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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친구들] 지옥 같은 번식장, 1400마리에게 새 견생 선물하다
최근 경기도 화성시의 한 반려견 번식장에서 무려 1400여 마리의 개가 구조돼 화제다. 이 번식장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허가를 받은 곳이었지만, 관리·감독이 부실해 동물학대가 자행되고 있었다. 학대를 멈추게 한 것은 번식장으로 모여든 20여 동물보호단체였다. 부산 소재 단체 ‘라이프’가 핵심 역할을 했다. ‘라이프’ 심인섭(51) 대표를 지난 7일 화상으로 만났다.
심 대표에 따르면 문제의 번식장은 제보 덕분에 적발할 수 있었다. 55쪽에 달하는 고발 보고서가 ‘라이프’를 포함한 동물단체 4곳과 언론사 7곳에 이메일로 뿌려졌다. 임신한 개의 배를 칼로 가르거나 사체를 신문지로 싸 냉동고에 보관하는 등 학대 정황이 담겨 있었다.
제보를 접한 심 대표는 다른 동물단체와 연락했고, 이 중 ‘KK9’의 주도로 10개 단체가 모여 번식장을 찾아가기로 했다. 당초 제보상으로는 800여 마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1400마리가 넘었다. 원활한 구조를 위해 10여 개 단체가 추가로 합류했다.
심 대표는 “보통 번식장에는 케이지 사이로 사람이 지나다니는 통로는 있는데, 이곳은 바닥에 가득한 울타리 때문에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공간이 협소했다. 당연히 위생도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번식장 단속 후 ‘라이프’에겐 큰 고민이 생겼다. 심 대표와 활동가 2명으로 구성된 작은 단체인 ‘라이프’는 자체 동물 보호 공간이 없다. 그동안 구조한 동물들은 다른 보호 시설에 위탁해 왔는데, 입양을 보내지 못한 개체가 수십 마리에 달해 매달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동물을 떠안게 되면 단체가 파산할 수도 있지만 심 대표는 55마리의 개를 더 책임지기로 했다.
심 대표의 솔직한 심정은 이랬다. “만약 저희가 처음 제보를 받지 않았다면 ‘보호 시설이 없어 구조는 불가하다’고 못 박았을 것이다. 그런데 제보를 받고 다른 동물단체들에 내용을 공유한 것이 ‘라이프’였다. 쉽게 말해 저희 때문에 단체들이 모이게 된 것이고 그들도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를 하는데 ‘라이프’만 발을 빼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속칭 ‘가오’ 상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로 맡게 된 것이다.”
심 대표의 결단은 한 기업의 도움으로 해피 엔딩을 맞았다. ‘라이프’의 사정을 알게 된 자원순환 스타트업 ‘수퍼빈’의 김정빈 대표가 공장에 보호 공간을 내줬다. 자원봉사자들도 이곳을 찾아 구조견을 돌보는 것을 도왔다. 구조된 개들은 대부분 이빨 상태가 나빴고, 이 가운데 12마리는 병원에 보낸 상태다.
심 대표는 동물복지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해 온 전문가다. 공로를 인정받아 부산시장 표창도 두 번이나 받았다. 한 동물보호단체 소속 활동가로 7년 정도 일하기도 했는데, 2019년 7월 구포 개시장 철폐를 끝으로 활동가로서의 삶도 잠시 중단했다. 그러나 처참한 동물복지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고, 같은 해 12월 ‘라이프’를 설립한 뒤 2021년 비영리 법인 등록에 성공했다. 지난해까지 ‘라이프’를 거쳐 입양된 동물이 130여 마리에 달한다.
동물보호단체를 운영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예산 문제다. ‘라이프’의 고정 후원자가 800명을 넘지만, 위탁보호 비용과 인건비 등 고정 지출이 워낙 크다. 활동을 많이 할수록 후원이 많아지지만, 그만큼 경비도 많아져 적자를 면치 못한다. 지금도 수천만 원의 빚을 지고 있다.
심 대표는 “다른 단체들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이번 화성 번식장도 그렇고, 구조 이후 왜 모든 비용을 민간단체에서 책임지게 하는지 의문이다. 지자체의 관리·감독 부실로 동물학대가 일어났으면, 학대 동물을 보호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야 마땅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힘들게 동물학대를 고발하고 동물을 구조했는데,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을 때 가장 화가 난다”며 “수사기관은 엄벌 의지를 가지고 있는데 재판에만 가면 솜방망이 처벌이 나온다. 동물학대 법정최고형이 징역 3년인데, 여태껏 ‘포항 고양이 학대 사건’이 유일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그러면서도 “동물권과 관련한 문제를 이슈화해 관련 법과 제도의 개선을 이끌어낼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라이프’도 광역시별로 사무소를 두고 같은 이슈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단체로 성장하는 꿈을 꾸고 있다”고 밝혔다.
2023-09-1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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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원 대표에서 반려견 목욕탕 사장으로 ‘인생 반전’
반려동물 1000만 시대. 인류와 오랜 역사를 함께해 온 개는 과거 애완동물로 불리며 소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감정을 나누는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개를 둘러싸고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는 화두가 바로 ‘개 식용 문제’다.
2019년까지만 해도 부산에는 전국 3대 개 시장으로 불리던 구포 개 시장이 존재했다. 한국전쟁 이후 60년 이상 운영됐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폐업을 요구하는 동물보호단체의 집회와 민원이 계속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그런 분위기 속에 북구청, 구포시장 가축지회 상인회가 여러 논의를 거친 끝에 2019년 7월 폐업에 합의해 구포 개 시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상설 개 시장이 완전 폐업한 전국 첫 사례였다.
구포 개 시장에서 35년 동안 이성보신원을 운영해 온 설무호 대표에게도 생업이 달린 문제였기에 폐업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설 대표는 “과거에는 장날만 되면 개고기를 사러 7000~8000명이 다녀갈 정도로 개 시장이 문전성시를 이뤘다”며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없어져서는 안 될 품목이었지만 점차 개고기를 안 먹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언젠가는 폐업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고민을 이어 가다 새롭게 창업한 가게가 바로 ‘댕댕이 목욕마을’이라는 반려견 목욕 업체다. 설 대표는 구포 개 시장이 사라진 뒤 들어선 구포시장공영주차장 1층에 문을 열고 손님을 맞고 있다.
