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양당 구도 흔든 한동훈...보수 진영 대권주자 ‘급부상’

1392표 차 박빙 승부…개표 후반 한동훈 역전
지역 연고 없는 무소속 후보…인물론으로 승부 뒤집어
한동훈 "정권 폭주 막으라는 시대정신…책임 다할 것"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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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인이 4일 부산 북구 자신의 선거사무소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한동훈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인이 4일 부산 북구 자신의 선거사무소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유력 인사들의 출마로 전국적 관심을 모은 6·3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서 지역 연고도 없는 무소속 한동훈 당선인이 북구 출생인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와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를 모두 꺾으면서 부산의 정치 역사를 새로 썼다. 지역 연고와 양당 구도라는 기존 정치 문법을 벗어난 이번 승리로 한 당선인은 보수 진영의 강력한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여권 모두 정치적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한 당선인은 총 투표수 8만 2876표 중 3만 5056표(42.96%)를 차지하며 당선됐다. 하 후보는 3만 3664표(41.26%)를 얻어 2위를 기록했다. 1·2위 후보 간 표 차는 1392표(1.7%포인트)에 불과했다. 박 후보는 1만 2866표(15.76%)를 기록했다.

한 후보의 당선은 지역 연고와 양당 정치를 동시에 흔든 선거 결과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박 후보는 선거 전날까지 이번 대결을 “진짜 북구 사람과 가짜 북구 사람의 대결”로 규정하며 지역 연고를 앞세웠다. 하 후보도 북구 출신임을 강조하며 지역 인재라는 점을 내세웠다. 반면 한 당선인은 서울 출생으로 북구와 직접적인 연고가 없다. 두 후보 측은 선거 전 북구에 정착한 사실을 겨냥해 한 후보와 지지자들을 향해 “투표권도 없이 외지인들이 몰려다닌다”며 “떳다방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한 당선인을 선택했다. 한 당선인은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중앙 정치인들의 의례적 축사 대신 지역 주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방식을 택했다. 서병수 명예선거대책위원장과 조성호·손상용 공동선대위원장, 김재현 총괄선대본부장, 이민호 유세단장 등 지역 인사를 적극 기용해 선거를 치르며 지역 밀착 행보를 이어갔다. 강력한 팬덤의 자발적 결집은 당의 조직력을 대체했다. 정치권에서는 ‘누가 북구 사람이냐’보다 ‘누가 북구를 바꿀 수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봤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당선인의 승리는 양당 체제에 대한 도전이 성공한 사례로도 평가 받는다.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초대 AI수석을 지낸 핵심 인사인 하 후보를 내세웠다. 국민의힘은 보수 표심 분산 우려에도 박 후보 공천을 강행했고 단일화 논의에도 나서지 않았다. 양당은 한 당선인을 겨냥해 선거사무소 의혹, 위장전입 등 네거티브 공세를 퍼부었지만 무소속 후보를 끝내 꺾지 못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부산 시민들의 교차 투표다. 같은 날 치러진 부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전재수 당선인이 승리한 반면, 북갑에서는 한 당선인이 이겼다. 같은 날 같은 지역 유권자들이 시장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부산 시민 특유의 정치적 균형감각을 꼽는다. 한쪽으로 쏠리기보다 견제와 균형을 택하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 이전을 포함한 이재명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부산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여권의 공소취소 추진 움직임에 대한 반발 심리도 작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정 진영의 맹목적인 지지로도 흐르지 않는 것이 부산 민심의 본래 속성이라는 점을 이번 교차 투표가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는 평가다.

이번 결과는 여당과 야당 모두를 향한 부산 민심의 경고장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공식 공천 후보가 3위에 머물고, 당에서 제명한 무소속 한 후보가 당선되는 초유의 결과를 받아들게 됐다. 한 당선인의 제명을 주도했던 장동혁 지도부는 리더십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으며, 당 쇄신과 지도체제 개편을 둘러싼 내부 논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보수 유권자들이 국민의힘 후보가 아닌 무소속 후보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기존 보수정당에 대한 변화 요구가 분명하게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당의 혁신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는 평가다.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에도 반가운 결과는 아니다. 민주당이 부산시장 선거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북갑에서는 이재명 정부 견제를 전면에 내건 무소속 후보가 승리했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부산 민심이 여당에 일방적인 힘을 실어주기보다는 균형과 견제를 선택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이 대통령의 공소취소 추진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지역사회의 우려와 경계심도 일정 부분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치권은 한동훈 당선이 단순한 원내 진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보고 있다. 보수정당 공천 없이도 선거에서 승리하며 독자적인 정치적 생존력을 입증한 데다, 향후 보수 재편 과정에서 중심축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PK(부산·울산·경남)를 기반으로 정치적 위상을 확대할 경우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도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구를 발전시키고 보수를 재건하고 이재명 정권의 폭주를 막으라는 시민들의 위대한 선택에 감사하고, 시민들이 맡겨 주신 책임을 다하겠다”며 “이재명 민주당 정권도 시민들의 뜻을 제대로 받아들이라고 경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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