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플스토리] 한국 관문 지키는 네 발의 에이스 요원들

마약 탐지견의 세계

사람보다 최대 100만 배 뛰어난 후각
관세청 소속 공항·항만서 탐지 활동
적중률 80%… 우수성 국제적 인정
8개월 기초 훈련 후 16주 양성훈련
놀이로 인식시켜 스트레스 줄여
탐지견 만지거나 촬영은 ‘업무 방해’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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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세관 마약 탐지견 ‘알렉산더’가 마약탐지조사요원과 함께 여행객들의 수하물에서 냄새를 맡으며 탐지 활동을 하고 있다. 박정훈·강승민 PD 부산세관 마약 탐지견 ‘알렉산더’가 마약탐지조사요원과 함께 여행객들의 수하물에서 냄새를 맡으며 탐지 활동을 하고 있다. 박정훈·강승민 PD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에서 가장 많이 키우는 동물은 개다. 개는 대략 선사시대부터 사람과 함께 살아 온 것으로 추정된다. 개는 인간과 가장 친근한 반려동물로 큰 사랑을 받음과 동시에 여러 곳에서 다양한 공적인 임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이들을 통틀어 ‘사역견’이라고 하는데, 마약 탐지견, 인명 구조견, 경찰견 등 특수 목적견, 도우미견 등이 있다. 적재적소에 투입돼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사역견 중 ‘마약 탐지견’을 만났다.


탐지견이 마약 소지자로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한 후 그 자리에 앉아 조사요원에게 알리는 상황 시연 모습. 박정훈·강승민 PD 탐지견이 마약 소지자로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한 후 그 자리에 앉아 조사요원에게 알리는 상황 시연 모습. 박정훈·강승민 PD

■마약 탐지견이란?

마약 탐지견은 사람보다 최대 100만 배 뛰어난 후각으로 3만~10만 종류의 냄새를 구분해 마약을 단속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마약 탐지견은 관세청 소속으로 전국의 주요 공항과 항만의 세관에서 근무한다. 여행객과 화물에서 마약 등 유해 물품이 은닉된 장소를 탐지하고 비파괴적인 방법의 조사 임무도 수행한다. 마약 탐지견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나라의 단속 기관에서 불법이나 안전에 위해되는 물품 등의 반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우리나라의 마약 탐지견은 1987년 ‘88서울올림픽’을 대비해 관세청이 폭발물 탐지견 6마리를 도입한 것이 시초다. 이후 1990년 1월 김포세관을 비롯한 전국의 주요 세관에 마약 탐지견을 배치했다. 2001년에는 인천 영종도에 탐지견을 양성하는 탐지견훈련센터가 마련됐다.


부산세관 이동훈 마약탐지조사요원과 탐지견 ‘알렉산더’. 박정훈·강승민 PD 부산세관 이동훈 마약탐지조사요원과 탐지견 ‘알렉산더’. 박정훈·강승민 PD

마약 탐지견은 우선 대상 물건을 향한 강한 독점욕이 있어야 한다. 활동적이고 건강해야 하며 대담하고 적응력도 뛰어나야 한다. 대인 친화력과 복종심이 강한 견종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세계적으로는 래브라도리트리버, 스프링거 스패니얼, 저먼 셰퍼드, 말리노이즈, 블러드하운드 등의 견종들이 활동 중이다. 우리나라 관세청은 사람과 친밀도가 높고 훈련 능력이 뛰어난 래브라도리트리버, 스프링거 스패니얼 견종을 택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인천세관, 인천공항국제우편세관, 대구세관, 김해세관, 광주세관, 평택세관, 군산세관, 제주세관 등에 마약 탐지견이 배치되어 있으며, 출장 요청 시 권역 내 보세구역이나 우범 지역에서도 활동한다. 부산세관에서는 래브라도리트리버 견종의 건즈, 스카이, 백스터, 알렉산더 등 4마리를 운용하고 있으며 1인 1견 4개 조 방식으로 근무를 서고 있다.


