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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무사히 끝낸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호에 승선했던 1등 항해사, 선사 관계자, 연구원 등이 50일 간의 운항 소회를 밝히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국내 컨테이너 선박 최초의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완료한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호 승선원들이 험난했던 50일 간의 운항 후일담을 공개했다. 처음 도전했던 시범운항이라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많았지만, 자료와 전언으로 보고 듣기만 했던 북극항로 운항을 직접 온 몸으로 경험한 것 자체가 큰 성과였다는 게 선원, 선사, 연구자의 공통된 평가였다.
22일 오후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본관에서는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직접 참여한 팬스타라인닷컴 김정달 이사와 박지정 1등 항해사를 비롯해 귀항길에 동행하며 운항 데이터를 수집한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권영태 교수, 안전운항 지원에 나섰던 한국선급 손무성 책임검사원이 소회를 밝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팬스타 아크로호에 50일간 승선했던 박 항해사는 “우여곡절이 굉장히 많았고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도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다”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거대한 유빙들에 갇혀있던 때를 꼽았다.
그는 “유럽으로 향하던 8월 말 축치해와 브랑겔섬 남부 해역에서 사방에 널린 유빙을 만났는데 밤이라 위치와 크기를 가늠할 수 없어서 배를 정지 상태로 두고 조류에 떠밀려 다녔다”면서 “북극에서는 해가 새벽 2시쯤 뜨는데 이때를 기다려 육안으로 바닷길을 확인하고 조금씩 천천히 움직여 나아갔던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행히 부산으로 돌아오는 귀항길에는 유빙은 거의 없었지만 눈보라가 몰아치는 등 기상이 매우 나빴다”면서 “실어둔 컨테이너가 10도 이상 기울어지는 상황이 상당 시간 지속됐고, 북극해를 빠져나온 뒤에는 태풍이 북상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박 항해사는 특히 여태껏 경험한 적 없는 극지 시차에 대한 고충을 전했다. 그는 “원양항해를 하는 선원들이라면 무던히 감내하는 것이 시차지만 북극의 시차는 차원이 달랐다”며 “특히 귀항 때는 이른바 ‘잘 잔 낮잠, 뒤척이는 밤잠’ 식으로 바이오리듬이 엉망이 돼버려서 선원들이 선내에서 좀비처럼 돌아다녔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유럽으로 갈 때는 경도 15도 이동 때마다 시차가 1시간씩 늘어나 하루 25시간, 돌아올 때는 반대로 하루 23시간으로 시차가 줄어든다.
팬스타라인닷컴 김 이사는 업계 우려가 컸던 운항 경제성에 대해서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고정관념을 바꿔 매년 8월에 부산에서 유럽으로 20일 만에 가는 배가 있다면 그것도 정기 서비스다”라며 “8월 북극항로 운항을 6개월 전부터 확정 예고한다면 화물량은 늘어나고 20일 만에 가니까 운송비를 더 부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는 첫 시범운항이었기 때문에 ‘업계의 불확실성이 컸고 화물을 맡기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단순히 수에즈운하 항로와 비교하는 것을 넘어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보다 빨리 갈 수 있는 대체안으로 제시한다면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산으로 돌아올 때 공컨테이너만 실은 데 대해서는 “영업 기간이 거의 없었고, 유럽 항로를 운항했던 선사가 아니다보니 현지 네트워크가 적었던 탓”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올해는 중동 전쟁으로 기름값이 상승해, 이번 운항에 사용한 연료(Marine Gas Oil) 또한 평년 톤당 800달러에서 올해 1300달러로 인상되는 특수 상황이었다”면서 “운항 거리 감축 효과가 연료비 증가분 때문에 올해는 적게 작용하겠지만, 기존 연료비로 운항하고 정상적으로 화물 영업이 됐다면 경제성은 반드시 나오고, LNG를 사용해 운항한다면 북극해 환경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펠릭스토우에서 합류한 권 교수는 “오랜 기간 북극권 국가 세미나 등에 참여하며 네트워크를 만들어도 극지 운항 관련 데이터는 엄격히 비공개였는데, 직접 온몸으로 북극해를 익히고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경험만으로도 큰 성과”라며 “북극해 운항 경험이 매년 이어지고 더 많은 선원, 연구자, 선사 관계자들이 참여한다면 우리가 가진 정보와 역량은 엄청나게 커지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해수부는 이번 북극항로 시범운항 데이터를 통해 경제성, 안전성 등을 분석하고 있으며, 이 결과를 오는 11월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내년 운항은 컨테이너 선박을 비롯해 다른 선종으로 넓혀 다양화할 계획이며, 참여 선사는 올해처럼 공개모집으로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