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원 대표에서 반려견 목욕탕 사장으로 ‘인생 반전’

설무호 ‘댕댕이 목욕마을’ 대표

구포 개시장 폐업 후 업종 전환
유기동물 봉사 활동 적극 참여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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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동안 운영해 온 보신원을 폐업하고 반려견 목욕 업체를 개업한 설무호 대표. 35년 동안 운영해 온 보신원을 폐업하고 반려견 목욕 업체를 개업한 설무호 대표.

반려동물 1000만 시대. 인류와 오랜 역사를 함께해 온 개는 과거 애완동물로 불리며 소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감정을 나누는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개를 둘러싸고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는 화두가 바로 ‘개 식용 문제’다.

2019년까지만 해도 부산에는 전국 3대 개 시장으로 불리던 구포 개 시장이 존재했다. 한국전쟁 이후 60년 이상 운영됐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폐업을 요구하는 동물보호단체의 집회와 민원이 계속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그런 분위기 속에 북구청, 구포시장 가축지회 상인회가 여러 논의를 거친 끝에 2019년 7월 폐업에 합의해 구포 개 시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상설 개 시장이 완전 폐업한 전국 첫 사례였다.

구포 개 시장에서 35년 동안 이성보신원을 운영해 온 설무호 대표에게도 생업이 달린 문제였기에 폐업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설 대표는 “과거에는 장날만 되면 개고기를 사러 7000~8000명이 다녀갈 정도로 개 시장이 문전성시를 이뤘다”며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없어져서는 안 될 품목이었지만 점차 개고기를 안 먹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언젠가는 폐업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고민을 이어 가다 새롭게 창업한 가게가 바로 ‘댕댕이 목욕마을’이라는 반려견 목욕 업체다. 설 대표는 구포 개 시장이 사라진 뒤 들어선 구포시장공영주차장 1층에 문을 열고 손님을 맞고 있다.

사실 업종을 결정할 때도 고민이 많았다. 북구청이 ‘동물 학대의 온상지를 동물 복지를 위한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방침으로 옛 개 시장 터에 반려동물 복지센터 건립을 계획하면서 이 자리에서 가능한 업종을 반려동물 관련으로 제한했기 때문. 그러나 인근 주민들이 반려동물보다는 시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생기길 원했고, 상인들이 업종 변경 등을 요구하면서 개 시장이 있던 곳에는 공영주차장과 식당, 과일가게 등이 입점한 상가가 들어섰다.

다른 업종을 선택을 할 수 있었음에도 설 대표가 반려견 목욕 업체를 고집한 이유는 뭘까. “저도 사람인지라 개에 대한 죄책감이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좋은 일을 한번 해 보자하는 마음과 구포가축시장 폐업의 의미를 살리고 싶어 반려동물을 위한 업종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반려견 목욕 업체를 운영하면서 개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서울에 사는 딸이 주 2회 정도 반려견을 데리고 부산 집에 온다. 자연스럽게 자주 접하다 보니 반려견의 매력을 알겠더란다. 설 대표는 “사실 35년간 식용견을 다뤘기 때문에 개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문화, 반려견 문화에는 관심이 없었다”면서 “막상 함께 지내 보니 반려견이 주는 위로와 편안함을 알겠더라”며 반려견을 아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설 대표의 ‘변심’은 유기동물을 위한 봉사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부터 북구청 ‘동물사랑 나눔 네트워크’ 사업에 지정돼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 유기동물 입양자와 반려동물을 키우는 장애인에게 무료로 목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설 대표는 “유기동물을 입양한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혜택을 드려 유기동물 입양이 권장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포 개시장 폐업의 의미를 잇고자 문을 열었지만 어려운 점도 있다. 1년 동안 계속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 반려동물 친화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구청의 당초 계획과 달리 현재 이곳에는 반려동물 관련 업종과 시설이 거의 없다. 구포시장공영주차장 앞에 산책하기 좋은 반려견 공원과 놀이터도 있지만 크기가 작다. 설 대표는 “끝까지 운영해 보려고 이런 저런 방법을 찾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구청에서 초기 취지에 맞게 다양한 시설을 조성하거나 폐업한 상인들에게 반려동물 관련 업종을 이어 갈 지원책을 제시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글·사진=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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