 원내대표가 직인을 찍었다는 게 국민의힘 설명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에게 “대정부질문 국무위원 출석 여부는 일찍이 본회의를 통해 결정했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는 양당 교섭단체의 승인, 동의를 받아서 불출석하게 된다”며 “국제행사로 불가피하게 참석하기 어렵게 됐다고 알고 있고 양당과 국회의장 허가를 득해서 불참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두 장관이 불출석 사유로 밝힌 대외 일정에 대해 “기념 촬영, 주제 발표, 토론과 만찬 등이 중심이고 장관 참석이 필수적인 양자 회동 등은 늦은 시간에 진행된다”며 일정 참석은 국회 출석을 피하려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유신 독재, 전두환 독재 때도 이러지 않았다”며 “국회를 무시하면서 불출석을 고집하면 이에 따른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정부질문 질문자로 예정된됐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도 성명을 내고 “외교부·국방부 장관 없이 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질문을 하라는 것은 국회 능멸”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정부질문 계획과 국무총리 및 관계부처 장관 출석 요구의 건은 지난 2일 본회의에서 여야가 함께 통과시킨 사안이라 법적 효력을 가졌다고 강조하면서 두 장관의 국회 출석을 촉구했다. 결국 이날 대정부질문은 두 장관이 참석할 수 있는 시간으로 연기됐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대정부질문 시간이)조정됐다”며 “외교부 장관은 7시에 맞춰 출석하고, 국방부 장관은 9시에 출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야는 이날 경찰의 방심위 압수수색을 놓고도 정면충돌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는 이날 방심위의 청사, 노조 사무실, 서초사무소, 일부 직원 주거지 등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이 권익위 부패 신고 등으로 외부에 알려지는 과정에서 방심위 직원이 민원인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차원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철저한 수사와 진실 규명으로 정치공작 카르텔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위는 “공공기관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한 국민의 사생활과 개인정보는 엄격히 보호돼야 마땅하다”며 “게다가 해당 개인정보가 특정 정파적 목적을 가진 세력에 입수돼 정치공세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정치공작”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최소한의 균형도 갖추지 못하고 정권의 하명 수사에만 혈안이 된 경찰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공익제보자 색출 수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과방위 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방심위를 향한 무도한 경찰 탄압에 대한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해 오는 13일 긴급 현안질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현안질의에 류희림 방심위원장과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 등의 출석도 요구했다.
국방부, 오물풍선 기폭장치 논란에 “발열 타이머” 해명
북한의 ‘오물풍선’으로 인한 화재가 이어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데 대해 군 당국이 “전략적 상황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은 최근 수도권에서 오물풍선에 불이 붙은 ‘기폭장치’가 발견된 데 대해선 “발열 타이머”라며 “현재로선 낙하 후 신속 수거가 가장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10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오물 풍선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와 관련 기폭장치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북한 쓰레기 풍선에 포착된 발열 타이머가 풍선과 적재물을 분리시키는 열선을 작동시키는 과정에서 불완전 분리 상태에서 낙하되면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면서 “세부 화재 원인은 관계기관에서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김포국제공항 인근 화재 발생 공장에서 북한 오물 풍선의 기폭장치로 보이는 물체가 발견돼 소방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김포공항과 2∼3㎞ 떨어진 해당 공장은 지난 5일 오전 3시 20분께 불이 나 공장 건물 등이 탄 곳이다. 당시 1시간 17분 만에 불을 끈 소방 당국은 지난 9일 현장에서 화재 원인을 조사하다가 해당 물체들을 발견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물 풍선 기폭장치 추정 물체는 이날 오후 공장 지붕 잔해물 철거 과정에서 공장 관계자들에 의해 추가로 발견되기도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부 보도에 ‘기폭장치 폭발’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발열 타이머로 낙하물 비닐을 가열시켜서 공중에서 찢는 방식”이라며 “풍선을 공중에서 격추하게 되면 적재물 낙하 또는 유탄에 의한 위험성이 더 높으므로 현재로서는 자연 낙하 후에 신속히 수거하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기폭장치에 의한 폭발 공격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까지는 판단(발열장치)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 오물 풍선으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국방부 측은 “군에서 전략적으로, 작전적으로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다”면서 “피해 발생 가능한 지역에 대해서 군과 경찰이 공조해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필요한 예방 대책을 강구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예방대책에 대해선 “미리 문자도 공지하고 수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혀 기존 대책만 언급했다. 북한이 지난 5월 말부터 날려 보낸 대남 오물 풍선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수도권에서 잇따르고 있다. 최근까지 확인된 최대 재산 피해 사례는 지난 8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발생했다. 당일 오후 2시께 광탄면 창고 옥상으로 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이 떨어지면서 불이 나 8729만 원(소방서 추산)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지지부진 여야의정 협의체 ‘박민수 경질’로 돌파구 찾나
