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Name)
e-메일(E-mail)
이름(Name)
e-메일(E-mail)
이름(Name)
e-메일(E-mail)
스코틀랜드 동부의 항구도시 던디(Dundee). 에든버러에서 북쪽으로 약 90km 떨어진 이 도시는 한때 조선업과 방직산업으로 번성했지만,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쇠퇴의 길을 걸었다. 그런 던디가 문화도시로 탈바꿈하는 중심에는 테이강(River Tay) 강변에 자리한 독특한 건축물이 있다. 2018년 9월 개관한 빅토리아 앤 앨버트 던디(V&A Dundee)다.
‘V&A’는 런던의 세계적인 장식미술·디자인 박물관인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의 약칭이다. 1852년 설립된 이 박물관은 예술과 산업, 디자인의 결합을 통해 영국의 창의성을 발전시켜 왔다. 빅토리아 앤 앨버트 던디는 런던 밖에 처음 설립된 V&A 박물관이자 스코틀랜드 최초의 디자인 전문 박물관이다.
설계를 맡은 인물은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구마 겐고(Kengo Kuma)다. 2020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설계에 참여하고 네즈미술관을 설계한 그는 목재와 돌, 빛과 자연을 활용해 건축과 주변 환경의 경계를 허무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0년 국제 설계공모에 당선된 구마 겐고는 스코틀랜드 해안의 거친 절벽에서 영감을 얻었다. 테이강을 향해 돌출된 건물은 거대한 암석이 물 위로 솟아오른 듯하다. 곡선형 외벽에는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약 2500개의 콘크리트 패널이 겹겹이 배치돼 있다. 햇빛과 날씨에 따라 그림자가 달라지면서 건물은 살아 있는 자연의 일부처럼 보인다.
두 개의 역피라미드가 상층부에서 만나는 독특한 구조도 인상적이다. 그 사이로 열린 통로는 도시와 강을 시각적으로 연결한다. 단절됐던 도시와 수변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건축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던디의 가치는 독창적인 외형에만 있지 않다. 던디시는 약 10억 파운드 규모의 수변 재생사업을 추진하며 문화시설을 도시 변화의 중심에 배치했다. 산업과 물류의 공간이었던 강변을 시민과 관광객이 모이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구마 겐고는 이 박물관이 시민 모두를 위한 '도시의 거실'이 되기를 바랐다. 단순한 전시공간을 넘어 사람들이 만나고 머물며 도시의 미래를 상상하는 장소가 되기를 희망한 것이다.
빅토리아 앤 앨버트 던디는 건축이 도시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쇠퇴한 항구도시가 문화와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현장이다. 도시의 미래를 바꾸는 힘은 때로 거대한 산업시설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을 다시 연결하는 하나의 문화공간에서 시작된다.
이상훈 아트컨시어지 대표. 부산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