사실 업종을 결정할 때도 고민이 많았다. 북구청이 ‘동물 학대의 온상지를 동물 복지를 위한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방침으로 옛 개 시장 터에 반려동물 복지센터 건립을 계획하면서 이 자리에서 가능한 업종을 반려동물 관련으로 제한했기 때문. 그러나 인근 주민들이 반려동물보다는 시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생기길 원했고, 상인들이 업종 변경 등을 요구하면서 개 시장이 있던 곳에는 공영주차장과 식당, 과일가게 등이 입점한 상가가 들어섰다.
다른 업종을 선택을 할 수 있었음에도 설 대표가 반려견 목욕 업체를 고집한 이유는 뭘까. “저도 사람인지라 개에 대한 죄책감이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좋은 일을 한번 해 보자하는 마음과 구포가축시장 폐업의 의미를 살리고 싶어 반려동물을 위한 업종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반려견 목욕 업체를 운영하면서 개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서울에 사는 딸이 주 2회 정도 반려견을 데리고 부산 집에 온다. 자연스럽게 자주 접하다 보니 반려견의 매력을 알겠더란다. 설 대표는 “사실 35년간 식용견을 다뤘기 때문에 개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문화, 반려견 문화에는 관심이 없었다”면서 “막상 함께 지내 보니 반려견이 주는 위로와 편안함을 알겠더라”며 반려견을 아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설 대표의 ‘변심’은 유기동물을 위한 봉사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부터 북구청 ‘동물사랑 나눔 네트워크’ 사업에 지정돼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 유기동물 입양자와 반려동물을 키우는 장애인에게 무료로 목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설 대표는 “유기동물을 입양한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혜택을 드려 유기동물 입양이 권장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포 개시장 폐업의 의미를 잇고자 문을 열었지만 어려운 점도 있다. 1년 동안 계속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 반려동물 친화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구청의 당초 계획과 달리 현재 이곳에는 반려동물 관련 업종과 시설이 거의 없다. 구포시장공영주차장 앞에 산책하기 좋은 반려견 공원과 놀이터도 있지만 크기가 작다. 설 대표는 “끝까지 운영해 보려고 이런 저런 방법을 찾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구청에서 초기 취지에 맞게 다양한 시설을 조성하거나 폐업한 상인들에게 반려동물 관련 업종을 이어 갈 지원책을 제시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글·사진=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
2023-09-1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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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친구들] 반려동물테마파크 조성 앞장
반려동물 가구 600만 시대, 부산은 그중 18만 4000가구(2021년 10월 기준)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이렇듯 반려동물 가구 수가 증가하며, 많은 지자체가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 조성과 정보 제공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2019년 설립된 부산광역시반려동물협회(이하 협회)도 반려동물 문화 증진,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행복한 상생을 위해 반려동물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협회는 유정수 회장이 ‘반려인과 비반려인을 위한 소통의 장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지인 16명과 뜻을 모아 설립했다. 그렇게 2019년 2월 정식 출범 후 현재는 임원 40명, 회원 수 800명이 활동하는 꽤 큰 규모의 단체로 자리 잡았다. 유 회장은 “정식으로 단체를 등록해 보니 부산시에서 반려동물을 전체적으로 다 다루는 단체는 없더라”며 “원대한 꿈이지만 향후 반려동물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다 하고 싶어 이름도 ‘반려동물협회’로 짓게 됐다”고 밝혔다.
협회는 임원들이 내는 회비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모두 본업을 두고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설립하자마자 어려움이 찾아왔다.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것. 그래서 초기에는 반려견 산책로를 돌며 배설물 수거 캠페인과 인식 개선에 힘써 왔다. 그러다 코로나 사태가 점차 안정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기장군지회와 함께 ‘댕댕이와 첫 나들이’ 행사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약 3000명이 행사장을 찾아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내달 23일에도 부산시 지원을 받아 부산시청 뒤 녹음광장에서 ‘2023 부산팻스타(Family & Pet Festa) 반려동물 문화축제’를 연다. 반려견 행동교정 상담, 위생 미용, 수제간식, 플리마켓 등 다채롭게 구성돼 반려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협회는 이런 행사가 반려동물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광역시 소상공인연합회 자문위원으로 있는 유 회장은 행사 때마다 반려동물 소상공인들을 위한 플리마켓을 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유 회장은 “조사 기관마다 다르지만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6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런 추세면 반려동물 산업은 노다지가 될 것”이라며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소상공인들도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는 이제 기장군 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반려동물 테마파크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108개 공약 실천 계획 중 ‘누구나 찾고 싶은 문화관광 매력도시’ 부산을 만들기 위해 추진 중인 사업이다. 부지는 59만 5000㎡ 규모로 부산시민공원의 1.25배, 전국 최대 규모다. 테마파크에는 산책로, 동물캠핑장, 놀이터 등의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상수원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둘러싼 문제를 포함해 교통인프라 미비로 인한 교통체증 및 주변 난개발 우려, 혐오시설로 보는 인식 등 부정적 시선도 만만찮아 부침을 겪고 있다. 협회는 지난 6월 테마파크 조성을 찬성하는 700명의 서명을 받아 부산시에 전달하기도 했다.
유 회장은 “부산에서 18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지만 동남권에는 울산 외에 반려동물 테마파크가 전무하다”며 “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에 대한 수요가 있는 만큼 합의점을 찾아 하루빨리 조성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2023-08-3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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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친구들] 유기동물 무료 중성화 수술 앞장
동물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직업이 바로 수의사다. 동물의 질병 예방과 치료, 외상 수술, TNR(중성화 후 방생) 사업 등 동물복지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도맡는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부산광역시수의사회(회장 이영락)도 동물복지 발전을 위해 달려왔다. 부산시수의사회를 이끄는 이영락 회장은 중학생 때부터 ‘아픈 동물을 치료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품은 ‘동물애호가’다. 그는 수의사로 살아온 33년을 돌아보며 “아픈 동물이 치료를 받아 잘 살아갈 때의 기쁨과 만족감이 크다”면서 “제일 가치 있는 삶이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부산진구에서 부산종합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이 회장은 2020년 제24대 부산시수의사회장에 당선된 데 이어 올해 제25대 회장으로 연임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부산시수의사회에 회원으로 등록된 수의사는 450명, 동물병원은 280곳에 달한다.