여권이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의료계는 ‘2025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며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내년도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돼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의사들의 강하게 거부감을 표출하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교체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10일에도 의료계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 한동훈 대표는 최근 비공개로 복수의 의료계 인사들을 만나 협의체 참여를 설득하고 있으며, 추석 연휴 전까지도 다방면 접촉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 대표는 11일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차 찾는 부산 일정에도 경남 양산 부산대병원 응급실 방문을 포함시켰다. 한 대표는 지난 2일에도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을 찾은 바 있다. 한 대표는 전날 당 지도부에 “각자 의료계 인사들을 접촉해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설득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석 연휴 전 협의체를 띄우겠다는 목표 아래 당 지도부 전원이 ‘맨투맨’ 설득전에 나서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아직 협의체 참석에 미온적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힌 의사 단체가 있는지 묻는 기자들 질문에 “아직 섣불리 이야기하기 이른 단계”라며 “단체별로 여러 사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말씀을 드릴 단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정부나 여당이나 의료계가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제시하는 2025년 의대 증원 백지화는 불가능하다는 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의대 증원이 반영된 내년도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된 상황에서 이를 백지화할 경우, 더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당 내에서는 의료계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수단으로 박 차관의 경질론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차관은 올해 2월 의대 증원 발표 직후부터 사실상 정부의 의료 개혁 전도사로 나서면서 의사들을 향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전공의가 병원을 이탈한 직후 “독일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동안 의사들이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한 적 없다”고 하면서 ‘의사’를 ‘의새’로 발음해 의사들의 반발을 샀다. 의새는 의사를 비하하는 표현이다. 또 3월에는 “의사가 현장에 하나도 안 남으면 전세기를 내 환자를 치료하겠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고, 이달 4일에는 경증 환자 응급실 방문 자제를 요청하면서 “본인이 전화를 해서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면 경증”이라고 말했다가 사과하기도 했다. 이에 의료계는 박 차관을 ‘공적’으로 거론하며 일찌감치 경질을 요구해왔다. 박 차관의 교체 요구는 여당 내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앞서 김종혁 최고위원은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차관을 겨냥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고, 6선의 조경태 의원도 “여야정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몰두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하면 정부 관계자 경질 문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질론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지난 9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차관 정도는 스스로 고민을 좀 하는 것도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의 입장은 완강하다. 대통령실은 지난 6일 박 차관의 경질 가능성에 대해 “전혀 없다”고 밝혔고, 추경호 원내대표 역시 이날 보건복지부 장·차관 교체 요구에 대해 “지금은 여야의정 협의체를 통해 현실적 의료 개혁 방안을 논의할 단계이지, 인사 조치를 거론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상황”이라며 선을 그었다. 의대 증원 확대에 대해 비타협적 입장을 고수하는 의료계의 행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박 차관을 경질할 경우 정부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데다 ‘여론 무마용’ 인사를 극도로 싫어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스타일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친한계에서 박 차관 경질론을 강하게 제기할 경우 당정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만 친윤계 역시 ‘협의체에서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인 만큼, 의료계의 참여가 이뤄지면 이 문제 역시 ‘패키지로’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오는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뒤 관계 부처 합동으로 대국민 기자회견을 연다. 총리실은 “응급 의료 종합 상황 및 국민께 드리는 당부 말씀이 주요 내용”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지명직 최고위원에 송순호 경남도당위원장 유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송순호 경남도당위원장과 주철현 전남도당위원장을 유력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에 영호남 도당위원장을 각각 배치해 ‘수도권 현역의원’으로 채워진 지도부의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0일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민주당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영호남의 도당위원장이 유력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은 5명의 최고위원을 전당대회 경선으로 선출했고 이재명 대표가 지명하는 지명직 최고위원 2명 발표가 조만간 이뤄질 예정이다. 원외 인사인 송 위원장은 창원시의원과 경남도의원 출신으로 강성 친명(친이재명)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 소속이다. 친명계 재선 의원인 주 위원장은 전남 여수갑이 지역구로, 대검찰청 공안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광주지검장, 대검 강력부장 등을 역임한 검찰 출신이다. 