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고 수준 도서관 6곳 '도장 깨기' 어때요? [문화 핫플]

■울산 지관서가
잠시 멈춰 나와 세상 바라봄 의미
SK그룹의 대표적 사회공헌 사업
책 읽기 최적화된 건축 설계 이목
도서관마다 주제·프로그램 ‘다양’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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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고 수준 도서관 6곳 '도장 깨기' 어때요? [문화 핫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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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지관서가 중 처음 생긴 울산대공원 지관서가 모습. 지관 재단 제공 울산 지관서가 중 처음 생긴 울산대공원 지관서가 모습. 지관 재단 제공

울산대공원 지관서가 건물 모습. 김효정 기자 울산대공원 지관서가 건물 모습. 김효정 기자

AI에게 울산이라는 도시를 요약해달라고 물었다. 그러자 ‘한국의 산업 수도로서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산업이 발달했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에너지, LG화학, 롯데정밀화학, S‑OIL, 듀폰 등 글로벌 기업이 집적돼 있고 대왕암공원, 태화강 등 자연환경도 뛰어나다’라고 답한다. 요약을 잘했지만, 울산의 큰 자랑거리 하나를 빠뜨렸다. 전국 최고의 도서관 겸 인문학당이 무려 6개나 있는 책 읽기의 성지라는 사실이다. 이미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6곳의 울산 지관서가 도장 깨기’가 유행이 되고 있다. ‘6곳의 지관서가를 품은 울산이 부럽다’라는 말은 만든 그곳을 찾아갔다.


■지관서가의 시작과 확대

지관서가는 SK그룹의 대표적인 사회 공헌 사업으로, SK가 재원을 담당했고, 지자체가 공공시설을 지원했다. 재단법인 지관이 전체 관리를 하며, 지역의 시니어클럽, 장애인협회 등 비영리 단체가 위탁운영을 맡아 지역을 살리는 상생의 목적도 실현하고 있다.

재단법인 이름이자 도서관의 이름인 지관은 ‘잠시 멈추어(止) 나와 세상을 깊이 바라본다(觀)’라는 철학을 담고 있다. 분주하게 달리던 몸과 마음을 잠시 멈추고(止), 나와 세상 전체를 깊이 바라보는(觀) 일은 우리 삶을 더 행복하게 변화시키려는 목적이 있다.

2021년 울산대공원을 시작으로 장생포, 선암호수공원, 유니스트(UNIST), 울산시립미술관, 박상진호수공원까지 4년에 걸쳐 6곳의 지관서가가 생겼다. 지관서가에 관해 처음 들었다면, 지역의 공립도서관이나 작은 서점, 사랑방 정도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관서가는 최고의 건축 사무소가 설계를 맡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명 회사가 자연의 빛과 조명을 섬세하게 고려해서 공사했다. 책 읽는 데 있어 조도와 색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도서 선택과 배치, 즉 큐레이션은 도서 관련 전문가들이 각 지점의 주제에 맞게 매월 교체하고 있다. 고전부터 신간까지 신선한 콘셉트로 책을 배치해 공간을 찾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것 역시 이들의 역할이다.

명상을 주제로 지은 유니스트 지관서가는 하루 2번 명상 시간이 있다. 지관 재단 제공 명상을 주제로 지은 유니스트 지관서가는 하루 2번 명상 시간이 있다. 지관 재단 제공

유니스트 지관서가는 대학 도서관과 협력해 지관서가 밖 벽 모두를 서재로 꾸몄다. 김효정 기자 유니스트 지관서가는 대학 도서관과 협력해 지관서가 밖 벽 모두를 서재로 꾸몄다. 김효정 기자

■각자 다른 주제가 있어 매력

지관 재단은 “지관서가마다 주제가 있고 그에 따라 도서 큐레이션을 한다. 테마에 맞는 다양한 인문 행사도 열고 있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좋아하는 테마에 따라 지관서가 마니아들이 형성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지관서가의 독서 모임과 봉사자 모임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울산대공원점의 주제는 '관계'이다. 울산대공원은 주로 가족, 연인, 친구, 반려동물과 함께 느긋하게 거닐며 산책하는 곳이며, 함께 걷는 이의 보폭에 맞춰 걷는 산책길이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길을 닮았다는 점에서 이 주제를 택했다.

매주 주말마다 울산대공원 지관서가를 찾는다는 50대의 김 모 씨는 “이 곳의 주제가 심오하다. 인문, 철학책이 많아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정도 수준의 인문, 철학책이 구비된 도서관은 흔치 않다. 그런 점에서 6곳의 지관서가 중 이곳을 가장 좋아한다”라고 소개했다.

장생포점은 ‘일’이 주제이다. 산업 수도 울산의 역사가 그대로 담긴 공간이며, 버려진 냉동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장생포에 항구와 산업단지 그리고 예술인 마을이 공존하듯, 인문과 예술과 산업의 이질적인 사상과 관점들이 서로 만나 재탄생하는 공간을 기대한다. 장생포 지점은 실제로 근처 공장의 노동자들이 평일 점심시간 혹은 퇴근 후 저녁에 자주 찾고 있다.

