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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부터 이튿날 새벽 5시까지 일합니다. 야행성인 길고양이 패턴에 맞춰서 일하는 거죠. 이젠 저도 낮에 해를 보면 잠이 옵니다.”
(사)부산동물구조협회(이하 협회) 정인현(43) 대표는 낮밤이 바뀐 생활을 16년째 해 오고 있다. 길고양이 구조가 대부분 야간에 이뤄지는 탓이다.
협회는 부산시 등 지자체와 용역 계약을 맺은 영리 민간단체다. 길고양이 중성화사업(TNR)을 위한 포획·방사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지자체나 수의사회로부터 요청을 받으면 길고양이를 포획하고, 수술이 끝나면 원래 살던 곳에 다시 방생한다.
영리 단체지만 시민들의 동물 구조 요청에도 응한다. 특히 캣맘 캣대디 등 길고양이를 돌보는 이들의 요청이 많다. 사고로 외상을 입었거나, 구내염 등 질병으로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를 포획해 병원으로 이송하고, 회복하면 제자리에 방사한다. 문제는 치료비인데, 네이버 밴드를 통해 모인 580여 명의 협회 회원이 십시일반으로 돕는다. 협회와 연계된 병원도 비용을 절반으로 깎아 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부산 길고양이 복지에 협회가 여러모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협회는 본래 2008년부터 부산수의사회 소속으로 일했다. 당시 시의 1년 TNR 예산이 총 3억 원이 안 됐는데, 지금은 20억 원에 달한다. 홀로 일하던 정 대표는 사업 규모가 커지자 2016년 사단법인을 설립,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섰다. 현재 협회엔 총 12명의 직원이 있다.
그러나 어려움은 여전하다. 현장에서 오해를 많이 사는 게 가장 힘들다. 정 대표는 “포획을 시도하면 주민들에게 듣는 첫 마디가 ‘불법 아니냐’는 말이다”면서 “정작 캣맘들은 이해하는데, 일반 시민들이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불법 포획자라고 속단하고 협회 장비를 자신의 차에 싣고 가면서 경찰에 신고한 사람이 되레 절도 현행범으로 잡혀간 ‘웃픈’ 사건도 있었다. 당시 정 대표는 처벌불원탄원서까지 썼지만 통하지 않았다고. 정 대표는 “동물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없다. 사람들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해마다 9~11월은 가장 바쁠 때다. 지난 16일의 경우 하루에만 30마리 넘게 구조했다. TNR 지원금에서 20~30%의 세금을 떼야 하고, 유류세 부담이 크다. 또 사업 특성상 1년에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6개월가량에 불과하다. 사명감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인터뷰를 하던 중 정 대표의 오른팔에 있는 큼직한 흉터가 눈에 밟혔다. 조심스레 연유를 물어보니, 2010년께 기장군에서 러시아 거대 견종인 ‘코카시안 오브차카’가 돌아다닌다는 신고를 받고 구조하던 중 물렸단다. 기겁하는 기자에게 정 대표는 예삿일이라는 듯 바지를 걷어 올려 보였다. 물어 뜯기고 긁힌 상처투성이였다.
정 대표는 자신의 고향 본가에 있던 축사를 개조해 갈 곳 없는 고양이 100여 마리와 개 40여 마리를 보호하고 있는 동물애호가이기도 하다. 결국 그를 움직이게 하는 건 보람이다.
“사각지대에 있는 말 못하는 아이들이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을 한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이 사업으로 떼돈 벌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저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으니 하는 겁니다.”
글·사진=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