이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호남과 영남의 도당위원장을 선택한 데 대해선 ‘수도권 지도부’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대표,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이 모두 수도권 지역구의 현역의원이다. ‘출신지’를 기준으로 한준호 의원(전북 전주)을 제외한 5명이 영남에 연고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지역구 의원은 해당 지역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수도권 중심주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 지도부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 부산 현안에 대해 침묵하거나 반대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이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에 영·호남을 안배한 것은 10·16 기초단체장 재·보궐선거를 비롯해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당시 호남에서는 조국혁신당과 지지율 경쟁을 했고 부산, 울산, 경남에서는 국민의힘에 밀려 의석이 줄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전 대통령은 최근 이 대표에게 “재집권을 위해 지지층의 기반을 넓히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면서 “특히 부울경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45%를 득표해 당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활동한다면 더 큰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부산시의회 “택시업계 도산 위기…심폐소생술 필요”
부산시의회에서 지난해 최대 적자를 기록하는 등 도산 위기에 처한 택시업계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을 받는다.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소속 성현달(남3) 의원은 9일 제324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에서 “부산 택시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심각한 경영난과 존폐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부산시가 적극적인 정책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택시 운수종사자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으며, 현재 택시 가동률이 45%에 불과해 부산 시민들의 이동 편의성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성 의원은 택시업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4대 정책을 제안했다. 그는 우선 “현재 택시업계는 카드 수수료도 부담이 크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 카드 결제 수수료를 일정 기간 동안 전액 지원하거나 세제 혜택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운행 택시의 효율적 활용 방안도 마련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성 의원은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법인택시를 이용한 복지시설 차량 지원 사업 등을 언급하며 “부산의 법인택시 중 절반 이상이 운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운행 택시를 공공서비스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퇴근 셔틀 서비스, 관광객을 위한 특별 운행 프로그램, DRT, 복지시설 차량 지원 사업 등을 통해 택시의 활용도를 높여 미운행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대중교통 음영 지역 맞춤형 복지사업 도입과 택시업계 이미지 개선과 인센티브 강화 등을 제안했다. 성 의원은 “택시 산업의 위기는 단순히 업계의 문제가 아니라 부산시민 전체의 교통 편의성과 직결된 문제”라며 “부산시는 적극적인 정책 변화를 통해 택시 산업이 다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시 접수 시작됐는데… 의대 증원 철회 논란에 수험생 ‘부글부글’
202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됐지만,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수시모집 원서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의대 증원 철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한다. 전국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은 지난 9일부터 202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를 접수하고 있다. 4년제 대학은 대학별로 오는 12일 또는 13일까지 수시모집 원서를 받는다. 전국 39개 의과대학도 대학 수시모집 일정에 맞춰 원서를 받고 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 의대 6곳의 수시모집 경쟁률(10일 오후 1시 기준·학생부교과 지역인재전형)은 △부산대 0.80대 1 △동아대 2.07대 1 △인제대 1.37대 1 △고신대 1.96대 1 △울산대 1.45대 1 △경상국립대 1.65대 1을 기록하고 있다. 부울경 6개 의대는 올해 수시모집에서 511명을 선발한다.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면서 고등학교 고3 교실은 의대에 지원하려는 학생이 많이 늘었다. 공대와 자연계열 지원 학생은 줄어든 모습이다. 동래여고에서 고3 진학 상담을 맡고 있는 이주현 교사는 “의대 입학 정원이 늘면서 의대에 수시모집 원서를 내겠다는 학생이 작년보다 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의료계의 갈등은 의대 지망생뿐만 아니라 타 계열 지망생과 고2 학생에게도 혼란을 주고 있다. 이 교사는 “통상적으로 고2 1학기에 이듬해 대입시행계획이 확정되는데, 지금은 고2 학생이 대상인 2026학년도 의대 정원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조속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계에서는 의대 증원 철회는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시모집 원서 접수뿐만 아니라 재외국인 전형 원서 접수가 이미 끝난 상황에서 의대 정원을 원상복구하면 더 큰 혼란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교육청학력개발원 진로진학지원센터 강동완 연구사는 “수험생들이 올해 의대 정원 4695명을 기정사실로 하고 수시모집 원서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의대 정원 3058명으로 되돌린다면 1600여 명의 합격생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냐”고 설명했다. 강 연구사는 “원서 접수가 시작된 상황에서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변경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육부 구연희 대변인은 지난 9일 “2025학년도 대입 정원은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됐기 때문에 재검토하기 어렵고, 법률상 다른 행정행위를 할 수 있는 여지는 사실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수험생과 학부모를 중심으로 정부가 의대 증원을 철회하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견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의대 증원 결정이 재검토될 경우 수험생과 학부모의 대규모 집단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최재원 변호사(법무법인 시우)는 “‘신뢰 보호’를 우선시해야 할 입시 정책에 큰 변화가 생길 경우, 반발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응급실 블랙리스트 파장에 의협 “중단 당부” 정부 “수사 의뢰”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 명단과 