마약 탐지견이 활동 중임을 알리는 팻말. 마약 탐지견이 활동 중임을 알리는 팻말.

■어떻게 마약을 찾는 걸까?

마약 탐지견은 어떤 훈련을 통해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걸까? 먼저 탐지견센터에서 생후 4개월부터 약 8개월간 기초 훈련을 받는다. 훈련 후 탐지견으로 선발된 성견(약 1년 6개월령)은 마약 냄새 기억 훈련 등을 포함해 여행자 수하물 탐지, 수출입 화물과 우편물 탐지 등 16주 과정의 양성훈련 과정을 통과해야 전국 세관과 공항·항만으로 배치된다.

탐지견은 주로 반입 비중이 높은 마약류(히로뽕, 코카인, 헤로인, 대마, MDMA 등)에 대해 집중 훈련을 진행한다. 향후 국내로 반입되는 신종 마약의 경우도 훈련을 한다면 적발이 가능하다. 탐지견센터에서도 꾸준히 신종 마약을 확보해 훈련하고 있다.

전국 세관과 공항·항만에 배치된 탐지견은 입항 시간에 맞춰 현장에 투입되며 항공기나 선박 한 편당 15~20분 동안 탐지 활동을 한다. 근무 시간은 현장 상황이나 탐지견의 컨디션을 고려해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다. 활동 후에는 별도로 마련된 휴식 공간에서 2시간 휴식을 취하고, 입항이 끝나면 탐지견의 일과도 마무리된다. 근무 시간이 아닐 때에도 마약류 적발 훈련은 매일 수차례 실시되고 있다.

‘마약을 먹여서 훈련하는 것이 아니냐’ ‘마약 냄새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냐’ 등 탐지견에 대한 오해도 간혹 있지만 오롯이 마약 취기(냄새)만을 활용해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마약류를 찾았을 경우 탐지견이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간식 등을 포상으로 주기에 물건을 찾았을 때 오히려 기쁨을 느낀다. 탐지견에게는 입국장 검색이 곧 놀이인 셈이다.

이런 훈련 덕분일까. 우리나라 마약 탐지견의 적중률은 80%에 달한다. 실제 우리나라 탐지견이 2017년부터 5년간 적발한 마약 밀수 건수는 904건에 달한다. 중량은 무려 약 27kg에 달하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36억 원 정도에 이른다. 이런 우수성을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아 우리나라 탐지견훈련센터는 2021년 세계관세기구(WOC) 지정 국제기구 아시아·태평양 지역 탐지견 훈련센터(WCO RDTC)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열심히 활동한 마약 탐지견은 약 7~8세가 되면 은퇴 과정을 밟게 된다. 은퇴견, 훈련탈락견의 경우 새로운 가족을 찾아 주기 위해 별도 관리한다. 은퇴 탐지견 분양은 현장 방문 심사와 입양자 면담 등을 진행한 후 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이 나야 가정으로 인계된다. 분양은 관세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한다.

■공항에서 마약 탐지견을 마주친다면?

공항에서 큰 덩치의 마약 탐지견이 다가오면 놀라 비명을 지르는 여행객도 더러 있다. 탐지견은 온순한 성격을 가진 종이고,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 사람을 물지 않는다. 그러니 걱정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소리를 지르면 탐지견이 당황할 수 있으며, 예쁘다고 만지거나 사진을 찍는 행위는 활동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마약 탐지견은 엄연히 공무 수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또 ‘대형견인데 왜 입마개를 안 하냐’고 궁금해할 수도 있다. 탐지견의 마약 탐지활동은 후각을 이용하기에 충분한 호흡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입마개는착용하지 않고 있으며, 현행 동물보호법상 필수 입마개 착용 견종에도 속하지 않는다.

부산세관 이동훈 마약탐지조사요원은 “만약 공항에서 ‘마약 탐지견 활동 중 놀라지 마세요’라는 팻말을 발견한다면 마약 탐지견이 탐지활동을 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사람을 절대 물지 않으니 그냥 눈으로 지켜봐 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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