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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갖고 ‘황금함대’ 구축 구상을 발표하면서 파트너로 한화를 지목했다. 연합뉴스
‘조선 도시’ 경남 거제가 한미 정상의 ‘입’에 들썩이고 있다.
양국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바람을 타고 지역에 사업장을 둔 한화오션이 안팎에서 호재를 쓸어 담으면서 치솟는 주가만큼이나 지역의 기대도 끌어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별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 해군력 증강을 위한 ‘황금함대’ 구축 구상을 발표하며 “새로운 프리깃함 건조를 한국 회사와 함께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당 회사가 ‘한화’라고 소개한 그는 “매우 훌륭한 회사다.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해군 조선소에 50억 달러(한화 7조 42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펜실베이니아주에 위치한 ‘필리(Philly) 조선소’를 지칭한다. 지난해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1억 달러, 우리 돈 1380억 원 상당을 들여 지분 100%를 인수한 사업장이다.
사실상 한화오션을 황금함대의 핵심 파트너로 공언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말 한마디에 당일 한화오션 주가는 전일 대비 12.49% 급등했다.
한화오션 사업장이 있는 거제 지역도 반색하는 분위기다. 특히 거제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 덕분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조선업 중심지로 눈도장을 받게 됐다는 자체 평가를 내리고 있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이번 협력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성장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화오션 방산기술력이 집약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등 최첨단 수상함 함정모형들. 부산일보DB
국내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한화오션의 또 다른 호재가 됐다. 방위사업청은 하루 전날인 22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한국의 차기 구축함 프로젝트인 KDDX 선도함 건조를 맡을 사업자 선정 방식을 논의했다. 수의계약·경쟁입찰·공동 설계 등 3가지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해 온 방추위는 업계의 예상을 깨고 ‘경쟁입찰’을 택했다.
KDDX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최초의 국산 이지스구축함이다. 방사청은 7조 8000억 원을 투입해 6000t급함 6척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통상 함정 건조는 1단계 개념설계, 2단계 기본설계, 3단계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4단계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한다. 앞서 개념설계는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았다.
2023년 12월 기본설계가 완료돼 지난해 3단계에 착수할 예정이었지만,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둘러싼 논쟁에 최근까지 표류했다. 경쟁입찰이냐, 수의계약이냐에 따라 양사의 유불리가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는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맡았다. 복잡한 무기 체계와 전투 체계가 집약되는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는 연속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유다.
HD현대중공업은 이런 관례와 기술 연속성을 근거로 수의계약을 주장했다. 반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전력을 근거로 절차적 공정성과 정당성 확보를 위해 이번엔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럼에도 방사청은 빠른 납기를 명분으로 수의계약 안을 밀어붙였지만, 이 대통령의 공개 발언 직후 상황이 급반전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충남 천안 타운홀 미팅에서 한 참석자가 방산·군수 비리를 근절해달라고 요청하자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을 향해 “군사기밀을 빼돌려서 처벌받은 데다가 뭔 수의계약을 주느니 하는 이상한 소리를 하고 그러던데, 그런 것 잘 체크하라”고 지시했다.
특정 업체를 거론하진 않았으나 사실상 HD현대중공업을 겨냥한 메시지로 읽히면서 수의계약 안은 사실상 배제됐다. 이후 경쟁입찰과 함께 ‘공동개발’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공동개발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역할을 나눠 상세설계를 진행하고 선도함 2대를 동시에 발주해 1척씩 건조하는 방식이다.
특정 업체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은 데다, 양사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함정 건조 역량을 극대화해 개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늦어진 전력화 일정도 만회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이날 방추위를 앞두고 공동개발로 결론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방추위 선택은 지명 입찰이었다.
지명 입찰은 KDDX 방산업체로 지정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2곳이 경쟁하는 방식으로, ‘보안사고 감점’을 떠안은 HD현대중공업에 비해 한화오션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이다.
신안우이 해상풍력 조감도. 한화오션 제공
이와 함께 주력 생산품인 상선과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해상풍력 시장에서도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거제 지역에서는 한화오션발 훈풍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는 중이다.
상선 부문에선 지난주 유럽 지역 선주로부터 LNG 운반선 7척을 2조 5891억 원에 수주하는 등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지난해를 넘어섰다. 이를 포함한 올해 누적 수주 규모는 총 51척, 98억 3000만 달러, 우리 돈 14조 3000억 원 상당이다. 한화오션의 작년 수주실적은 89억 8000만 달러였다.
해상풍력은 신안우이 프로젝트 EPC(설계·조달·시공) 도급계약을 계기로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신안우이 해상풍력은 전라남도 신안군 우이도 남동측 해역에 390MW 규모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3조 1000억 원, 2029년 완공이 목표다.
이번 도급계약은 한화오션과 현대건설이 공동으로 수행한다. 계약 총액 2조 6400억 원 중 절반이 넘는 1조 9716억 원이 한화오션 몫이다. 한화오션은 이번 사업을 통해 해저케이블, 하부구조물 제작, 해상 설치 등 핵심 공급망에 국내 기업을 협력사로 선정해 국내 산업 활성화와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곅획이다. 여기에 국내 최초로 15MW급 터빈 설치가 가능한 풍력발전기 설치선을 직접 건조해 투입한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부산일보DB
조선업 장기 불황 이후 쇠락에 쇠락을 거듭해 온 거제 지역은 잇딴 낭보에 환영일색이다. 거제상공회의소 김점수 회장은 “양국 정상의 발언과 일련의 성과가 협력사 상생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지역 소비와 상권 회복을 촉진하고, 지역 경제 전반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가져오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도 앞다퉈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전하며 가파른 실적 상승에 걸맞는 사회 환원을 당부했다. 거제경실련 옥근호, 허철수 공동대표도 “연이은 한화오션의 호재가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 내수 선순환으로 연결되도록 책임 있는 경영과 함께 지역 환원도 한층 강화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