개인 정보가 포함된 ‘응급실 블랙리스트’ 유포 이후 대통령실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응급실 의사 명단마저 유포되자 ‘의사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처음으로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유감을 표시했다. 10일 오후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 정윤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일부 학생 사이트에서 진료에 헌신하고 있는 의사의 명단을 공개하여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을 위축시키고 복귀 여부를 고민하는 의사들의 근무 의욕을 꺾고 있다”며 “정부는 이들에 대해 수사 의뢰하고 수사기관과 협조해 엄단할 방침이지만 의료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소위 ‘응급실 블랙리스트’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사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아카이브 형식의 사이트 ‘감사한 의사 명단’ 홈페이지에는 ‘응급실 부역’이라는 이름으로 응급실 운영 병원의 근무 인원과 명단이 올라왔다.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 이름부터 가족 이름, 직업, 전화번호, 외모 등 개인 정보까지 포함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의사 블랙리스트’는 의정 갈등 이후 여러 차례 명단이 공개되며 파장을 일으켰다. 이전에는 정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정도였지만, 이번에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 군의관 명단까지 떠돌자 의협이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자제를 촉구했다. 의협은 ‘감사한 의사 명단 작성·유포 유감… 회원들에 중단 당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의료계 내 갈등이 불거지고 국민들께 우려를 끼친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명단을 작성한 회원들의 절박함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공격하고 비난하며 동료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의협은 또 “의료계 내부 갈등은 현 의료 대란 사태를 유발한 정부의 오판을 초래해 사태 해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각별히 유념해 명단 작성·유포를 중단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수사 의뢰에 따라 경찰은 ‘감사한 의사 명단’ 홈페이지와 관련해 명예훼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함께 스토킹 혐의 적용도 검토 중이다. 온라인에 개인 정보가 유포되면서 의사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데다, 올 1월부터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개인 정보를 온라인에 배포하거나 게시하는 행위도 스토킹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응급실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다. 전국 총 136개 지역응급의료센터 중 15개 내외를 거점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하고 심정지, 뇌출혈 등 중증 응급환자를 우선 수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거점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선정된 의료기관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수준의 건강보험 수가를 산정한다. 또 응급의료센터가 충분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의사 160명, 간호사 240명 등 의료진 총 400명의 인건비를 지원이 필요한 의료기관에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들의 한 달 인건비 약 37억 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부산시는 11일부터 25일까지 2주 동안 추석 연휴 비상 응급 대응 주간으로 지정하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급 응급의료기관 29곳에 전담 책임관을 지정해 현장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시는 추석 연휴 28곳의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하도록 하고, 보건소 16곳도 진료에 나선다고 밝혔다. 부산공공성연대, 사회복지연대 등 7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응급의료 위기에 대한 부산시의 대책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 "추석 연휴 건강보험 수가 한시적 대폭 인상"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정부는 의료인들의 헌신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추석 연휴 전후 한시적으로 진찰료, 조제료 등 건강보험 수가를 대폭 인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밝히고 "특히 중증 응급환자를 책임지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진찰료를 평소의 3.5배 수준으로 인상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부족한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군의관과 공보의, 진료 지원 간호사 등 가용 인력을 최우선으로 배치하고, 재정을 투입해 응급실 의료 인력을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응급의료에 대한 국민의 걱정도 많이 있다"며 "정부는 추석 연휴 기간 중앙과 지방이 함께 특별대책을 수립해 응급의료 체계가 차질 없이 가동되도록, 국민들께서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11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추석 연휴 비상 응급 주간'으로 운영하고, 당직의료기관을 지정해 연휴 의료 이용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특히 이번 추석 연휴에는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은 병·의원이 당직의료기관으로 신청해 주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참여해 주신 병의원과 약국을 비롯한 의료기관 관계자와 간호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더 많은 의료기관이 참여해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추석 연휴 기간 국민 여러분께서 정부의 안내에 따라주시면 걱정 없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경미한 증상은 문을 연 가까운 병의원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응급실 근무 의사의 실명을 공개한 '블랙리스트'와 관련, "선의로 복귀한 의료진이 일을 못 하게 하려는 의도"라며 "의도가 불순한 것으로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의사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아카이브(정보 기록소) 형식의 한 사이트에 전날 '응급실 부역'이라는 이름과 함께 응급실을 운영하는 병원별 근무 인원이 일부 근무자 명단과 함께 게시됐다.