부산시수의사회는 1년에 두 차례씩 사설 보호소나 유기동물이 많은 지역을 찾아가 예방접종과 중성화사업 등을 무료로 해 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매번 20여 명의 수의사들이 참여하고, 사료도 후원한다. 동물단체나 사설 보호소로부터 별도의 요청을 받아 봉사활동에 나설 때도 있다. 또 파트너를 맺은 동물보호단체나 국경없는 수의사회, 민간 보호소 등이 필요로 할 때 협조해 TNR이나 진료를 한다. 부산시수의사회는 동물권 보호에도 적극적이다.
한번은 통영에서 어느 노부부가 기른 강아지 한 쌍이 번식을 거듭해 80마리로 불어나는 일이 있었다. 이에 통영시에서 강제로 수거해 여러 사설 보호소에 수용했는데, 동물학대방지연합 김애라 대표의 부탁을 받고 80마리나 되는 개들의 중성화 수술을 무료로 해 줬다. 이 회장은 동물단체뿐 아니라 구청이나 사설 보호소 등 여러 곳의 요청으로 이러한 무료 중성화 수술을 해 왔다고 밝혔다. 부산 서동의 한 주택가에서 번식했던 개 60마리는 피부 전염병에도 감염돼 중성화 수술과 치료를 병행했다. 치료 과정에서 몇 마리는 폐사하기도 했다고 하니, 이런 과정이 없었다면 자칫 더 많은 개가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
이 회장은 부산 동물복지의 현주소도 진단했다. 부산시를 비롯한 지자체에 동물복지 담당 인력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이 회장은 “인력에 비해 민원은 터무니없이 많으니, 결국 담당자가 버티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 업무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동물에 대한 전문성과 애정이 있는 반려동물 관련 학과 전공자들을 먼저 채용하는 등 구조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또 애견숍이나 번식장에서 불법적으로 자행되는 ‘자가진료’를 철폐하기 위해 시에서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용법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엉터리 약과 주사를 사용하니 개들이 큰 부작용을 겪는다”며 “자가진료는 제일 큰 동물 학대”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도 부산시수의사회를 중심으로 동물권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2023-08-1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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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친구들] "삶터서 내몰린 아이들 외면 못 해"
노후·불량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는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집단 이주를 통한 재개발이 진행된다. 하지만 사람이 다 떠난 뒤에도 떠나지 못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그곳이 보금자리인 길고양이들이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자신의 살던 곳을 쉽게 떠나지 못해 철거 공사가 시작되면 압사 당하거나 굶어 죽곤 한다. 2019년 부산 동래구 온천 4구역 재개발 현장도 그랬다. 당시 길고양이를 구조하기 위해 동래구와 민간 동물단체 협의체인 ‘온천냥이 구조단’이 힘을 합쳐 320마리를 구조했다. 그중 176마리는 중성화 후 안전한 곳에 방사했다. 아픈 고양이들은 치료한 후 입양을 보내거나 임시보호를 진행했다.
여러 이유로 방사하지 못한 고양이 10마리가 갈 곳을 잃었다. 집이 없어진 고양이들은 ‘온천냥이행복사회적협동조합’이 품었다. 온천냥이 구조단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로 구성된 온천냥이행복사회적협동조합은 구조 활동이 끝난 후에도 남은 길고양이를 마지막까지 돌보자는 마음으로 뭉쳤다. 그러나 막상 10마리의 고양이를 보살피려니 마땅한 공간이 없었다. 그때 고양이 호텔 ‘고양이는 외계인’을 운영하던 조합원 심성진 씨가 손을 내밀었다. 심 씨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온천냥이들이 머물 곳을 내준 것이다.
현재는 8마리가 남아 15명의 조합원이 주말마다 교대로 봉사활동을 하며 케어하고 있다. 조합원 박지원 씨는 “사실 40~50마리씩 돌보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8마리가 뭐가 그렇게 힘드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애들을 잘 치료해서 죽을 때까지 보살피자는 마음으로 모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에서 가장 경계하고 신경 쓰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애니멀 호더’(동물을 모으는 것에는 집착하지만 정작 보살피는 것에는 소홀한 사람)가 되지는 말자는 것. 길고양이를 구조할 때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거라면 섣불리 나서지 않는다. 고양이가 입양처를 찾지 못하면 구조자 집에 자연스레 눌러 앉게 된다. 지원 씨는 “불쌍하니까 무작정 구조에 나서는 분은 우리 조합이랑 뜻이 맞지 않는다”면서 “제가 지금 원래 있던 가정묘와 구조된 고양이, 임보하고 있는 고양이까지 하면 12마리가 있어 조합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서로에게 끊임없이 ‘지금 애니멀 호더의 경계에 와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삶이 있어야 고양이도 챙길 수 있다’고 말해 준단다.
온천냥이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조합원 회비에서 충당하고 있다. 후원을 받긴 하지만 꾸준히 들어오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비용을 해결하고, 소통하기 위해 고양이 장난감 등을 만들어 바자나 플리마켓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길고양이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온천냥이 캐릭터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길고양이 캠페인과 인식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 열린 사회적 경제 박람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원 씨는 “사회적 기업 중 반려동물 기업으로 우리만 참여했는데,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이 헛된 일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조합원들끼리 더 잘하자, 노력해 보자며 힘을 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저희는 길고양이들이 해코지당하지 않는 세상에서 사람과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는 목표로 앞으로도 활동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2023-08-0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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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무더위, 털옷 입은 댕댕이는 더 힘들다! [펫플스토리]
장마가 끝나고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밤잠을 설치는 요즘, 반려인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함께 사는 반려견을 위해서는 야외활동이 필수지만 무더운 날씨에 선뜻 나설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여름은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라 질병에 가장 취약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반려견의 건강한 여름 나기를 위해 주의해야 할 것들을 알아 봤다.
■여름철, 야외 활동 시 일사병 주의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에어컨이 고장 난 차량에 실려 훈련 시설로 가던 경찰견 8마리가 폭염에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당시 그 지역의 낮 기온은 33.3도였다.
사람도 더운 날 오랜 시간 야외 활동을 지속하면 일사병의 위험이 있듯, 반려견도 마찬가지다.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키가 작을수록 체감 정도가 높다. 사람이 느끼는 체감온도가 32도라면 반려견에게는 약 38도쯤 된다고 한다. 따라서 지열이 올라오는 오전 10시부터 최고점에 이르는 오후 3시 사이에는 야외 활동을 삼가야 한다. 노면이 너무 뜨거울 경우 발바닥 화상 위험이 있다. 여름철 반려견 산책은 아침이나 밤에 하는 것이 좋다.