장생포 지관서가는 내부 어디서든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지관 재단 제공 장생포 지관서가는 내부 어디서든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지관 재단 제공

장생포 지관서가는 일몰 때 붉은 기운이 서가 전체를 감싸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지관 재단 제공 장생포 지관서가는 일몰 때 붉은 기운이 서가 전체를 감싸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지관 재단 제공

선암호수 노인복지회관에 자리 잡은 선암호수공원점은 장소성을 고려해 '나이듦'을 주제로 잡았다. 노년이 젊음의 상실이 아닌, 노년만의 완숙함과 찬란함을 지닌 시절임을 발견하는 책들이 주로 배치돼 있다.

유니스트의 주제는 명상이다. 빨리 변하는 시대에 우리는 속도를 맞추기에 급급하다. 속도보다는 방향이라는 말이 있다. 그 방향을 스스로 설정하기 위해 잠시 멈춰 서서 내면으로 눈을 돌리고 ‘인간다운 삶’에 대해 깊이 질문하자는 뜻이 있다. 실제로 오전 8시, 오후 6시에 한 시간씩 집중 명상 시간이 있으며 명상음악 전문 회사 케렌시아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의 주제는 ‘아름다움’이다. 외적인 형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비롯한 세계를 인식하는 시선과 태도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박상진 호수공원은 주제는 ‘영감’이다.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고, 닫힌 마음에 숨통을 틔우고, 삶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새로운 시선을 발견하자는 뜻이다.

울산시립미술관 지관서가는 도심 대로변에 있어 창을 사이로 밖은 차들이 바쁘게 지나가고 안은 여유롭게 책 읽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김효정 기자 울산시립미술관 지관서가는 도심 대로변에 있어 창을 사이로 밖은 차들이 바쁘게 지나가고 안은 여유롭게 책 읽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김효정 기자

박상진호수공원 지관서가는 호수 풍경 전체를 품고 있어 무척 아름답다. 지관 재단 제공 박상진호수공원 지관서가는 호수 풍경 전체를 품고 있어 무척 아름답다. 지관 재단 제공

박상진호수공원 지관서가 3층은 호수가 보이는 정원으로 야외 의자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김효정 기자 박상진호수공원 지관서가 3층은 호수가 보이는 정원으로 야외 의자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김효정 기자

박상진호수공원 지관서가는 밤 풍경도 색다른 매력이 있다. 김효정 기자 박상진호수공원 지관서가는 밤 풍경도 색다른 매력이 있다. 김효정 기자

■자연을 품은 명당에서 책 읽기

울산 지관서가의 장점은 대부분 자연 속에 자리 잡아 커다란 창 가득 자연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울산대공원점은 입구에서 800미터 정도 숲길을 걸으면 푸근한 산장 같은 공간을 만난다. 유니스트점은 전국에서 아름다운 대학 풍경으로 꼽히는 가막저수지를 둘러싸고 있다. 잔잔한 호수 같은 물을 바라보며 명상도 하고 책을 읽는 기분은 남다르다.

실제 큰 호수를 끼고 있는 선암호수공원점과 박상진호수공원점도 있다. 호수 주변을 산책한 후 지관서가에서 따뜻한 차와 마음의 깊이를 더하는 책을 보다가 고개를 들면 호수 전경을 가득 담을 수 있다. 다만 선암호수공원은 노인복지관에 자리 잡고 있어 1층은 복지관 프로그램 이용자들로 시끄러운 편이다. 2층에 앉아 책 읽기를 권한다.

장생포점은 내부 어디서든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항구, 공장과 예술인 창작촌을 아우르는 장생포의 광활한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노을 맛집이기도 하다. 해가 질 무렵 장생포 지관서가는 저 멀리서 붉은 조명이 다가와 공간을 가득 채운다. 반면 울산시립미술관점은 울산 시내 큰 도로변에 있다.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쁘게 지나가는 차들과 여유롭게 책을 읽는 이들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선암호수공원 지관서가는 노인 복지관에 자리 잡아 1층은 복지관을 찾는 어르신들로 북적거리며 2층은 조용하다. 지관 재단 제공 선암호수공원 지관서가는 노인 복지관에 자리 잡아 1층은 복지관을 찾는 어르신들로 북적거리며 2층은 조용하다. 지관 재단 제공


선암호수공원 지관서가는 독립출판물도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 김효정 기자 선암호수공원 지관서가는 독립출판물도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 김효정 기자

모든 지관서가에는 필사노트와 자신의 감상문을 적는 노트가 준비돼 있다. 다른 이의 글을 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김효정 기자 모든 지관서가에는 필사노트와 자신의 감상문을 적는 노트가 준비돼 있다. 다른 이의 글을 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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