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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투명한 성과급 제도로의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삼성그룹노조연대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지난 9일 쟁의행위(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한 가운데 사내 부문 간 갈등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모바일·가전 등 완제품 사업부(DX) 직원들을 중심으로 노조가 반도체 사업부(DS)의 이해관계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특히 노조가 메모리 사업부 성과급으로 1인당 4억 5000만 원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오는 18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마감할 예정이다. 지난 9일 투표 첫날 50%의 투표율을 넘긴 데 이어 13일 오후 기준 72.6%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투표 마감일까지 90%대 투표율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높은 투표율은 노조 가입률이 높은 DS 부문을 중심으로 노조 핵심 요구안인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직원의 절반 이상이 가입한 초기업노조는 조합원의 대부분이 DS 부문 소속이다. 지난 10일 기준 조합원 10명 중 8명이 DS 부문 직원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내에서는 노조가 특정 사업부 이해관계에 치우치며 내부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노조 가입률이 높은 DS 부문의 목소리가 요구안에 강하게 반영되면서 DX 부문 직원들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 사실상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OPI 상한 폐지 요구다. 삼성전자는 현재 OPI에 연봉의 50% 상한을 두고 있는데 노조는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측은 사업부 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성과급 상한이 폐지될 경우 반도체 사업 호황기에 DS 부문의 성과급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보면 DS 부문과 DX 부문의 영업이익 격차는 10배 이상 벌어졌다. 여기에 올해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DS 부문 실적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성과급 격차도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DX 부문 직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DX 부문의 경우 OPI 상한선 근처도 못 가는 사업부가 대부분”이라며 “노조가 직원 처우 개선을 이야기하면서도 반도체 사업부 의견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은 노조가 협상 과정에서 메모리 사업부는 1인당 4억 5000만 원,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는 3억 원 수준의 성과급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확산됐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반도체 생산 차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조합원 상당수가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고 있어 메모리와 파운드리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노노(勞勞) 갈등으로까지 번질 경우 기업 경쟁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 특성상 생산 차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대규모 파업 추진 자체만으로도 고객사와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노노(勞勞) 갈등의 근본적 배경으로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체계를 꼽는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노사 합의를 통해 회사가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사원들에게 PS를 지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SK하이닉스 결정을 두고 주주 등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영업이익을 배당과 재투자 재원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말부터 성과급 산정 기준 투명화와 상한 폐지 등을 두고 8차례의 본교섭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를 거쳤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이번 투표에서 과반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할 경우 5월 총파업 등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노조 측 법률 자문은 법무법인 마중이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