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대출 악순환 "문 닫아도 열어도 빚더미 굴레" [부산 자영업자 폐업 도미노]

밀린 월세에 원상복구비 등
폐업에도 수천만 원씩 빌려
고령 소상공인 가장 큰 타격
영세업자 실질 지원책 절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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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자영업자가 4년 새 8만여 명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오후 부산 중구 남포동 일대 상가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자영업자가 4년 새 8만여 명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오후 부산 중구 남포동 일대 상가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손님이 하루에 한 팀밖에 안 올 정도로 장사가 안 됩니다. 대출을 끌어 쓰고도 개인 회생까지 고민 중입니다.”

자영업자들은 경기 악화로 적자가 쌓이고, 적자를 메우기 위해 대출에 의존하고, 폐업하다 원상복구비와 밀린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다시 빚을 지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감옥이 된 가게에서 하루를 버티는 게 부산 자영업자의 현주소다.

■빚내서 한 폐업

부산 수영구에서 한우 식당을 운영하는 조 모(71) 씨. 그는 11년 전 처음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초기엔 장사가 잘됐다. 사업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주춤했다. 엄혹했던 ‘코시국’이 지나가며 다시 사업은 상승세를 탔다. 그러다 2024년 12월 계엄 사태가 터지며 연말 예약이 모두 취소됐다. 조 씨의 고깃집은 연말 단체 손님을 바라보고 하는 ‘한철장사’였다. 코로나 여파를 아직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연말 장사마저 물거품이 되자 결국 폐업을 결심했다.

폐업하자 빚이 생겼다. 조 씨의 가게는 56평 정도였는데, 원상복구비용 2500만 원과 밀린 월세 3000만 원에 월세 연체이자까지 내야 했다. 결국 대출받은 8000만 원을 여기에 다 썼다.

자영업자의 평균 대출 규모는 증가세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공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1인당 평균 대출 규모는 3억 4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은 2.9%(1000만 원)에 달했다. 원리금을 연체한 자영업 차주도 전체의 4.6%(14만 8000명)에 달한다.

10년째 연제구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임상우(58) 씨는 “가게는 약 2년 전부터 적자인데 카드수수료만 1년에 6000만 원을 내야 하니 대출 생각이 안 날 수 없다”며 “결국 대출에 손을 대면 안 그래도 적자인데 빚까지 매달 갚아야 하는 마이너스의 늪에 빠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고령화, 무너지는 요식업

적지 않은 나이의 조 씨가 적당한 일자리에 재취업하기는 어려웠다. 조 씨는 가게 규모를 9평으로 줄이고 테이블 수도 3개로 줄여 다시 자영업을 시작했다. 이번엔 1년 만에 폐업 위기가 찾아왔다. 조 씨는 “중동 전쟁으로 손님들의 지갑이 완전히 닫힌 지난달,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미 빚까지 있는 상태에서 다시 폐업 비용을 감당하기가 부담스럽고 개인 회생도 대기자가 너무 많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부산 소상공인의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역 소상공인은 65~79세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021년 9만 337명에서 지난해 13만 357명으로 4년 만에 4만 명 이상 증가했다. 80세 이상 역시 같은 기간 7899명에서 1만 2875명으로 늘어났다.

고령층 자영업자가 많은 요식업은 불경기에 가장 먼저 무너진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부산 주요 외식업종 사업자 수는 최근 크게 줄었다. 커피 음료점만 유일하게 증가 흐름을 보였으나 이마저 최근 들어 증가세가 꺾였다.

■변화에 대응할 힘 길러 줘야

부산시는 부산시소상공인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자영업자를 지원하고 있다. ‘사업정리 도우미’ 사업을 통해 그해에 폐업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사업정리 컨설팅과 최대 400만 원의 철거 비용과 재기 지원비 50만 원을 지급한다. 디자인 개발 지원금 평균 150만 원을 지급하는 ‘디자인 품질 개선 및 지식서비스 지원’ 사업과 환경 개선 비용 약 800만 원을 지급하는 ‘찾아가는 소상공인 해결사’ 사업도 진행한다.

다만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위기에서 벗어나긴 힘든 구조라고 호소한다. 수영구에서 간장게장집을 운영하는 70대 황성규 씨는 “9000~1만 5000원 정도 하는 1인분을 팔면 배달업체 계약비, 배달비 등을 빼고 1000원이 겨우 남는다. 배달플랫폼을 안 하면 장사가 안되고 하면 남는 게 없는 구조”라며 “사업을 시작하는 과정에서도 무조건 잘 된다는 프랜차이즈 업체의 말만 믿고 피를 보는 경우가 많으니, 전문가들로부터 상권 분석 등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경대 문영만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때부터 계속 누적돼 왔던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폭을 확대해야 자영업자들도 빚의 늪에서 벗어나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며 "가계 소비가 살아나야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 가구를 대상으로 확장적 재정 정책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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