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조선업 육성을] 하. 고속 예인 수조 설치가 답이다
'중소 조선' 국내 기술력 높이려면 '테스트 수조' 필수
입력 : 2017-04-06 15:51:29수정 : 2017-04-09 11:46:40게재 : 2017-04-06 23:01:44 (9면)
부산을 중소 조선 생산과 개발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서는, 고속 선박을 테스트할 수 있는 고속 예인 수조의 설치가 시급하다. 사진은 국립수산과학원에 설치된 저속 예인 수조의 모습. 부산일보DB부산시는 중소 조선을 부산의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해 '고속 예인 수조' 설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고속 예인 수조는 실제 선박과 동일한 형태로 축소한 모형 선박을 빠른 속도로 끌고 가면서 테스트하는 시설을 말한다. 모형 선박은 물과 부딪하면서 진동과 소음을 만든다. 이 진동과 소음을 통해 프로펠러와 선형 등 선박의 핵심 성능을 테스트할 수 있다.
현재 기술력 세계 70% 이하
선박 핵심성능 시험 가능한
공용 고속 수조 국내엔 '0곳'
설계지원센터도 함께 지어
기술 개발-제품화 연결해야
조선업 집적한 부산이 최적지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 중소 조선 기술력이 세계 수준의 70% 이하이기 때문에, 고속 예인 수조의 조기 건립을 주문한다. 이와 함께 설계지원센터를 함께 설치해 확보한 기술력을 바로 제품으로 연결할 것을 요구한다. 부산시는 이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올해 초 정부에 '중소형 고속선박 설계지원센터 구축 사업'을 신청했다. 국비와 시비를 합쳐 200억여 원을 들여 부산에 고속 예인 수조와 설계지원센터를 구축하자는 내용이다.
■국내외 예인 수조 현황
한국에는 10여 개의 수조가 대학과 대형 조선소, 연구원 등에 설치돼 있다. 서울대 부산대 인하대 등 대학에 설치된 예인 수조는 주로 교육용으로 길이가 100m 정도로 상업용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상업용 수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길이가 400m가 돼야 한다. 그리고 연구원에 설치된 수조는 해양공학 수조 또는 해양플랜트 수조로 중소 조선 연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형 조선소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상업용 예인 수조가 설치돼 있다. 현대중공업 수조는 저속용이다. 삼성중공업 수조만 길이 400m의 구속 수조로 상업적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업체가 자체 기술력 확보를 위해 설치한 것으로 공적 활용이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한국에는 아직까지 공용으로 사용이 가능한 고속 예인 수조가 한 곳에도 설치돼 있지 않다.
하지만 조선 강국과 경쟁국 15개국에 고속 예인 수조가 이미 설치·가동되고 있다. 미국이 6개로 가장 많고 일본이 3개로 그 뒤를 따른다. 영국과 중국, 러시아가 모두 2개씩 보유하고 있다.
■고속 예인 수조 설치 시급
중소 조선소가 대형 조선소에서 유출된 고급 인력을 채용함으로써 기술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 고급 인력이 요구하는 임금과 중소 조선소가 지급할 수 있는 임금과의 격차가 생겨, 취업과 채용이 쉽지 않다.
㈜강남조선 정태윤 전무는 "최상의 기술력을 보유한 고급 인력을 영입하고 싶어도 임금 격차 때문에 쉽지 않다"면서 "이들은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으로 유출되기 전에 정부가 자금을 들여 이들의 국내 중소 조선소 취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문가들은 고속 예인 수조가 국내에 빨리 건립돼야 국내 중소 조선소들이 중소형 고속 선박의 선형과 엔진 설계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고속 예인 수조 인근에 설계지원센터를 만들어 중소 조선 연구소를 한곳에 모아야만 고속 선박의 시뮬레이션과 시험평가 지원, 고속 선박 표준선형 등 기술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 정 전무는 "고속 선박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성능 검증뿐 아니라 인증 절차까지 거쳐야 한다. 국내에 고속 예인 수조가 없어 부득이하게 해외 수조를 이용하고 회당 1억 5000만 원에서 3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면서 "선형과 프로펠러 도면 일체가 고속 예인 수조 기관에 제공돼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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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 예인 수조 부산 설치와 효과 중소 선박 성능 테스트를 위한 고속 예인 수조 설치의 최적지는 어디일까. 단연코 '부산이 최적지'라고 전문가들은 꼽는다.
부산은 동남권역과 호남권역에 특화된 중소형 조선산업과 설계·엔지니어링 기반 연계 협력의 최대 집적지이다. 대선조선 등 30여 개의 조선소와 400여 개의 조선기자재업체, 설계전문기업의 80%가 밀집돼 있고, 현재 2만 4000여 명이 해당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다.
특히 고속 예인 수조 인근에 고속선박 설계지원센터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곳에 모인 중소 조선소 연구소들이 고속 예인 수조를 이용해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바로 제품화 할 수 있다. 또 핵심 기술이나 공동 작업이 필요한 기술은 센터 주도로 공동 개발·사용한다면 한국의 고속선 기술력은 짧은 시간에 세계적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조선연구원 자체 조사 결과, 고속 예인 수조가 부산에 설치되면 2016년 현재 1%에 불과한 중소형 고속 선박 시장 점유율이 2025년에는 20%로, 기술 수준이 70%에서 100%로, 설계·엔지니어링 기업이 60개에서 100개로, 매출이 3000억 원에서 1조 원으로 증가했다. 김성환 원장은 "부산은 전남과 전북과 3시간 이내에 연결되는 교통망을 확보하기 있기 때문에 부산에 고속 예인 수조가 설치되면 해당 지역의 모든 기업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부산시 신창호 산업통상국장은 "정부의 지원과 투자가 적기에 이뤄진다면 부산은 중소형 조선의 메카로 성장하고, 그 혜택은 울산·경남은 물론 국내 전체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진 기자
ksci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