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톡톡] 아내의 산책길 ‘냥줍’에 존경을 보내며…

김병석 부산경상대 반려동물보건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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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두 달 전 아내와 산책하던 길에 새끼 고양이를 ‘냥줍’(길고양이를 줍는 행위)했다. ‘주웠다’라는 단어가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5주 정도로 추정되는 어린 길고양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리는 어느 지역에서든 길고양이를 쉽게 볼 수 있다. 고양이가 가축화된 것은 5000~8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계절성 번식을 하는 고양이는 봄과 가을에 번식해 새끼를 출산한다. 봄에 번식해 태어난 고양이 새끼들은 생존율이 높지만 가을에 번식해 태어난 새끼들은 생존율이 그리 높지 않다. 가을에 태어나면 체온을 유지하기 어렵고, 다양한 질병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고양이는 모성애가 강한 동물 중 하나다. 어미 고양이는 새끼 고양이가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보금자리를 옮기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어미 고양이는 새끼 고양이를 잃어버리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이때 사람들이 어미와 떨어진 새끼 고양이가 걱정돼 집으로 데려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려동물 관련 일을 하는 필자는 어린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와 키우는 것이 옳은 일인지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내는 어린 고양이를 가족으로 맞이했으니 동물병원에 가 예방접종도 하고, 밥을 주고 목욕을 시키며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 이미 우리 집에는 반려견 2마리와 반려묘 1마리가 있어, 새로 온 고양이를 키우기 힘들어하지만 한 생명을 지켰다는 자부심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아내는 반려견과 산책할 때 큰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배낭 안에는 길고양이를 만나면 주기 위해 소량으로 나눈 고양이 사료와 종이컵이 있다. 필자는 아내 등에 떠밀려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 역할을 한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아내와 필자는 그런 사람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줄 뿐만 아니라 아내는 새끼 고양이를 데려와 기르고 있다. 아내 역시 이런 행동이 맞는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자연에서 하고 싶은 대로 살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 아니면 사람과 같이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필자는 아내의 고민에 “그 순간에 새끼 고양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면 그 이후는 고민하지 마세요”라고 답했다.

지구에는 인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의 생명이 살아간다. 각각의 종은 자신의 습성을 유지하고 생활한다. 새끼 고양이도 자연에서 건강히 살다가 생을 마감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겨울은 새끼 고양이 혼자 살아남기에는 너무도 버겁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 있던 새끼 고양이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집으로 데려와 키우고 있는 아내의 마음 씀씀이에 다시 한번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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