“덕성원 아동학대 알고도 당시 경찰은 사건 덮었다”
과거 부산 아동보육시설 ‘덕성원’에서 학대·폭행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경찰이 알았지만, 사건을 내사 종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는 신청·미신청 피해자 46명과 조사 대상자 5명을 상대로 진상 조사에 나섰다. 10일 덕성원피해생존자협의회가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1989년 당시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덕성원에서 일어난 아동학대를 알면서도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내사 종결 보고서에는 원장 A 씨가 보육원생들을 수시로 폭행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덕성원 사건은 부산 해운대구에 있었던 부랑아동 수용시설 덕성원에서 생활한 원생들이 열악한 의식주 등 생활 여건을 견디며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진화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한 사건이다. 구체적인 인권침해 내용은 △강제 노역 △구타·가혹행위 △성폭력 △종교의 자유와 교육받을 권리 침해 등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963년부터 1983년까지 덕성원에서 자란 진정인은 덕성원 원장 A 씨가 얼굴을 주먹으로 때려 폭행하거나 “봉고 차량에 태워 묶은 후 형제원에 보내겠다”는 등의 말로 위협했다며 경찰에 진정을 접수했다. 진정인은 덕성원에서 옷을 벗겨 구타하고 단체 기합을 주기도 했으며, 원생 손바닥 50대를 때리는 등 아동 학대라 볼 수 있는 행위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진정인이 A 씨로부터 매를 맞고 기합 등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아동 폭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교육상 필요할 때 매를 때린 사안’이라고 봤다. 범죄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경찰은 당시 사건을 내사 종결 처리했다. 최근 발견된 1997년 당시 덕성원 원생의 일기장에는 나이가 어린 원생들까지 밭일과 같은 힘든 노동에 동원됐다는 사실이 담겨 있었다. 당시 6학년이었던 원생은 고된 작업을 했다고 일기에 적었다. ‘깻잎 따기’라는 1997년 9월 7일 일기엔 ‘처음 500장씩 딴 다음 다시 100장을 더 땄다’고 기록해 놨다. 이처럼 어린 원생들을 상대로 한 학대와 강제 노동 정황이 있음에도 덕성원의 정확한 피해자 수와 신원을 명확히 파악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시가 가지고 있는 덕성원 수용자 대장엔 1956년부터 1967년까지 덕성원에 입소한 원생 174명이 기록돼 있다. 다만 이후 덕성원에 입소한 이들에 대해선 공식적인 기록이 없다. 덕성원피해생존자협의회 안종환 대표는 “덕성원 피해자는 약 500여 명인데, 명확한 근거 자료가 없어 이들이 조사도 제대로 받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며 “덕성원에서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공포의 소굴’이라 불리던 나무창고에 데려가 폭행하는 등 심각한 인권 침해가 벌어졌던 만큼 지금이라도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게 조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진화위는 덕성원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 진실규명 신청인 1명과 미신청 피해자 45명을 대상으로 진술조사를 완료했다. 조사 대상자 5명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인데, 덕성원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로 추정된다. 진화위 관계자는 “미신청 피해자에 대한 구제 방안을 마련하고 가해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오는 10월 조사를 마무리하고 결과를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이어 전기자전거도 배터리 화재… 불안감 커져
부산 벡스코 지하주차장에서 간밤 전기자전거 배터리 화재가 발생하면서 전기차에 이어 전기자전거 배터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10시 15분께 해운대구 벡스코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자전거 배터리에서 불이 났다. 불은 전기 배선 등을 태워 200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고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서 약 15분 만에 자체 진화됐다. 화재 당시 불이 난 전기자전거 옆에는 다른 전기자전거와 소형 전기차 등이 있어 자칫 큰 불로 번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해당 자전거는 한 공유 모빌리티 업체 소유로, 소방 당국에 따르면 배터리 종류는 리튬이온 전지다. 리튬이온 전지는 전기차,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그리고 노트북 같은 전자기기 등 여러 제품군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앞서 지난 8월 인천의 지하주차장 화재사건도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당시 전기차에서 시작된 이 화재로 지하주차장 내 다른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고, 5개동 480여 가구의 전기와 수도가 끊기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공포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전기자전거 화재사건이 일어나면서 이차전지 화재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부산에서는 전기차 외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등에서 화재가 이어져 왔다. 