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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콘서트홀이 지난 19~20일 선보인 콘서트 오페라 ‘카르멘’ 공연 모습. 카르멘 역의 메조소프라노 미셸 로지에(오른쪽)와 돈 호세 역의 테너 이용훈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 클래식부산 제공
부산콘서트홀이 클래식 음악을 위한 전용 홀이라면, 국립부산국악원은 한국 전통 예술(국악, 무용 등)의 보존과 계승, 그리고 공연을 목적으로 세워진 국가 기관이다.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북문 쪽 큰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두 공연장은 특화된 공연 장르의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인프라의 힘이라고 할까, 관객도 아티스트 못지않게 ‘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요즘이다.
지난 19~21일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 무대에 오른 국악극 ‘대청여관Ⅱ’는 6년 만의 재공연인 올해도 어김없이 전석 매진 신화를 썼다. 이 작품은 2016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 온 국립부산국악원의 킬러 콘텐츠로, 올해는 기존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주인공과 일부 조연을 더블 캐스팅해 각기 다른 전통 성악의 매력을 선보였다.
이번 공연은 초연의 정가·경기민요 조합을 넘어 정가(이희재·성악단 악장)와 경기민요(이은혜·성악단 정단원), 판소리(정윤형·성악단 정단원)와 정가(김윤지·성악단 정단원)로 구성한 A·B팀이 활약했다.
초연부터 함께한 남권아 연출가는 “같은 이야기라도 소리의 양식과 정서에 따라 다르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는데, 국악 애호가는 물론이고 입문자도 다양한 한국 전통 성악(소리)을 한자리에서 감상한 소중한 기회였다. 한국 전통 성악에는 정가(가곡·가사·시조), 경기민요, 판소리 외에도 잡가, 가야금병창, 범패 등으로 다양하지만, 일반인이 자주 접할 기회는 드물다. ‘대청여관’도 2008년 국립부산국악원이 생긴 이래 2016년 처음 시도한 국악극이었고, 다수의 앙코르 공연을 거쳐 이번에 시즌2에 이르게 된 것이다. 오랜 시간을 지나면서 작품도, 제작·출연진도 성장했지만, 관객 역시 함께 커 나가는 과정이라고 믿고 싶다.
부산콘서트홀이 지난 19~20일 선보인 콘서트 오페라 ‘카르멘’ 공연이 끝난 후 전 출연진이 커튼콜을 선보이는 모습. 클래식부산 제공
비슷한 시간, 부산콘서트홀에서도 의미 있는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부산콘서트홀이 지난 6월 개관 페스티벌 일환으로 선보인 콘서트 오페라 ‘피델리오’에 이어 부산콘서트홀의 초대 예술감독인 정명훈 지휘자가 다시 한번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 메가폰을 잡으며 화제를 모은 콘서트 오페라 ‘카르멘’이다. 지난 19~20일 합창석을 제외한 1500석가량을 오픈했는데 2회 공연이 거의 전석 매진됐다.
카르멘 역의 메조소프라노 미셸 로지에, 돈 호세 역의 테너 이용훈, 에스카미요 역의 바리톤 김기훈 등에 관객들 환호가 쏟아졌다. 이날 공연은 또 정명훈 지휘자가 2004년 9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프랑스 ‘오랑주 페스티벌’ 프로덕션과 함께 전막 공연으로 선보인 ‘카르멘’ 이후 21년 만이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음악 본연의 힘과 성악가의 목소리에 집중한 고품격 사운드’라는 평가는 그렇게 나왔다.
공연을 보고 나오는 관객 반응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콘서트 오페라도 이렇게 좋은데 하루빨리 전막 오페라를 보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이번 공연이 가진 의미 중에는 “2027년 개관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앞두고 부산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오페라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클래식부산의 의지도 컸다. 개관 페스티벌에 올랐던 ‘피델리오’보다 ‘카르멘’이 더 대중적인 작품이었고, 관객들도 이렇게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콘서트홀 같은 빈야드 구조는 관객과 무대가 매우 가깝기 때문에 친밀감도 주지만, 반대로 관객의 작은 움직임이나 스마트폰 불빛과 벨소리 등이 다른 관객이나 공연에도 영향을 주기에 훈련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결국 좋은 관극 태도가 좋은 공연을 만드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