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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한 참가자가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에 허술했던 투표용지 인쇄 과정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투표용지 인쇄량이 유권자 기준 50% 미만이었던 투표소는 전국 1371곳에 달했고, 투표 중단 사태가 일어난 26곳 중 15곳도 투표지를 50% 미만으로 인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전국 투표소 1만 4288곳 중 투표용지 인쇄 비율이 선거인 수의 50% 미만인 곳은 1371곳이었다. 전체 투표소 기준 9.6%로 전국 투표소 10곳 중 1곳 정도다.
특히 투표 중단 사태가 벌어진 26곳 중 15곳도 투표지 인쇄 비율이 50% 미만이었다. 투표지 부족 문제가 있었던 전국 91곳 중 42곳도 투표지를 50% 이상 인쇄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투표지 미달 사태는 인쇄 과정에서 100매 미만을 버리는 ‘절사’ 기준을 적용한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관위가 투표용지 인쇄 비율을 선거인 수의 50% 이상으로 정했지만, 해당 기준을 적용해 실제 인쇄 비율은 50% 미만이 됐기 때문이다.
투표용지가 가장 많이 부족했던 서울 송파구 송파1동 제4투표소는 선거인 수가 3999명이라 50% 기준으로 약 2000매 인쇄가 필요했다. 하지만 100매 단위 절사 기준에 따라 1900매가 인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에서 인쇄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부산 동구 수정5동 제2투표소와 전남 여수 시전동 제4투표소로 조사됐다. 두 투표소 모두 선거인 수는 2197명이었지만, 인쇄된 투표용지는 1000매로 45.5%에 그쳤다.
중앙선관위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별도 회의 없이 투표용지 최소 인쇄 기준을 유권자 수의 60%에서 50%로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민의힘 김승수·김민전 의원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12월 10일 별다른 회의도 없이 사무총장이 전결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달 24일 선거정책실장 전결로 ‘공직선거 절차 사무편람’도 같은 내용으로 개정했지만, 이때도 공식 회의는 없었다.
투표용지가 부족한 상황을 대비한 업무처리 절차나 역할 분담 등의 가이드라인도 없었다. 중앙선관위는 선거별 일련번호 기재, 추가 교부 매수 기준, 배부 절차 등을 준비하지 못해 신속히 대응할 시간을 놓쳤다고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투표 관리, 우편투표 접수, 개표 관리 등 여러 업무를 6~13명이 짧은 시간에 처리해 사건 발생 즉시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고 해명하기도 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현재까지 투표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곳은 전국 91개 투표소다. 서울 42곳, 경기 23곳, 인천 11곳, 대구 4곳, 부산 3곳, 울산·경남·전남 각 2곳, 충북·전북 각 1곳이었다. 투표용지는 4726장이 부족했다고 보고됐지만, 전날 선관위가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실에 새로 제출한 자료에선 7194장으로 늘었다. 일부 투표소에선 최대 105분간 투표가 중단됐고, 송파구 투표소 3곳은 중단 시간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상태다.
국민의힘은 특검을 통해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관리 실태를 규명하고, 책임자 문책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8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며 대응에 나선 상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0일 “특검을 통한 진상 규명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앙선관위는 투표용지 인쇄 매수 하한 기준은 2009년 80%, 2016년 70%, 2021년 60%로 줄었다고 설명한다. 사전투표율이 증가했고, 짧은 인쇄 시간으로 투표용지 인쇄소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 등을 근거로 제시한다. 특히 선거일에 투표율보다 과도한 투표용지를 인쇄하면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