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플스토리] 반려동물 떠나보낸 슬픔, 억지로 잊으려 하지 마세요

[펫로스 증후군 증상과 대처법]
노령견 견주 63% “죽음 대비 힘들다"
가족·친구 잃었을 때 슬픔과 비슷해
죽음 인정하고 충분한 애도 시간 필요

극복 첫걸음은 본인 감정 파악하는 것
같은 경험한 지인과의 대화도 한 방법
함께 살던 반려동물 마음까지 살펴야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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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죽음을 겪고 난 후 보호자들은 상실감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제때 대처하지 못하면 펫로스 증후군을 앓을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반려동물의 죽음을 겪고 난 후 보호자들은 상실감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제때 대처하지 못하면 펫로스 증후군을 앓을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최근 한 유튜버가 세상을 떠난 반려견을 복제한 사실이 알려지며 '동물학대'와 '심정이 이해가 간다'는 의견으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유튜버 A 씨는 해당 사실을 밝히며 "복제견이 생소하지만 누군가는 펫로스를 극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복제견 논란을 떠나 분명한 건 가족이었던 반려동물이 떠나면 보호자는 큰 상실감을 겪는다는 것이다. 반려동물과 이별 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펫로스(Pet loss·반려동물 상실) 증후군' 진단과 예방법을 알아본다.


■펫로스 증후군 진단법

오랜 시간 가족처럼 사랑하며 지낸 반려동물이 사망하게 되면 보호자들은 슬픔, 상실감, 죄책감 등 많은 감정에 휩싸인다.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정도가 심해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정신적 고통과 심각한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펫로스 증후군이라 한다. 미국 수의사회의 '펫로스 지원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죽은 뒤 느끼는 슬픔은 실제로 가족 구성원이나 절친한 친구를 잃었을 때의 슬픔과 비슷한 정도라고 밝혔다. 우울감이 심할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후 지속적으로 우울한 생각이 든다면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 이미지투데이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후 지속적으로 우울한 생각이 든다면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 이미지투데이

보호자 대부분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KB경영연구소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노령견을 키우는 반려인의 63.4%가 반려동물의 죽음을 대비하는 것이 힘들다고 답했다. 또한 노령견 양육가구의 32.1%가 펫로스 증후군 극복 프로그램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펫로스 증후군 극복을 위해서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후 감정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펫로스 증후군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수의사 이학범 씨가 쓴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에 따르면 △극심한 우울감, 죄책감, 불안감을 경험한다 △쉽게 잠들지 못하고 중간에 깨어난다 △쉽게 무기력감이나 피로감을 느낀다 △일상생활이나 직무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식욕이나 체중에 큰 변화가 생겼다 △죽음이나 자살을 자주 생각한다 △사별 순간에 대한 기억이 자주 떠올라 힘들다 △예민하고 긴장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 △자신, 타인, 세상에 대한 부정적 신념이 생겼다 △사별을 떠올리게 만드는 장소, 사람, 대화를 피한다 등 10개 항목 중 5개 이상이 해당하면 펫로스 증후군일 수 있어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펫로스케어 조중헌 대표는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보호자들을 위한 심리 상담을 하는 곳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며 "펫로스 극복을 위해서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후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려동물과의 이별 대처하기

반려동물과 이별을 경험한 보호자들은 반려동물에게 잘 해 주지 못한 것만 생각나 후회한다. 반려동물이 있을 때 최선을 다하는 것이 후회를 남기지 않는 방법이다. 나중을 위해 반려동물과 이별하기 전 △반려동물 사진 간직하기 △주변 반려인과 소통 많이 하기 △산책 많이 나가기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마음껏 먹이기 △추억의 장소 만들기 △반려동물 털이나 치아 보관하기 등의 행동을 해 주면 좋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겪은 후에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 죽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슬픔은 정해진 패턴이나 일련의 단계가 없어 사람마다 극복하는 기간이 다르다. 반려동물과 관계를 맺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것처럼 반려동물의 빈자리도 점차 익숙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슬픔을 충분히 느끼고 드러내야 한다. 감정을 밀어내거나 무시하는 대신 극복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슬픔을 건강하게 표출하는 방법이다.

슬픔을 완전히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지원도 필요하다. 같은 경험을 한 반려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펫로스 증후군 극복에 도움이 된다. 이별 후 마음을 진심으로 공감해 줄 사람이 생겨 우울감을 떨쳐낼 수 있다.

특히 많은 반려인들이 정리를 위해 반려동물 사진을 지운다. 이는 가장 많이 후회하는 행동 중 하나다. 반려동물이 흐릿한 모습으로 생각날 때 제대로 기억해 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생각날 때 볼 수 있도록 사진 한두 장 정도는 간직하는 것이 좋다.

조 대표는 "친구나 직장 동료의 펫시터를 해 주거나 동물보호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방법도 있다"며 "봉사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좋은 일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반려동물을 키울 준비가 되어있는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호자뿐만 아니라 떠난 반려동물과 함께 지낸 다른 반려동물도 펫로스 증후군을 겪을 수 있다. 집에 있는 반려동물들을 위해 보호자가 먼저 마음을 추스르는 것이 좋다. 쉴 새 없이 보호자를 관찰하는 반려동물들은 변화된 집안 분위기와 감정, 슬픔을 감지해 불안감을 느끼거나 눈치를 보기도 한다. 사람도 그렇듯 반려동물에게도 슬픔을 극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도 반려동물이 힘들어 한다면 행동 진료 전문 수의사에게 문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반려동물도 친구의 죽음에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반려동물에게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미지투데이 반려동물도 친구의 죽음에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반려동물에게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미지투데이

■반려동물 사후 대처 방법

마음의 준비는 했어도 막상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당혹스럽다. 반려동물이 숨을 쉬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면 담요나 수건 위에 패드를 깔고 편하게 눕혀 준다. 혀가 밖으로 나왔다면 물티슈나 탈지면을 입에 물려야 한다. 사후경직이 왔을 때 혀를 깨물어 상처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사후에 반려동물이 눈을 뜨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지만 보기 힘들다면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눈을 감겨 주면 된다.

사후경직이 온 다리는 만지지 않고 그대로 편하게 둔다.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난 즉시 장례식장에 가야 하는 건 아니다. 담요나 수건 밑에 아이스 팩을 4~6개 정도 깔고 편하게 눕혀 주면 72시간 정도까지 이별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장례식장으로 이동할 때는 항문 쪽에 배변패드를 두고 큰 타월이나 담요로 감싸 안은 후 목을 잘 받치면 된다.

펫로스케어 조 대표는 "많은 반려인들이 반려동물과의 이별로 고통스러워한다"며 "반려동물과의 이별이 '반드시 찾아올 이별'임을 받아들인다면 펫로스 증후군 예방과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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