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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신설계 이용흠 회장, 부산 건축 이야기 담았다
부산시청사, 벡스코(Bexco), 해운대 누리마루 하우스, 더 베이(The Bay) 101, 부산시립미술관 등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성 건축물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공통점이 무엇인가. 부산을 대표하는 건축사무소 일신설계 이용흠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탄생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런 이용흠 회장이 자신의 건축론과 건축설계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 삶의 단상 등을 진솔하게 담은 에세이집 '건축과 인생'(해바라기미디어)을 출간했다.
이 회장은 1977년 일신설계를 창립해 45년간 건축설계의 외길을 걸으며 부산과 경남, 울산에 많은 랜드마크성 건축물을 설계한 주역이다. 이 회장은 건축의 예술성과 실용성을 중시해 왔으며, 오랫동안 건축 전문잡지 '이상건축'을 발행하면서 '대안 스터디'를 실행하고 '심정건축론(心情建築論)'을 주창해 건축계에서 화제를 낳았다. 대안스터디는 좋은 작품을 위해 무수히 많은 대안을 만드는 것이고, 심정건축론은 부모의 정성 어린 마음으로 모든 것을 세심하게 배려해서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일신설계의 변함없는 기업 철학이다.
이번에 출간된 '건축과 인생'은 일신설계 사보와 자신이 발행인으로 있는 '이상건축'의 권두언, 그리고 신문과 잡지에 쓴 칼럼 등을 주제별로 엮어냈다. 시점이 오래된 글도 있으나, 주요 건축물의 설계 배경과 과정, 지역 건축이 나아갈 길과 방향 등을 다뤄 기록 자료로서의 의미도 갖는다.
책은 1장 부산 만들기, 2장 건축과 도시 단상, 3장 일신설계의 건축 전통, 4장 직업 건축가, 5장 건축가로 살아온 삶, 6장 도시와 건축을 넘어-도시와 건축을 넘어_세계와 문명을 잇는 프로젝트들, 7장 건축가 '이용흠을 말한다'로 구성됐다. 45년간 건축설계 외길을 걸어온 이 회장의 궤적이 읽힌다.
이 회장의 오랜 파트너이자 함께 일해온 김승남 A Company 대표는 "이 회장님은 독서가이자 여행자, 지독한 자료수집가이며 자신의 생각과 선입견을 계속 확장시키는 것을 성장의 기쁨으로 즐기는 '영원한 학자'"라고 말했다.
서의택 부산외대 총장은 "이 회장은 강한 승부욕의 소유자로서 오로지 실력과 작품으로 승부해 왔으며, 수도권의 유명 건축가도 일신 이용흠을 두려운 경쟁자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의 관심사는 건축설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계를 하나로 잇는 '피드 로드' 연결사업으로 이어진다. 그는 '세계를 하나로 잇는다'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러시아와 미대륙을 연결하는 '베링 프로젝트' 설계를 주도하고, 한국과 일본을 잇는 한·일해저터널 추진 사업도 펼치고 있다.
이 회장은 이 책을 펴내며 "미천한 능력으로서는 그 실천이 미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이상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나에게 허락된 남은 인생동안 다하지 못한 과제에 끊임없이 도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2022-05-1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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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후원자 많아져야 ‘진짜 문화도시’ 도약”
“21세기 각 도시의 문화도시 경쟁이 치열하다. 구호뿐 만이 아닌 진짜 ‘문화도시 부산’을 만들려면 시민들의 운동이 필요하다.”
(사)부산미술관회 이용흠 이사장은 도시의 미래를 좌우하는 ‘문화의 힘’을 말했다.(주)일신설계 회장인 그는 2017년 말 부산미술관회 2대 이사장에 선출됐다.
이 이사장은 부산미술관회의 탄생 계기부터 이야기했다. “2015년 당시 부산시립미술관 관장을 맡고 있던 조일상 전 관장이 예산 문제 등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 후원회가 있어서 미술관 발전을 도와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고, 시립미술관 운영자문위원들이 중심이 되어 부산시립미술관회를 창립했다.” 박성철 변호사가 초대 이사장을 맡았고 2016년 사단법인 부산시립미술관회가 정식으로 발족했다.
시민 강연·후원 통해 부산 미술 응원
지정기부금단체 승인… 회원 확대 추진
"시민·기업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이 이사장은 취임 후 2018년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우선 법인 이름을 부산시립미술관회에서 부산미술관회로 바꿨다. 부산현대미술관도 새로 개관했고, 향후 사립미술관이 생기면 같이 후원할 수 있도록 개명했다.” 지역 미술 전체를 후원하고 문화를 고양시키는 활동을 통해 문화가 살아 숨쉬는 항구도시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이 이사장은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미술 강연을 열었다. 한국예술대 김봉렬 총장을 시작으로 부산 출신 안창홍 화가, 이탈리아 출신 아티스트 리카드로 마트라카스 등을 초청해 강연회를 가졌다. 부산미술관회 이사들이 주축이 되어 선진도시 미술관 탐방 행사도 가졌다. “일본, 중국, 대만의 미술관과 홍콩 아트바젤 등을 찾아가서 미술관과 미술 트렌드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몸으로 느꼈다. 시민들의 문화 안목 키우기에 도움이 되려면 우리부터 무장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5년 전 50명으로 시작한 부산미술관회의 회원은 현재 70명이다. 이 이사장을 필두로 해서 허남식 전 시장이 자문역, 김윤찬 부산대 예술대학장이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부산기계공업협동조합 정용환 이사장 등 10명의 이사와 이형주 (재)실로암 대표가 감사로 활동 중이다. 부산미술관회는 조만간 회원을 100명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이사장은 부산미술관회가 지난해 6월 정부의 지정기부금 단체로 정식 승인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기부를 하면 법인세 감면 등 세제상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미술관 전시 오프닝 파티 등을 후원했는데 지역 기업이 기부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상반기 부산미술관회가 거의 활동을 하지 못한 것을 이 이사장은 많이 아쉬워했다. “예술은 경제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외지인이 부산의 지도를 펴놓고 뮤지엄을 찾으면 350만 인구에 비해 숫자가 이것 밖에 안되냐며 놀랄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미술을 통해 제대로 된 문화도시를 후세에게 물려주는데 부산미술관회가 밀알이 되고자 한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사진=강원태 기자 wkang@
2020-07-07 [1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