만약 산책 중 호흡 곤란, 경련, 늘어짐 등 일사병 증상을 보이면 재빨리 찬물을 뿌려 주고 그늘로 데려와 체온을 낮춰야 한다.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한 만큼 깨끗한 물을 챙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여름철 차 안에 혼자 내버려 두는 것은 금물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 있는 차량의 내부 온도는 70도 이상까지 올라간다.
여름엔 피부가 털로 뒤덮여 있는 강아지를 생각해 털을 짧게 깎는 경우가 많다. 강아지의 피부 두께는 1mm 이하로 얇아 신생아보다 피부가 약하다. 그렇기에 털을 짧게 자르면 상처와 피부병에 쉽게 노출되고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수 없다. 여름철엔 털을 너무 짧게 깎기보다는 적당한 길이를 유지하는 것이 더위를 타는 강아지에게 도움이 된다.
■수분 풍부한 여름 과일, 당도 높아 주의해야
더운 여름에는 수분 함유량이 많은 수박이나 참외 등 제철 과일을 반려견에게 주기도 한다. 수박과 참외는 반려견이 먹어도 괜찮지만, 자칫 잘못된 방법으로 주면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참외를 비롯해 속이 딱딱한 과일과 채소는 항상 잘게 잘라 줘야 한다. 큰 조각의 과일을 먹다가 기도가 막히거나 소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 과일은 대체로 차가운 상태로 먹이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배변이 묽어질 수 있으니 미지근한 상태로 소량만 주는 것이 좋다. 농약 성분이 우려되는 껍질과 소화가 되지 않는 씨는 꼭 제거해야 한다. 여름 과일은 대체로 당도가 높기 때문에 신장이 안 좋거나 알레르기가 있는 반려견에 먹여서는 안 된다.
고온 다습한 여름엔 음식물이 상하거나 세균이 번식하기 쉽다. 사료도 유통 기한이 길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여름에는 소포장 사료를 구매하는 것이 좋고, 1~2주 분량으로 나누어 밀폐 용기에 보관하는 것이 권장된다. 사료는 햇빛을 피해 서늘하고 환기가 잘 되는 곳에 보관하고 식기도 식사 때마다 꼼꼼히 씻은 후 말리자.
반려견의 쇠약해진 기운을 북돋워 주고 싶다면 소화가 쉽고 수분이 많으며 단백질 함량이 높은 음식이 가장 좋다. 그래도 강아지가 음식을 잘 먹지 않고 구토나 설사를 한다면 소화기 질환을 의심해 보자.
■한여름 무더위, 어떻게 극복할까?
사람도 무더위를 물리치기 위해 계곡, 바다를 가는 것처럼 강아지도 대체로 물놀이를 좋아한다. 그러나 너무 차가운 물은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오히려 열을 내보내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물놀이 때 너무 차지 않은 냉수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다. 물놀이나 목욕 후엔 털을 꼼꼼히 말려 피부병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집에 혼자 있을 반려동물을 생각해 선풍기나 에어컨을 틀어 놓은 채 외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체온조절 기능이 약한 반려동물이 차가운 온도에 장시간 노출되면 감기나 몸살 증상 등을 보일 수 있다.
만약 에어컨을 틀었다면 너무 낮은 온도에 노출되지 않도록 실내외 온도 차이를 6도 안쪽으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 에어컨 가동 후에는 꼭 환기를 시키고, 에어컨 필터 등도 청결하게 관리해야 한다. 반려동물에게 얼음물 등 차가운 물 먹이는 경우도 있는데, 설사를 유발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최근엔 쿨매트, 쿨조끼 등 다양한 아이템이 출시되고 있다. 이런 제품들을 활용하는 것도 무더운 여름을 이겨 내는 지혜가 될 수 있다.
2023-08-0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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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친구들] “생명 경시 불법 번식장 퇴출을”
한쪽 뒷다리가 없거나 두 눈이 보이지 않고, 심지어 발가락이 잘려 나갔다. 모두 사단법인 ‘동물권자유 너와’에서 돌보고 있는 강아지들이다.
지난 10일 부산 사상구 ‘동물권자유 너와’(이하 ‘너와’) 센터 문을 열자 강아지 수십 마리가 기자를 반겼다. 한다미(39) 대표는 쭈그려 앉은 채 푸들을 돌보느라 바빴다. 넓은 공간과 쾌적한 시설에서 지내는 강아지들은 밝고 쾌활했다. 그런데 몇몇 강아지는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 기저귀를 찬 녀석은 눈동자가 탁했다. 불안한 듯 연신 허공에 짖어 대는 녀석도 있다.
‘너와’가 돌보고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 대다수는 불법 번식장 출신이다. 번식장에는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다. 강제·근친 교배로 눈이 안 보이고, 치아가 녹아내리고, 슬개골이 탈구된다. 도망치지 못하게 푸들의 발가락을 모두 잘랐다는 불법 번식장 실태에 탄식이 절로 나왔다.
한 대표는 번식장에서 구한 강아지들의 치료와 입양까지 책임지고 있다. 해외로 입양 보낼 때는 인천공항까지 데려가고, 국내는 직접 견주를 찾아가 주변 환경을 살핀다. 사후 모니터링도 잊지 않는다.
이렇게 상반기에만 60여 마리를 입양 보냈지만, 여전히 전국 각지에는 이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동물이 넘쳐 난다. 현재 이곳 센터에서 관리 중인 개와 고양이만 해도 100 마리가 넘고, 경남 양산시에 마련한 쉼터에는 200마리가 더 있다.
사진작가였던 한 대표가 동물단체 대표가 된 계기는 ‘구포 개시장’이었다. 구포에 사진 스튜디오를 열었다가 개시장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수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철폐를 촉구했다. 상인들의 욕설과 협박에도 끈질기게 싸웠다. 자연스레 동물권 옹호자들이 한 대표와 함께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얼떨결에 구조한 대형견 17마리를 보호할 곳을 찾아 70평짜리 상가를 구한 것이 동물단체 설립으로 이어졌다.
