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마음 ‘토닥토닥’… 동물 매개 치유 첫발 딛다

부산 동물교감치유센터 개소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 이상윤 기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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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감정을 공유하며 안정감을 찾는 동물교감치유는 청소년, 독거노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오른쪽 위 사진은 부산경상대 동물교감치유센터 김병석 소장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 김병석 소장 제공 동물과 감정을 공유하며 안정감을 찾는 동물교감치유는 청소년, 독거노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오른쪽 위 사진은 부산경상대 동물교감치유센터 김병석 소장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 김병석 소장 제공

지치고 힘든 일을 끝내고 집으로 들어선 순간,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겨주는 반려견 모습을 보면 하루의 피곤함이 싹 날아가곤 한다. 실제로 만나지 않고 귀여운 동물들의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동물을 만나 따뜻한 체온과 감정을 교류하며 정신적, 신체적, 정서적 안정감을 얻는 것을 동물교감치유(Animal-assisted therapy)라고 한다. 현대의 다양한 심리 치료 가운데 동물교감치유의 효과는 점점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지난달 부산 지역에선 동물교감치유센터가 처음으로 문을 열어 눈길을 끈다. 부산경상대 반려동물교육문화센터에 위치한 동물교감치유센터를 찾아 김병석 소장과 동물매개치유에 대해 알아봤다.


반려동물 만지고 눈 맞추며 ‘교감’

가까운 인간관계서 생기는 옥시토신 분비

정서적 안정감과 신체적 치유 동반

북미·유럽에서는 보편화된 프로그램

책 읽어 주는 리딩독·펫시팅 등 화제

국내선 마사회 ‘홀스 테라피’ 큰 호응


동물교감치유란?

동물교감치유는 동물을 매개로 대상자의 인지, 신체, 사회, 정서적 기능의 향상 및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심리 치료 방법이다. 인간과 동물의 유대 상호반응으로 대상자의 심리치료나 재활치료를 수행한다. 접촉, 미용, 산책 등 다양한 기법이 있으며, 대상자에 따라 기법을 다르게 적용한다. 대상자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위해 추적조사와 사전조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수많은 심리 치료 방법이 있지만 왜 동물을 매개로 하는 것이 좋을까? 동물은 사람에 비해 거부감이 없고, 또 그들만이 가진 특별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대상자의 부담감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일본의 한 연구팀은 강아지와 주인이 눈 맞춤을 할 때 양측의 뇌에서 옥시토신이 분비된다고 밝혔다. 옥시토신은 ‘사랑 호르몬’으로 불릴 정도로 엄마와 아기, 연인관계, 가까운 관계에서 유대 관계를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다. 그러니 우리가 동물과 눈을 맞추고 교감을 하면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고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치유되는 것이다.

사람과 교감이 가능한 동물이라면 누구나 도우미가 될 수 있다. 개, 고양이뿐만 아니라 말, 소, 돼지, 돌고래, 당나귀, 토끼, 기니피그 등 무궁무진하다.


해외 활용 사례

북미나 유럽에서는 동물매개치유에 대한 역사가 깊고 보편화해 있는 편이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70~80% 초·중·고등학교가 리딩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리딩독 프로그램은 난독증(지능은 정상이지만 글자를 읽거나 쓰는데 어려움이 있는 증세)이나 언어 장애가 있는 대상자들에게 유익한 동물매개치유 프로그램이다.

리딩독은 대상자가 강아지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사람에게 책을 읽어주면 읽기 능력을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할 수 있으나 강아지는 대상자를 성별, 외모 등으로 판단하지 않기에 부담감이 훨씬 줄어든다. 독서도우미가 함께하는데, 강아지를 쓰다듬기도 하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환자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언어능력을 높일 수 있다.

2019년 미국 인디애나주의 펜들턴 교도소 펫시팅 프로젝트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가 시행한 프로젝트로 재소자들이 고양이를 돌보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마음을 치유하는 애니멀 테라피(동물 매개 치유)의 하나다. 재소자들은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거나 놀아주고, 고양이를 위한 놀이 기구를 직접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재소자들이 고양이를 돌보며 책임감과 동물 사랑 나아가 생명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재소자는 “무엇인가를 염려하거나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해외에서는 사슴이나 돌고래를 이용한 동물 매개 치료 사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 현황과 활용 사례

국내에서는 2006~2007년부터 동물매개치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원광대학교, 건국대학교, 경기대학교, 평택대학교 등 현재 동물매개치유 학사 학위를 딸 수 있는 곳도 아직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전국에 박사학위를 딴 전문가가 10명 내외 뿐이다. 포털에 ‘동물매개치유센터’를 검색해도 결과가 많지 않다.

국내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동물매개치유 프로그램은 한국마사회에서 진행하는 홀스테라피(Horse therapy) 프로그램이 있다. 올 4월부터 한국마사회 부산경남지역본부는 지역소재 병원의 장기입원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홀스테라피를 시작했다.

홀스테라피는 말 손질, 말과 함께 산책하기, 차 마시기로 구성돼 있다. 말과 교감하며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 속에서 말과 여유롭게 거닐거나 차를 마시며 힐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신 운동이 되는 승마는 재활 치료에 많이 도입되고 있다. 말들을 매개로 환자 증상에 따라 치료 목표를 세우고 치료방법을 찾아 치료를 진행하는 재활 승마 치료사라는 자격증이 있을 정도다. 이미 미국에서는 병동에 말을 직접 보내 원하는 환자와 함께하는 방식을 접목시키고 있다.


동물교감치유센터의 역할은?

동물교감치유는 청소년, 독거노인, 부부 등 다양한 대상자에 활용될 수 있다. 부산에 처음으로 문을 연 동물교감치유센터도 동물을 매개로 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김병석 소장은 “센터는 청소년, 독거노인 등의 여러 사회문제를 위해 상담 센터나 지자체 기관과 협력해 동물교감치유를 보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센터는 경남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동물교감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이에 힘입어 센터는 동래구와 협업해 시니어를 위한 펫시팅 프로그램도 운영에 들어갔다.

오는 9월부터는 부산시 보호자, 반려견을 대상으로 교감 도우미견 인증 제도도 부여할 예정이다. 도우미견은 △사람에 대해 우호적이고 사회성이 좋은 반려견 △앉아, 기다려 등 기본적인 교육이 되어 있는 반려견 △수의학적으로 건강한 반려견 등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될 수 있다. 도우미견이 될 경우 동물매개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사람과 교감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도우미견 훈련사와 스마트팜도시농업과, BSKS반려동물교육문화센터와 협업해 동물교감치유 통합프로그램의 개발과 효과성 검증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 소장은 “반려동물 1500만 시대인 만큼 동물을 매개로 한 치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현재 기관 등에서도 프로그램에 대한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경쟁 사회에 내몰리거나 여러 이유로 불안을 안고 사는 시민들에게 센터는 누구나 방문할 수 있고, 치유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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