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富者)들의 부자(父子) 컬렉션’ 부산에 왔다

한국 미술 최고 명품들 모아
부산박물관 ‘수집가전’ 열려
이건희 유물도 부산 첫 공개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busan.com 기사추천 메일보내기
‘부자(富者)들의 부자(父子) 컬렉션’ 부산에 왔다
받는 분(send to)

이름(Name)

e-메일(E-mail)

보내는 분(from)

이름(Name)

e-메일(E-mail)

전하고 싶은 말
페이스북
트위터
국보로 지정된 ‘청자 음각 연화문 유개매병’ 뒤편으로 달항아리들이 보이고 있다. 국보로 지정된 ‘청자 음각 연화문 유개매병’ 뒤편으로 달항아리들이 보이고 있다.

“세상에는 그림을 아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보는 사람, 그리고 그냥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아낀 그림을 벽 속에 감추어 소장했던 당나라 시인 왕애는 오직 그림을 가졌을 뿐이니 그것을 충분히 보았다 할 수 없다.” 조선 후기 문장가이자 서화가인 유한준이 <자저>에 쓴 글이다. 부산시립박물관 특별기획전 ‘수집가전’이 열리고 있는 기획전시실 한쪽에 이 글귀가 보인다. 이번 전시의 주제이기도 한 ‘수집의 즐거움 공감의 기쁨’을 느끼기 위해 꼭 한 번 읽고 새기면 좋겠다.


비슷해 보이는 달항아리도 자세히 보면 모양과 색깔이 각기 다르다. 비슷해 보이는 달항아리도 자세히 보면 모양과 색깔이 각기 다르다.

‘수집가전’은 부산박물관이 부산을 기반으로 성장했거나 부산의 경제·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한국 대표 기업가들의 문화유산 수집 열정 및 사회 환원 정신을 조명하고자 기획했다. 이에 따라 삼성의 이병철·이건희, 아모레퍼시픽의 서성환·서경배, 화승의 현수명·현승훈, 눌원문화재단의 신성수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가이자 수집가들의 고미술품 60여 점이 출품됐다.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해 국보로 지정된 ‘백자 청화 대나무무늬 각병’. 부산박물관 제공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해 국보로 지정된 ‘백자 청화 대나무무늬 각병’. 부산박물관 제공

이번 전시는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고미술품이 부산에 처음으로 선보인다는 소식에 일찌감치 비상한 관심을 모은 게 사실이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이 기증해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유물 14건 22점, 리움미술관 소장 유물 3점 등으로 이번 전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팁’을 더하자면, ‘부자(富者)들의 부자(父子)컬렉션’과 사회 환원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관심을 가지면 더욱 다채로운 관점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전시회에 작품을 내어 준 수집가의 명단을 살펴보면 부자(父子)가 함께 포함된 경우가 많다. 더구나 2015년 세계 200대 컬렉터에 이들 부자 컬렉터 중 2세인 이건희와 서경배의 이름이 오르는 등 세대를 내려오면서 ‘수집력’이 더욱 강화되는 경향을 알 수 있다. 또한 화승의 고 현수명 회장은 1978년 부산박물관 개관 시 최초의 기증자로서 부산박물관 유물 수집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번 ‘수집가전’이 던지는 의미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보물로 지정된 김홍도의 ‘삼공불환도’. 부산박물관 제공 보물로 지정된 김홍도의 ‘삼공불환도’. 부산박물관 제공

개별 작품에 주목할 경우, 우선 평소 보기 힘든 국보와 보물 10점은 챙겨봐야 한다. 우아한 몸체와 긴 목에 8모를 지닌 ‘백자 청화 대나무무늬 각병’과 연꽃무늬를 음각으로 새겨 넣고 뚜껑이 있는 ‘청자 음각 연화문 유개매병’이 국보다. 김홍도의 ‘삼공불환도’, 이암의 ‘화조구자도’, 작자 미상의 박문수 초상, 백자달항아리, 예안 김씨 계회도 등은 보물이다. 계회도는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조직된 계모임을 그렸다. 동아시아 국가 중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확인되는 종류의 그림이다. 화가 김두량이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그린 ‘삽살개’는 부산시 유형문화유산이다.


부산시유형문화재인 김두량의 ‘삽살개’. 부산박물관 제공 부산시유형문화재인 김두량의 ‘삽살개’. 부산박물관 제공

정은우 부산박물관장은 “수집가들은 유물을 감상하다 자연을 느꼈고,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또한 자연스럽다고 생각한 것 같다. 한국 미술의 정수라 할 최고의 명품을 선보이는 전시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 인용해 유명해진 문장이 있다. 이 역시 유한준이 남긴 글을 조금 고친 것이라고 한다. 명품의 감동은 시대를 초월한다. 이번 전시는 7월 7일까지다. 글·사진=박종호기자



부산박물관 특별기획전 ‘수집가전’ 포스터. 부산박물관 제공 부산박물관 특별기획전 ‘수집가전’ 포스터. 부산박물관 제공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파트너스
해운대구
기장군
동래구
남구
수의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