2021년 12월 출범한 사단법인 ‘동물권자유 너와’는 순항 중이다. 정기 봉사자는 50명으로 늘었고, 후원금도 적지 않다. 오는 9월에는 사상구 학장동의 넓은 공간으로 이사할 예정이다. 무보수로 밤낮없이 일한 한 대표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함께 센터에서 일하는 이사 1명도 작곡으로 돈을 벌어 생활한다.
한 대표는 “돌아보니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면서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구조한 강아지와 고양이를 직접 관리하고 좋은 곳에 입양을 보낼 수 있다는 데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구조활동엔 한계가 있다. 애초에 펫숍이 없으면 불법 번식장이 생기지 않는다. 또 펫숍에서 무분별하게 강아지를 샀다가 버리면 유기견이 되는 것”이라며 번식장과 펫샵을 모두 근절하도록 동물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글·사진=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
2023-07-1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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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플스토리] "덩치 작지만 국민 건강 지키는 '큰일' 합니다"
"여름이 참 잘생겼네요. 몇 살이지요?"
박영웅 탐지요원은 대답 대신 크게 웃었다. "얘는 여자아이입니다. 21년 5월 2일생이니까 두 살 2개월로 아직 세 살은 안 됐네요." 여름이가 참 잘 생겨서 가끔 오해받는데 어여쁜 숙녀란다. 여름이는 북이(6세 10개월) 오빠, 별이(6세 4개월) 오빠, 친구 하늘이(2세 3개월)와 함께 김해공항에서 검역탐지견으로 근무한다. 관등성명을 말할 수 있을까. 박 탐지요원의 입을 빌린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영남지역본부 축산물위생검역과 탐지계에 근무하는 검역탐지견 여름이입니다." 여름이를 비롯한 김해국제공항 검역탐지견 4마리는 모두 비글종이다. 귀여운 외모로 사랑받는 비글이 김해공항에서 공적인 임무를 수행한다니. 덩치가 큰 래브라도 리트리버나 스프링거 스패니얼도 아니고 애견인 사이에 ‘악마견’으로까지 불리는 비글이란다.
귀여운 외모가 오히려 강점
농림축산검역본부 영남지역본부 축산물위생검역과의 탐지계에는 공무견 4마리와 공무원 4명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사람과 탐지견이 일대일로 짝이 돼 근무한다. 탐지견의 근무 역시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공무원의 일상과 똑같다. 다만 공항이라는 특성상 이른 새벽 시간대나 늦은 밤 시간대에 입국하는 비행기가 있어 당직 근무를 피할 수 없다.
"이 친구들이 하루 8시간 근무하면 힘들지 않을까 생각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사람이야 그렇게 근무하지만, 하루 종일 검역 대상 비행기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기에 잠시 일하고 대기하면서 쉽니다."
검역탐지견의 역할은 허가받지 않은 농축산물의 불법 반입을 막는 검역 업무. 근무지도 다양하다. 주로 공항이지만 경우에 따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이나 양산에 있는 부산국제우체국, 용당세관 해상특송장에 가서도 일한다.
"비글이 중형견이지만 덩치가 그리 크지 않아 승객들에게 위협감을 덜 주는 것 같아요. 또 외모가 귀여워서 사람들이 친근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김형진 탐지계장이 말했다. 김 계장은 탐지견 북이와 짝이다.
'제가 같이 일해 보니 비글은 천사견입니다. 너무 귀여워요. 누가 악마견이라고 하던가요. 적절한 산책과 보상만 주면 하루 종일 웃습니다.' 여름이와 일하는 박 요원도 자랑을 덧붙였다.
기다려 밖에 모르는 '바보'
"우리는 검역탐지 활동을 하는데 승객들이 '마약탐지견이다'라고 말하는 걸 들으면 살짝 속상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애들이 자기 일을 잘하고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박 요원이 말했다. 공항에서 승객들의 짐을 살피는 행위를 보면 마약을 찾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여름이를 비롯한 김해공항 비글 사총사는 농축산물에 관한 검역을 한다. 승객들이 허가받지 않은 외국 농축산물을 승객들이 고의나 모르고 반입하는 것을 찾는 것이다.
"인천공항지역본부 검역탐지견 센터에서 생후 7주부터 12개월령까지 엄격한 훈련을 합니다. 이어 4주의 신견 탐지견 훈련을 마친 뒤 심사에 합격하면 현장에 투입되지요. 투입 이후에도 현장 운용 훈련과 보충훈련을 통해 근무지에 적응하도록 합니다. 보통 쉴 때도 놀이 형식의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엄격한 훈련을 거쳐 현장에 투입되는 검역탐지견이 사람을 물거나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경우는 없다는 설명이다.
여름이는 ‘귀여운 실수’를 한 차례 했다. 김해공항에 온 첫날 배변 실수를 한 것이다. "사실 자기가 평소 지내던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오면 아무리 훈련받았어도 실수할 수가 있습니다. 저희도 인지하고 있었던 상태라 그날은 휴지를 잔뜩 들고 다녔죠." 이후 김해공항 국제선 입국장에 잘 적응한 여름이는 지금은 전혀 그런 실수가 없다고 한다.
궁금증이 생겼다. 이렇게 똑똑한 강아지라면 뭔가 개인기가 있지 않을까? "아까 보니 '기다려'는 잘하던데, 그럼 '빵'이나 '브이'도 할 수 있나요?" 박 탐지요원이 단호하게 대답한다. "탐지견은 '기다려' 이외의 명령어는 가르치지 않습니다. 오직 검역 임무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니 여름이는 일밖에 모르는 '멋진 바보'였다.
휴가도 즐기는 순둥이지만이
여름이에게도 휴가가 있을까? 짝으로 일하는 탐지요원이 휴가일 때 탐지견도 업무에서 빠진다. 일종의 휴가인 셈이다. 그러나 산책과 훈련은 다른 탐지견과 함께 한다.
업무가 없는 날이나 일과가 끝난 탐지견은 영남 동물검역계류장 검역탐지견센터의 야외 견사 잔디밭에서 열심히 뛰논다. 어떤 사료를 먹는지도 물어봤다. "우리는 최고급 000사 제품을 먹입니다. 물도 정수한 물만 지급하고요." 탐지견이 먹는다는 사료 브랜드를 검색해 보니 kg당 1만 원이 훌쩍 넘는 최고급품이다. 왠지 여름이의 털이 윤기가 있고 곱더라니.
