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난임 매년 느는데… "정자 기증 1년 이상 기다리기도" [남성 빠진 '반쪽' 난임 대책]

① 더 늦출 수 없는 국가 정자은행

2018~2022년 10% 이상 증가
난임 부부 절반 기증 정자 희망
정자 미리 동결·보관 수요 늘어
정자은행 부재로 다양한 부작용
불법 정자 매매 의심도 잇따라
“국가 지원 통해 문제 해결해야”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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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적으로 정자은행을 운영하는 세화병원으로 발송된 정자 기증 희망자의 이메일. 세화병원 이상찬 원장은 “좋은 뜻으로 난임 부부를 위해 정자를 기증하고 싶다고 하는 분들이 꾸준히 문의를 해온다”고 말했다. 이대성 기자 nmaker@ 자체적으로 정자은행을 운영하는 세화병원으로 발송된 정자 기증 희망자의 이메일. 세화병원 이상찬 원장은 “좋은 뜻으로 난임 부부를 위해 정자를 기증하고 싶다고 하는 분들이 꾸준히 문의를 해온다”고 말했다. 이대성 기자 nmaker@

남성 원인 난임 부부가 해마다 증가하고, 이들 중 기증 정자를 받아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 국가 정자은행이 설립되면 외로이 기증 정자를 찾아 나서야 하는 남성 난임 부부의 고충을 덜어 주고, 이들의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 국가가 기증 정자의 안정성을 검증하고, 보관과 공여까지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정자 기증·수증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고, 정자의 불법 매매도 막을 수 있다. 또 정자 기증·수증, 동결·보관 등의 모든 과정에서 체계적이고 일원화된 지원이 가능해 남성 난임 부부의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다.

■증가하는 남성 난임 환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최근 5년간 남성 난임 진료 현황’을 보면, 2018년 10만 1672명이었던 남성 난임 환자는 2022년 11만 2146명으로 1만 474명(10.3%) 증가했다. 가장 많이 증가한 원인은 무정자증, 정자부족증 등 남성 불임으로, 2018년 7만 9742명에서 2022년 8만 7277명으로 7535명(9.4%) 늘었다. 클라인펠터증후군과 음낭정맥류 등 불임 가능성이 큰 경우도 매년 증가 추세다.

남성 원인 난임 부부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기증 정자를 이용해 아이를 가지려는 부부들도 늘고 있다. 부산대병원 난임센터가 지난 10년간 센터를 찾은 남성 난임 부부를 대상으로 기증 정자를 이용한 보조생식술(인공수정 또는 시험관 아기)의 수용도를 조사한 결과, 약 30%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국내 대표 난임 병원인 세화병원의 경우 내원한 남성 난임 부부 중 절반 정도가 기증 정자를 받아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통적 혈통주의가 퇴색하고, 적극적으로 난임 치료를 받는 부부들이 늘면서 정자 수증에 거부감이 줄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난임을 유발하는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기 전이나 장기 해외·선상 근무를 떠나기 전, 영구피임술을 하기 전 자신의 정자를 미리 동결·보관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세화병원 김재명 연구소장은 “2022년 80건, 지난해 84건으로 올해는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과거 여성의 문제로 인식됐던 난임 문제를 이제는 남성의 문제로 확대해 바라봐야 한다고 진단한다. 난임의 성별 원인은 남성 40%, 여성 40%, 부부 모두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20% 정도다.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에 따르면 남성 난임의 20~30%가 기증 정자가 필요한 정자 형성 장애나 난치성 무정자증 환자로, 전국적으로 약 20만 명에 달한다. 또 연간 약 3만 명에 달하는 영구피임술 시술 남성과 불임을 유발하는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는 남성 등 정자 동결·보관을 통해 가임력 보존이 필요한 이들은 모두 3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박남철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이사장은 “대략 50만 명의 남성 난임 환자가 국가 정자은행이 없어 가임력 보전을 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 정자은행 공론화 절실

국가 차원의 정자은행 부재는 다양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난임 부부들은 기증 정자를 공여 받기 위해 전국에 흩어진 난임 병원의 정자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다. 난임 병원에서 운영하는 정자은행에는 기증 정자가 없거나 혈액형 등이 맞는 정자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도권의 한 병원에서는 기증 정자가 없어 정자 기증자가 나오길 1년 가까이 기다렸다 수증하는 사례도 있다. 국가 정자은행을 설립해 정자 기증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혈액형과 유전력을 가진 양질의 정자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국가 정자은행은 전국의 대학병원과 난임 병원들에 산재된 정자 기증과 수증, 동결·보관, 방출 등의 일련의 기능과 절차를 통합해 일원화함으로써 안전성과 신뢰성도 높일 수 있다.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박민정 연구교수는 “정자 기증자가 기증 이력을 속이고 여러 병원에 정자를 기증을 할 경우 사실상 이를 걸러낼 수 없다”며 “국가 정자은행이 있다면 기증 이력을 일원화해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자 기증과 자가 동결 과정에서 소요되는 검사 비용과 동결·보관 비용은 가임력 보존과 난임 치료를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현재 병원이 자체 부담한 뒤 정자 수증 부부에 청구하거나 자가 동결 당사자가 부담하고 있다. 국가 정자은행이 있다면 정부 재원으로 이러한 비용을 체계적으로 통합 지원할 수 있다.

일부 난임 병원에서는 불법 정자 매매가 의심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난임 병원 관계자는 “현행법상 정자 매매가 엄격히 금지돼 있어 무상 기증과 수증이 원칙이지만, 관계가 의심스러운 기증자를 데려오는 경우도 있다”며 “순수한 기증자라고 말을 맞추면 시술을 거부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온라인상에 불법 정자 매매가 의심이 되는 게시물을 검색해 포털사이트 측에 삭제를 요청하는 소극적인 대응에 그치고 있다.

박 이사장은 “국가 정자은행을 통해 난임 부부의 혈액형과 유전력에 부합하는 정자를 공여할 수 있다면, 음성적 정자 매매를 줄이고 남성 난임 부부의 출산율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자발적으로 정자를 동결·보관하는 수요를 늘려 남성의 가임력 보존 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정현 전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사랑아이여성의원 대표원장)은 “저출생 위기를 겪고 있는 많은 선진국들은 가임력 보존과 난임 해소의 현실적 대안을 정자은행에서 찾았다”며 “법과 제도를 아우르는 사회적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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