이날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19~2023년 부산에서 2차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모두 64건이 발생했다. 지난 6월 14일에도 오전 11시 50분께 부산진구 양정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충전 중인 전기자전거 배터리에 불이 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초기 진화가 되며 다행히 큰 불로 번지지 않았지만 가전제품 등이 불에 타 180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불이 난 전기자전거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기차에 쓰이는 것과 용량만 다를 뿐 같은 종류”라면서 “초기 화재 진압으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스프링클러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평소 스프링클러 설비 등 소방시설의 정상 작동을 위해 꾸준한 일상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9월에도 식지 않은 폭염과 열대야… 따뜻한 남동풍 영향
초가을인 9월에 들어섰지만 무더위의 기세가 여전하다. 잠깐 찬 바람이 부나 싶다가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져 부산의 경우 1994년의 역대 1위 열대야 기록마저 깰 기세다. 기상청은 이달에도 전국적으로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는 우리나라 대기 상층의 티베트고기압과 중국 상하이를 향해 북서진하는 제27호 열대저압부, 북태평양고기압 사이로 남동풍이 부는 영향이라고 10일 밝혔다. 부울경에서 9월 일 최고기온을 경신한 곳도 속속 등장했다. 기상 관측지 기준으로 지난 9일 경남 통영의 9월 일 최고기온은 33.7도로 지난 2010년 9월 4일의 33.5도를 넘어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북창원은 지난 8일 34.1도로 역대 9월 일 최고기온을 찍었다. 부산은 낮에는 무더위가 밤에는 열대야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달 들어 부산에서는 1일 열대야가 관측됐고, 5~9일 연속으로 열대야가 나타났다. 올해 부산의 열대야 총일수는 45일로, 역대 1위인 1994년의 47일 기록에 가까운 역대 2위다. 10일 기준 부울경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와 폭염주의보 등 폭염특보가 내린 상황이다. 전국적으로는 183곳 중 164곳(폭염경보 31곳, 폭염주의보 133곳)에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다. 기상청은 11일까지 ‘가을 폭염’이 정점을 찍고 12~13일 기온이 떨어졌다가 다시 기온이 오르겠다고 전망했다. 추석 연휴까지 덥다가 추석 이후 기온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남부해안 지방의 경우 낮 동안 기온이 많이 올라간 상태에서 열대저압부에 의한 남동풍이 계속 유입되며 따뜻한 공기가 유입돼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남쪽의 따뜻한 공기와 북쪽의 찬 공기가 교차로 나타나는 시기마다 강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 상수도 요금 다음 달 7% 오른다
부산시가 다음 달부터 상수도 요금을 인상한다. 수돗물 생산 비용 급증에 적자가 누적되면서 6년 만에 인상 결정을 내렸다. 수돗물 생산 원가 상승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인상이라고는 하지만, 고물가 상황에서 생활 필수 요금이 올라 시민 부담이 커지게 됐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시 상수도본부)는 다음 달 사용분부터 상수도 요금을 7% 인상하고, 내년부터 2026년까지는 매년 8%씩 요금을 인상한다고 10일 밝혔다. 가정용은 매년 월평균 t당 60원씩, 일반용은 106원씩, 욕탕용은 90원 인상한다. 공업용은 기본요금이 없어지고 t당 10원씩 오른다. 일반 가정의 1인당 월평균 수돗물 사용량 6t을 기준으로 하면 1인 가구는 매달 360원, 2인 가구는 720원, 4인 가구는 1440원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시 상수도본부는 2018년 이후 6년 동안 상수도 요금을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수돗물 생산을 위해 사용하는 전기요금, 약품비 등 생산비용이 대폭 오르면서 5년간 810억 원의 적자가 누적돼 불가피하게 인상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최근 생산비용이 올라 수돗물 생산원가 대비 판매원가 비율인 요금현실화율이 지난해 기준 80.3%로 줄어들었다. 대신 기존에 계산법이 복잡했던 누진제를 다음 달부터 폐지한다. 기존에는 생활용수는 3단계, 공업용수는 2단계의 누진제가 적용됐다. 가정용은 전체 사용량의 98%가 1~2단계 구간에 해당해 누진제 효과 자체가 미미했다. 다자녀 가구 등 세대원이 많은 가정은 1인 가구에 비해 높은 요금을 부담해 이를 해소하겠다는 차원도 있다. 또 한 개의 수도계량기로 여러 가정이나 가게가 사용하더라도 업종별 단일 요금이 적용되는 만큼, 개별 요금 산정을 간편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요금 인상으로 확보한 재원은 노후 상수도관 교체, 정수장 개량사업 등 안전하고 깨끗한 수돗물 생산을 위해 쓸 예정이다. 부산시 김병기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수돗물 생산비용이 급증해 적자가 누적되면서 시민에게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워져 부득이하게 요금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며 “시민이 믿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 공급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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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공동어시장(이하 어시장)을 들으면 수산물 경매가 이뤄지는 위판장이 주로 떠오른다. 하지만 이 이면에 숨겨진 공간들 역시 이색적이다.