탐지견은 보통 1세부터 현장에 투입돼 8세까지 근무한 후 퇴역한다. 퇴역견은 주로 민간에 분양하거나 분양이 어려우면 영종도동물검역계류장에서 여생을 보낸다. 북이와 별이의 은퇴 날짜가 다가오니 관심이 있는 분은 살펴보시기를 바란다.
"강아지를 키우는 분들은 예쁘다고 쓰다듬거나 먹이를 주려고 합니다. 이런 행동은 탐지견의 업무 지장을 초래하거나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삼가면 좋겠습니다." 김 계장은 탐지견은 눈으로만 봐 달라고 했다.
사실 탐지견의 역할은 막중하다. 해외에서 허가받지 않고 들여오는 농축산물을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등이 국내에 유입되면 그 피해액은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다. 공항 일선에서 검역탐지견은 국민의 건강과 재산을 지키는 거룩한 일을 하고 있다.
"한 외국인이 열대 과일을 들여오다가 검역탐지견에게 적발됐습니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과일이라 하나만 가져가면 안 되냐고 물었지만, 예외 없이 모두 수거해 검역관에게 인계했습니다." 박 탐지요원이 검역탐지견과 일하며 겪은 일을 들려줬다. 여름이의 하루하루가 대한민국을 지키는 전선이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 김수빈 기자 suvely@
2023-07-1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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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구서 굶어 죽는 유기동물 없게 하자" [반려동물의 친구들]
올해 초 ‘길고양이 돌봄’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다. 사실 이 문제는 길고양이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꾸준히 제기되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과거에는 단순 길고양이의 행동에 관련된 민원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케어테이커(돌보는 사람)에 대한 민원으로 변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과 길고양이 돌봄 지침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동물사랑영도 김윤자 대표가 길고양이를 돌보는 회원들에게 꼭 하는 말이 있다. ‘청소하지 않을 거면 밥도 주지 말라’는 것이다. 길고양이 문제로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면 ‘주변 좀 깨끗하게 청소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단다. 밥을 주는 것보다 청소가 우선이라고 생각한 회원들은 물티슈와 종량제 봉투를 들고 다니며 길고양이 밥자리를 깨끗하게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급식소도 외부 노출을 최소화한 곳에 두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김 대표는 회원들에게 갈등이 생겨도 절대 싸우지 말라고 당부한다. 싸워서 해결되는 일이 없을 뿐더러 막상 찾아가 보면 대화로 해결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A공원에서 길고양이 급식소 민원이 들어와 전부 수거된 일이 있었다. 김 대표가 직접 가 보니 눈에 띄는 곳에 급식소가 있는 게 문제였다. 김 대표는 급식소 6곳 중 2곳을 치우고, 4곳을 좀 더 깊숙한 곳으로 재배치했다. 그러자 민원이 줄기 시작했다. 그는 “공무원도 민원이 들어오면 해결해야 하고, 우리는 밥 주는 고양이를 지켜야 하지 않냐”며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70~80%라도 인정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동물사랑영도는 ‘영도구에서 유기돼 아사하는 동물이 없도록 하자’는 목표로 지난해 8월 설립됐다. 원래 영도구에 사는 반려인 한두 명이 소소하게 모여 활동하던 작은 모임으로 회원이 한 명, 두 명 늘어 현재는 100명이 넘게 활동 중이다. 월 회비를 내는 회원은 20여 명이다. 회비는 길고양이 중성화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 대표는 “구청에서 지원하는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이 오는 11월 말쯤이면 끝난다”며 “이후에 잡힌 아이들의 중성화 수술 비용에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구조된 길고양이를 입양한 사람들을 위해 예방접종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들은 동물과 사람이 같이 평온하게 공존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 사진전 등을 열어 길고양이의 삶을 널리 알리고 유기된 동물과 길고양이의 생활을 지원하며 제도 개선 캠페인 및 구조 활동도 펼치고 있다. 7년 정도 활동하다 후임자에게 대표 자리를 물려줄 생각이라고 밝힌 김 대표는 영도구에 유기동물을 위한 작은 쉼터가 생기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했다.
“주말에 구조된 동물들은 갈 곳이 없어요. 단 며칠만이라도 보호할 수 있는 임시 쉼터가 생기게 된다면 잠시 쉬어갈 수 있죠. 동물들이 주는 힘이 있지 않습니까. 일반 시민들도 방문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면 행복한 사람은 행복한 사람대로, 아픔이 있는 사람들은 또 그들대로 와서 힐링할 수 있는 장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2023-07-0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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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플스토리] 2000마리 유기견에게 새 가족을 선물하다 [반려동물의 친구들]
‘반려동물생명윤리협회’ 이정화(60) 대표는 ‘이데아의 유기견이야기’ 블로그 운영자로 유명하다. 블로그는 입양을 기다리는 유기견들을 소개하는 글로 빼곡하다. 입양이 완료돼 새로운 가족을 찾은 유기견은 더 많다.
이 대표는 유기견을 입양해 사비로 치료한 뒤 블로그를 통해 새로운 주인에게 입양을 보내는 일을 16년 넘게 해왔다. 지금까지 이 대표 손을 거쳐 새 가족을 찾은 유기견이 2000마리에 달한다. ‘유기견 대모’라 불릴 만하다.
■인생을 바꾼 ‘누더기 개’와의 만남
원래 이 대표는 견종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개에 무관심했다. 20여 년 전 우연히 도로에서 ‘누더기 개’를 만나 인생이 바뀌었다. 홀린 듯 차를 세워 지저분한 개를 집에 데려간 뒤 주인을 찾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부산에 딱 1곳 있던 유기견 보호소를 들렀다가 충격에 빠졌다. 안락사도 없던 시절, 케이지 하나에 개가 5~6마리씩 방치돼 있었다. “보호소가 지옥 같았다”는 이 대표는 “너무 끔찍했는데 외면을 못 해 계속 찾아가 봉사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이 대표는 눈에 밟히는 불쌍한 유기견을 하나 둘씩 집에 데려왔다. 다른 곳에 입양을 못 보내면 자신이 돌봤다. 반대하던 남편은 가출까지 감행한 이 대표의 뚝심에 두 손을 들었다. 이 대표는 “당시 코커스패니얼이 유행했는데, 그만큼 유기도 많이 돼 보호소에 바글바글했다”며 “그래서 그곳에 있는 코커스패니얼을 거의 다 내가 살렸다”고 말했다.
