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Name)
e-메일(E-mail)
이름(Name)
e-메일(E-mail)
이름(Name)
e-메일(E-mail)
상장 첫날인 지난달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국내 증시 사상 처음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 상품이 출시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18종의 상품이 한꺼번에 상장된 첫날, 거래대금은 ‘10조 4180억 원’을 기록하며 말 그대로 거래가 ‘폭발’했다. 이후 사흘 만에 28조 원에 육박하는 돈이 몰렸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거래를 위한 사전 의무 교육을 수료한 투자자만 30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 상품이 어떤 구조인지, 무엇이 위험한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발을 들였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화려한 등장
기본적으로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자산의 일간 수익률을 일정 배수로 추종하도록 설계됐다. 기초자산이 하루에 1% 오르면 2배 레버리지 상품은 2% 오르고, 반대로 1% 내리면 2% 하락하는 구조다. 기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코스피200 같은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았다. 반면 이번에 출시된 상품은 지수가 아닌 삼성전자·SK하이닉스라는 개별 종목 하나만을 기초자산으로 삼는다.
기초자산이 될 수 있는 종목의 기준은 매우 까다롭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10% 이상 △거래대금 5% 이상 △국내 주식 선물·옵션 거래대금 비중 1% 이상 △국제신용평가사의 적격투자등급(BBB- 이상) 네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이 조건을 모두 갖춘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곳뿐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이미 테슬라나 엔비디아 등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활발히 거래돼 왔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이 이들 해외 상품에 뭉칫돈을 쏟아 부으면서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그간 금융당국의 규제로 허용되지 않았지만, 금융위원회가 해외 투자 자금 유출을 막고 글로벌 추세에 발맞추기 위해 관련 규제를 개편하면서 이번에 처음 시장이 개설됐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삼성·미래에셋·한국투자·KB·신한·한화·키움·하나 등 8개 운용사가 ETF 16종을, 1개 증권사가 ETN 2종을 내놓으면서 상장 초기 설정액만 4조 3227억 원에 달했다.
상장 후 사흘간 18개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합산 거래대금은 27조 8710억 원에 육박했다. 첫날 10조 4180억 원, 이튿날 9조 6380억 원, 셋째날 7조 8150억 원이 오갔다. 지난달 29일 기준 시가총액은 5조 3312억 원, 순자산총액은 5조 266억 원이었다.
수익률도 화려했다. 상장 후 사흘간 국내 상장 ETF 상승률 상위 8개 중 7개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이 기간 SK하이닉스 주가가 13.69% 오르는 동안, 레버리지 상품의 수익률은 약 2배에 달하는 27~28%를 기록했다.
■흥행의 이면 ‘음의 복리’
투자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구조적 함정도 있다. 먼저 주의해야 할 점은 레버리지 상품 특유의 ‘음의 복리효과(변동성 감쇄)’다. 기초자산이 하루 10% 오른 뒤 다음날 원래 수준으로 되돌아오면 기초자산의 누적 수익률은 0%다. 하지만 2배 레버리지 상품은 약 -1.82%의 손실을 기록한다.
예를 들어 1만 원짜리 기초자산을 둔 레버리지 상품은 첫날 기초자산이 10% 올라 1만 1000원이 될 때, 20%가 상승한 1만 2000원을 기록한다. 이튿날 기초자산이 원래 가격(1만 원)으로 돌아가려면 9.09% 하락해야 하는데, 레버리지 상품은 이 하락률의 두 배인 18.18%가 빠지게 된다. 결국 가격은 9818원까지 밀린다. 기초자산의 주가는 제자리인데 투자자는 원금 손실을 보는 것이다.
등락을 반복하며 횡보장이 길어지면 원금이 조금씩 녹아내릴 수 있다. 변동성이 클수록 이 감쇄 효과도 커진다. 미국 증시의 테슬라의 경우, 1년간 주가가 18% 상승했음에도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상품은 음의 복리효과로 인해 오히려 -20%의 손실을 기록한 사례가 있다.
■단일종목 집중…하루 만에 상폐도
여기에 단일종목에 집중된 상품 구조가 위험을 더한다. 기존 지수형 레버리지 ETF는 수십, 수백개 종목으로 분산되어 있어 특정 기업의 악재를 상쇄할 수 있었다. 반면 이 상품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오직 한 종목의 차트만 바라본다.
만약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주요 고객사의 공급망 이탈 등 돌발 악재가 터지는 순간 그 충격은 곧장 2배로 전달된다. 국내 주식시장의 하루 가격제한폭이 ±30%인 점을 감안하면, 이론적으로 하루 만에 최대 60%에 달하는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실제 영국에서는 단일종목 3배 레버리지 상품의 기초자산이 하루 39% 급락하면서 투자금 전액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개별주가 하락률의 3배인 -117%를 추종하면서 상품의 순가산가치가 완전히 잠식돼 상장폐지된 것이다.
■괴리율·리밸런싱도 ‘주의’
거래 전 레버리지 상품과 기초자산 사이의 ‘괴리율’도 눈여겨 봐야 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의 수급이 한 방향으로 급격히 쏠리기 쉽다. 이때 주문이 폭주해 유동성공급자(LP)가 물량을 제때 대지 못하면, 실제 가치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는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
장 마감 무렵 집중되는 리밸런싱도 간과할 수 없는 위험 요소다. 운용사들은 레버리지 배율(2배)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장 마감 전후 기초자산을 사고파는 리밸런싱을 진행한다. 주가가 오를수록 추가 매수가 필요하고, 내릴수록 매도가 집중되는 구조다. 이 물량이 장 후반 동시호가 시간대에 쏟아지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이것이 다시 레버리지 상품의 손익을 흔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국 “각별한 주의” 당부
이에 금융당국은 이례적으로 “손실 감내 능력 및 투자위험 이해도가 낮은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은 매매 동향과 괴리율, 변동성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과장광고를 막기 위한 지도에도 나서기로 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이 상품에 ‘ETF’라는 명칭 표기를 금지하고 ‘단일종목’임을 명시하도록 했으며, 상장법인 임직원과 주요 주주에 대해서는 내부자 단기매매차익 반환청구 등 개별주식 수준의 거래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상품 투자설명서를 모두 읽었음에도 상품구조 및 투자위험에 대한 이해가 명확히 되지 않을 경우 투자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