[슬기로운 호구생활⑪] "허리가 고장났다" 독박육아 24시
올 2월 기다리던 첫아기를 맞이했다. 온 세상을 흔든 코로나19도 무시할 큰 기쁨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아내는 “앞으로가 무섭다” 했고, 주변 사람은 짠 듯 이구동성 “좋은 시절 다 끝났다”고 했다. '육아 전쟁' 때문이다. 내심 자신감이 충만했다. 괜히 겁주는 말이겠거니…. 쌍둥이도 아니고 얼마나 힘들다고.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독박 육아 체험'까지 결심했다. 이제는 남자도 똑같이 '공동 육아'를 할 시대이지 않나. 어쭙잖게 아이를 돌보다 '육아 호구'가 되기 십상이다. ■쾌조의 스타트 체험은 아기가 태어난 지 70일째 되는 날 했다. 오전 8시부터 24시간 동안이다. 오로지 혼자 육아+집안일을 해야 한다. 아내에게 마음껏 '집 밖 휴가'를 누리라 했지만, 마음이 불안한지 멀리는 못 가겠다고 한다. 코로나19로 한 달 반가량 재택근무를 해 나름대로 육아에 자신이 있었다. 어느 정도 보고 익힌 '육아 프로세스'가 머릿속에 있다. 시작은 좋았다. 비몽사몽 아빠와 달리 아기 컨디션이 '최상'이다. 쿠션에 앉혀 자동 모빌을 켜니, 30~40분간 '옹알이'하며 놀았다. 이때 빨래한 옷도 개고, 못다 한 거실 정리정돈도 끝냈다. ■전쟁의 서막 오전 9시가 채 되기 전, 전쟁의 전조현상이 드리웠다. 잠깐씩 '잉잉'대던 소리가 잦아지더니, 아기가 만세를 부르며 자지러졌다. 어깨에 올리거나 두 손으로 받쳐 안아도 무아지경이다. 난생처음 정체불명의 돌고래 같은 소리까지 내며 달래봤지만, 슬쩍 눈치만 볼 뿐 다시 울음보를 터뜨렸다. 자신의 얼굴이 비치는 거울을 갖다 대자, 간신히 진정됐다. 그 이후부터 긴장감이 맴돌았다. 배가 아팠지만, 또 아기가 울까 봐 화장실도 갈 수 없었다. 아내에게 잠시만 봐달라고 했으나, “나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퇴짜. 10여 분간 5~6kg 아기를 안고 있는 오른쪽 팔뚝 힘도 이제 한계다. ■머피의 법칙 신기했다. 어깨에서 잘 자던 아기가 소파에 눕히기만 하면 ‘말똥말똥’이다. 신생아 ‘등 센서’가 소문이 아닌 진짜였다. 아기가 간신히 누워 모빌이나 초점책을 보다가도, 이불을 개는 등 청소만 하려 하면 찡찡댔다. 과자나 땅콩 등을 먹으려 하거나 카카오톡을 보려 해도 마찬가지. 마치 딴짓을 하지 못하게 감시하는 듯했다. 걷잡을 수 없는 울음보가 터지지 않으려면, 아기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당연히 한 상 차려 점심을 먹는 건 불가능했다. 있는 반찬을 데워 끼니를 때웠다. 전날 먹고 남은 찌개가 없었다면, 곧바로 '배달의 민족'을 터치했을 것이다. 그나마 데운 찌개도 아기를 달래고 오니 다 식어있었다. 아기를 안고 무언가를 하기엔 허리가 끊어질 듯했다. 허리 굽힘 없이 정리정돈할 수 있는 육아용 '대형 집게'를 하나 장만하고 싶었다. 결국, 집안일을 하려면 아기를 완전히 재워야 했다. 다행히 이날 오전 수유 후, 2시간 정도 낮잠을 잤다. 아내 말로는 평소엔 한 시간도 자지 않는다고. 오히려 재우다 실패하면 잠투정이 심해진다고 한다. ■하이라이트 '목욕' 설거지를 채 끝내지 못했지만, 아기가 깼다. 다시 육아다. 집안일과 육아가 ‘무한 반복’이다. 당이 떨어졌는지 어느 순간부터 단 음식이 당기기 시작했다. 낮잠 잔 아기의 수유를 끝낸 뒤 목욕에 도전했다. 바둥대는 아기를 한 손으로 껴안아 씻겨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날 체력이 다한 탓인지 목욕은 엉망이 됐다. 앉은 상태에서 아기를 들었다가 놨다 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나도 모르게 물 온도 조절에 실패했고, 조심해야 할 아기의 눈과 귀에도 물이 튀었다. 70일 된 아기의 표정에서도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빠의 서투름을 알고, 참고 견뎌주는 표정이었다. 아기도 지쳤는지 이날 평소보다 이른 오후 7시 30분에 잠이 들었다. 