보호소에서 데리고 나온 개들을 입양 보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병원 검사 비용부터 만만치 않았다. 생활비를 아꼈고, 저축은 생각도 못 했다. 몸도 피곤했다. 안전하게 입양을 보내기 위해 직접 개를 차에 태우고 한밤중에도 서울로, 경기도로 찾아갔다. 실컷 기름값과 수술비를 들여 입양을 보냈더니 작은 트집을 잡아 다시 파양한 ‘진상 입양인’도 있었단다.
이 대표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여러 곳에서 도움을 얻었지만 개인으로 활동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2017년 반려동물생명윤리협회를 설립했다. 반려동물 유기 방지와 유기동물 구조, 치료, 입양 활동 등을 목표로 했다.
야심 차게 협회를 설립했지만, 방문자가 많은 ‘이데아’ 블로그 활동을 놓을 수는 없었다. 유기견을 살릴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규모가 제법 큰 복층 집에서 살 때는 한 번에 최고 50~60마리까지 돌봤다는 얘기에서 이 대표의 진심이 느껴진다. 이 대표는 “지금 생각하면 미쳤죠”라며 웃었다.
■반려동물은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다
현재 이 대표는 노령이나 장애 등의 문제로 입양을 보내지 못한 8마리의 유기견과 함께 살고 있다. 나머지 20여 마리는 천혜의 환경을 갖춘 전남 신안군 자은도의 유기견 위탁보호소 ‘강돌랜드’에 맡겼다.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을 통해 10년 넘게 알고 지낸 김태원 씨가 운영하는 곳이라 믿고 맡길 수 있었다고 한다. 2020년 KBS 1TV ‘동물극장 단짝’에서 이곳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 씨 역시 만만찮은 비용을 부담하면서 유기견을 돌보고 있다. 종종 후원이 들어오지만, 충분치 않다고 한다.
이 대표는 유기견을 강돌랜드에 보낼 때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치 않은 몸 때문에 달리 방도가 없었다. 이 대표는 작년에 허리디스크 수술만 두 번 받았다. 그는 “과거에 비해 지금은 유기견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 젊은 활동가와 단체도 많아졌다”며 “그래서 이제는 제가 그렇게 미친 듯이 노력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뒤로 물러설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 대표는 크고 작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 도움을 주겠다며 접근했던 사람이 자신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다녔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좌절에 빠져 공황장애도 겪었다. 또 입양한 유기견들이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가슴 아픈 일이었다.
‘이데아’ 블로그 상단에는 “반려동물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대표는 “아직도 해마다 10만 마리가 넘는 강아지가 유기된다”며 “가능하면 펫숍에서 강아지를 사지 말고 유기견을 입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10년 전 〈부산일보〉와 인터뷰에서 “인간들의 잘못 때문에 허무하게 숨지는 수많은 유기견을 생각하면 제가 살아있는 한 이 일을 멈추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몰고 온 승합차 곳곳에 묻어있는 털과 개 특유의 냄새는 수많은 유기견을 구해낸 증거다.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이 대표의 희생과 봉사는 현재진행형이다.
2023-06-2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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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플스토리] 흰개미로부터 문화재 지키는 고마운 멍멍이
최근 서울 도심에서 목재를 갉아먹는 외래 흰개미가 발견돼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외래 흰개미에 대해 지난달 22일부터 이틀간 범정부 합동 역학조사를 실시, 총 159개 군체를 확인해 박멸했다. 이후 공개된 역학조사 현장 사진 속의 개 1마리가 누리꾼의 관심을 받았다. 바로 흰개미 전문 탐지견 ‘초롱’이다. 전국에 단 1마리밖에 없다는 흰개미 탐지견에 대해 알아봤다.
■흰개미 탐지견의 필요성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흰개미 탐지견. 흰개미는 목재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 성분을 섭취하며 살아가는 대표적인 해충이다. 우리나라 도심에는 목조 건축물이 많지 않아 다소 낯설지만, 미국과 호주 등지에서는 주택을 구입하거나 판매할 때 흰개미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내야 할 정도라고 한다.
목조 건축물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 왜 흰개미 탐지견이 필요할까? 바로 궁궐과 사찰 등 목재로 만든 문화재 때문이다. ‘목재 문화재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흰개미는 특히 소나무를 좋아해 우리나라 대표적인 목재 문화재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상헌 의원(울산 북구)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흰개미 피해로 방제를 시행한 국가지정 목조 문화재는 조사 대상 78건 중 17건으로 피해율이 21.8%에 달했다. 최근 5년간 피해를 본 문화재는 전체 조사 대상 369건 중 71건. 목조 문화재 다섯 건 중 한 건 꼴로 흰개미 피해를 입었다는 얘기다.
흰개미는 땅속에서 목재 내부로 이동하기 때문에 탐지가 쉽지 않아 전문 조사 기관이 나서야만 피해를 확인할 수 있다. 흰개미는 한곳에서 30년 이상 서식하며 땅속 50~150cm 깊이에 집을 짓고 주로 기둥 속을 파먹는다. 그 결과 속이 빈 기둥은 지붕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한쪽으로 주저앉게 된다. 최근의 급격한 기후 변화도 흰개미 서식과 피해가 커지는 요인으로 꼽힌다.
흰개미 탐지견은 최대 100만 배까지 발달된 후각을 이용해 흰개미의 페로몬이나 분비물의 냄새를 맡아 흔적과 서식지를 탐지한다. 단시간에 다수의 목조 건축물을 조사할 수 있어 전문가의 육안검사, 검측장비 등을 활용한 조사보다 시간이 훨씬 단축돼 효율성이 높다. 또한 흰개미 개체가 현재 활동하지 않더라도 잔여 분비물, 휘발성 유기 화합물 등을 탐지할 수 있어 극초단파 탐지 장비와 함께 국가 지정 목조 문화재의 흰개미 피해 조사에 활용하고 있다.
목조 문화재 흰개미 피해 조사는 흰개미 탐지견과 훈련사,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조사팀이 한 조로 진행한다. 탐지견이 흰개미 서식지와 흔적을 탐지하면,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내시경 카메라와 탐지기 등 검측장비를 이용해 흰개미 서식 여부와 서식 상태 등을 확인하고, 문화재청은 조사 결과에 따라 긴급 방제, 군체제거시스템 설치, 토양처리, 방충·방부처리 등을 진행한다.
■현재 국내 유일 흰개미 탐지견 ‘초롱’
흰개미 탐지견이 국내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7년. 문화재청과 삼성 에스원탐지견센터가 협약을 맺고 문화재 지킴이 활동의 일환으로 도입하면서부터다. 이후 2015년 에스원에서 탐지견 사업을 이어받으며 2020년 2월까지 목조 문화재를 지켜왔다. 당시 활동했던 탐지견들이 모두 은퇴하는 등 여러 사정으로 흰개미 탐지견 활동이 잠깐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8년도까지 흰개미 탐지견 훈련사로 활동했던 박병배 씨가 탐지견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접하고 2022년 말 한국특수탐지견센터를 직접 열어 흰개미 탐지견 활동이 재개됐다.
탐지견 ‘초롱’이는 한국특수탐지견센터 박병배 대표가 약 1년 6개월간 훈련을 시킨 후 지난달부터 목재문화재 흰개미 탐지에 실제 투입된 2살짜리 신입 탐지견이다. 현재 국내 유일 흰개미 탐지견. 잉글리시 스프링거 스패니얼 종으로 이전에 활동한 탐지견들도 모두 같은 종이다. 영리하고 사람을 잘 따라 탐지견 훈련 성과가 높다고 한다.
훈련을 한다고 모두 탐지견이 되는 것은 아니다. 흰개미 탐지견이 되기 위해서는 1년 정도의 사회화 기간과 함께 기초 훈련, 응용 훈련을 받아야 한다. 기초 훈련에서는 흰개미 고유 냄새 인지와 발견 후 반응 방법을 2~3개월 훈련한다. 기초 훈련이 완성되면 실제 현장 응용 능력을 2~3개월 키운다. 그렇게 훈련을 마친 예비 탐지견은 심사를 통해 1급을 받아야만 정식 탐지견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초롱이와 함께 훈련한 도담이는 아쉽게 2급을 받아 통과하지 못했다. 흰개미 탐지견은 통상 7~8년가량 활동한 뒤 은퇴한다. 흰개미 탐지견이 1마리 뿐이기에 초롱이가 모든 문화재를 조사하지는 못한다. 문화재청에서 실시하는 ‘전국 목조문화재 흰개미 피해 전수조사’ 시기에 맞춰 한 달에 두 번 흰개미 탐지에 나서고 있다.
박 대표는 초롱이가 국내 흰개미 위주로 훈련을 진행해 외래 흰개미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지 걱정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초롱이는 거뜬하게 외래 흰개미 탐지에 성공했다. 박 대표는 “본격적인 탐지에 앞서 현장에서 발견된 외래종 흰개미로 테스트를 해 본 결과 반응을 하더라”며 뿌듯해했다.
앞서 초롱이 이전에 활동한 선배들도 주요 목조 문화재 조사에 투입돼 흰개미로부터 문화재를 지키는 데 도움을 줬다. 2009년 6월에는 탐지견 활동이 ‘문화재 지킴이 활동 우수 사례’에 뽑혀 문화재청장상을 받기도 했다.
박 대표는 “흰개미 탐지견은 주로 산속에 있는 문화재를 조사하기에 일반인과 마주칠 일이 잘 없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면서 “기후 변화 등으로 흰개미 피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초롱이와 함께 우리나라 문화재를 보존하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2023-06-0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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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친구들] 반려동물 상생 문화 조성 힘써
부산에는 약 20개의 동물 관련 비영리 민간단체가 있다. 대부분의 단체가 동물권 수호와 유기동물 구조 활동에 힘을 쏟고 있는데, 사단법인 동물사랑실천운동연합(이사장 김종태·이하 동실연)은 이들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반려동물과 상생을 꿈꾸는 동실연은 유기동물 문제 해결을 기본으로 하되 △반려동물과의 상생 △반려동물 지역 산업 발전 △부산 반려 시민 삶의 질 향상 등 3가지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2018년에 설립됐다.
동실연은 유기동물에게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것도 좋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동물 생명의 존엄과 소중함, 윤리성, 도덕성의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반려동물 사진·글짓기·그리기 공모전을 개최해 유기동물과 반려동물 학대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한 교육과 올바른 반려동물 인식 함양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부산경상대학교 반려동물보건과와 함께 유기동물 방지 조기 교육 활동 및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 반려동물 산업 발전에 보탬이 되기 위해 2022년 반려동물 관련 민간자격증 발급기관 등록도 마쳤다. 동실연에서는 펫장례 지도사, 펫푸드 지도사, 펫시터 지도사, 펫보험 지도사 등 4가지 민간자격증을 발급한다. 현재는 반려동물 장례식장 아이헤븐과 대구시 영진전문대학교 등과 공동으로 자격증 교육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실종 반려동물 찾기, 반려동물 장례 비용 경감과 펫로스 증후군 완화를 위한 노력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올해 동실연의 최대 역점 사업인 ‘도라지’는 ‘꼭 돌아오지’의 준말로 부산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추진하는 공익 캠페인이다. 반려동물 위치 확인이 가능한 블루투스 통신 무선 장치 ‘비콘’을 채워 반려동물이 실종됐을 경우 도라지 앱 사용자들에게 위치를 알려 주는 서비스다. 이는 실종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치매노인과 발달장애 아동의 안심귀가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종태 동실연 이사장은 “동실연은 올해 최대 역점 사업을 부산 범시민 도라지 심기 연중 캠페인에 두고 있다”며 “실종 반려동물 경감을 위해 부산 시민 누구나 애타는 가족의 심정으로 7월 시작 예정인 ‘범시민 도라지 심기 캠페인’에 동참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동실연은 독거노인 등 사회취약계층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2019년에는 대선주조와 함께 ‘고독사 예방 유기견 입양 기부 캠페인’으로 모은 기부금을 독거노인의 유기견 입양에 쓰기도 했다. 사회화 교육을 받은 유기견이 외롭게 노년을 보내는 이들에게 활력을 주자는 취지에서 진행했다.
김 이사장은 “반려동물 장례식장과 협약을 통해 저소득층,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가구의 반려동물 장례비용 경감과 반려동물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인 ‘펫로스 증후군’ 극복을 위한 시민 강좌 프로그램 등도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2023-06-07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