드디어 소위 말하는 '육퇴'(육아 퇴근)다. 육퇴 후 허리가 아파 소파에서 2시간 동안 뻗었다. 그러나 '육아 출근'은 금방 돌아왔다. 다음 날 오전 2시에 배가 고파 아기가 깼다. 한 시간 후 다시 잠이 든 아기는 오전 4시 30분, 6시 30분에도 차례로 깼다. 마치 군대에서 불침번을 서는 느낌이었다. ■오해와 진실 이번 체험은 저번 ‘임신부 체험’처럼 부부가 서로를 이해해보자는 뜻으로 시작했다. 사실 아기를 출산하고 키우는 과정에서 몇몇 마찰이 있었다. 우선 '육아 아이템'이다. '이거는 꼭 사야 한다'는 육아 아이템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수개월 간격으로 필요한 육아 아이템들이 달라, 업체들의 '상술'로 여겼다. 아내의 생각과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러나 이날 독박 육아를 하며 집에 있는 모든 육아 아이템을 동원하는 내 모습을 봤다. 없으면 없는 대로 아이를 돌볼 수는 있었겠지만, '불필요한 아이템'은 없었다. 육아를 제대로 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었다. 두 번째는 '육아의 공동 분담'이다. 육아는 집안일의 일부분이 아닌 별개의 일이었다. 각자 맡은 일에서 추가로 더해진 일이다. 부부 중 한 명이 돕는 것이 아닌 '함께'해야 한다는 말을 몸소 체감했다. 사실 육체적 노동은 익숙해지면 할 만했다. 그러나 '정서적 힘듦'까지 겹치면 산후우울증이 올 수도 있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창구가 없었다. 부부가 서로의 힘듦을 알고 받아주고 이해하는 게 필요했다. ■위대한 부모 임신부 체험 때처럼 이번에도 모성애의 위력을 느꼈다. 아기 목욕을 시킬 때 욕조를 1분 만에 헹구는 나와 달리, 아내는 매일 5분 이상 닦고 있었다. 육퇴 이후에도 소파에 누워 유튜브를 보며 스트레스를 푸는 나와 달리, 끊임없이 인터넷으로 '아기 재우는 법' '70일 아기 특징' '이유식 만드는 법'을 검색했다. 늦은 밤 아기가 배고플까 잠들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보였다. 얼마나 피곤한 상태인지를 알기에 더 대단하게 다가왔다. 비록 하루 체험이지만, 남다른 부성애도 느꼈다. 단순히 금전적으로 가족을 책임지는 것에 더해 아이와 정서적 교감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퇴근 후에도 어느정도 육아에 동참해야 할 자신감이 생겼다. 아이가 어떤 기분 상태이고, 무엇을 해줘야 할 지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 외로운 '육아 전쟁'을 견딜 힘은 부부에게서 나오는 듯하다. 이번 체험을 하며 아기의 웃음보다도 이를 지켜보는 아내의 위로가 더 큰 힘이 됐다. 모르지만 아내도 독박육아를 자청하는 남편에게 보이지 않는 위로를 받았을 터. '슬기로운 육아생활'의 기본 전제는 부부의 공감이다. 글=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사진=이승훈 기자 아내
[요즘MZ] 24. 휴가
부산일보 뉴콘텐츠팀 MZ세대들의 이야기를 담은 "요즘MZ" 일상툰입니다! MZ세대들의 문화나 생각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휴가를 입사하고 처음으로 길게 다녀왔어요! 쉬면서 국내 이곳저곳을 많이 다니다 회사로 다시 돌아왔답니다:) 푹 쉬었으니 그 원동력으로 다시 열심히 연재해볼게요.
부산피디아-부산의 모든 이야기를 담다
부산 근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 사건, 랜드마크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부산피디아-부산의 모든 이야기를 담다’ 홈페이지(www.busan-pedia.com·사진)가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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