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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산진구 범천기지창 이전 사업이 5년 만에 다시 사업타당성 용역과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며 장기 표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범천기지창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의 숙원 중 하나인 부산진구 범천동 철도차량정비단 이전 개발(이하 범천기지창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간다. 5년 간의 예비타당성 조사 기한 동안 민간사업자를 구하지 못해 사업 타당성 용역과 함께 예타 조사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사업 구조 탓에 공모가 유찰되면서 지역의 핵심 성장동력이 장기 방치될 우려가 높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부산시와 코레일에 따르면 범천기지창 사업은 내주 이전계획 재검토 용역 계약을 체결해 18개월간의 용역에 들어간다. 2020년 6월 완료된 기존 예타 조사가 이미 5년이 경과해 용역 과정에서 이 조사를 다시 진행하는 것이다.
범천기지창 사업은 부산진구 범천동 965-3번지 일원 20만㎡ 규모의 코레일 부지 시설물 등을 강서구 송정동으로 이전하는 사업이다. 이전 후 부산 시내 한복판에 남겨지는 대규모 부지를 미래성장 혁신공간으로 재개발하겠다는 게 시와 코레일의 복안이었다. 총사업비는 1조 6429억 원이며 이 가운데 용지 매입비만 1조 2642억 원에 달한다.
코레일은 지난해 말부터 민간사업자를 통해 부지를 개발하고, 이전 비용까지 마련하는 방식으로 이를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낮은 사업성 탓에 공모는 초기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 5월까지 진행한 공모는 나서는 사업자가 없어 유찰됐다.
유찰의 가장 큰 원인은 기지창 이전 부담과 주거용지 비율 제한으로 꼽힌다. 용지 매입비만 1조 원이 넘는데도 개발은 범천동 기지창 이전이 완료된 6년 뒤부터 가능하도록 해뒀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공사비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와중에 1조 원이 넘는 돈을 6년간 묶어둬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주거 비율은 30% 이내로 제한된 것도 민간사업자의 외면을 부추겼다.
이번에 새로 발주한 용역 수행기간이 18개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당초 계획상으로는 2026년 범천기지창 이전 작업에 들어가 2028년 부산신항 이전을 완료해 2028년에는 첫 삽을 떠서 2030년 혁신파크로 준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 같은 모습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동구 북항 랜드마크 개발과도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BPA는 2019년부터 랜드마크 부지 용역을 진행하고도 제대로 된 활용 방안도, 개발을 주도할 사업자도 찾지 못하고 있다. 수십억 원을 들인 용역은 관광·문화시설 도입 등 흐릿한 밑그림만 제시하는 수준에 그쳤다.
6.3 지방 선거 과정에서 이슈로 떠올랐고 전재수 부산시장과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이 올해 초 항만재개발법 개정을 통해 BPA의 상부시설 개발 가능성을 열어줬다. 그러자 BPA는 이달 18개월짜리 항만시설 기능 재배치 타당성 검토 용역을 다시 발주했다. 이번에도 용역을 통해 상부시설 범위와 투자 심사 기준 등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와 중앙 부처 산하기관의 안일한 개발 의지에 부산시의회를 중심으로 강한 질타가 쏟아진다. 공공개발이나 민관 공동개발 등 대안은 적극 검토하지 않은 채 속 편한 용역과 공모만 반복한다는 비판이다. 시의회는 공공주도로 개발 방향을 전환하던지, 그마저도 부담스럽다면 민간사업자가 참여를 검토할 만한 인센티브 패키지를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재헌(동2) 의원은 “민간 매각 실패와 엇박자 행정으로 골든타임을 다 놓쳐놓고도, 해수부와 항만공사는 세월아 네월아 책임을 떠넘기며 부산시민의 자존심을 심각하게 짓밟고 있다”며 “랜드마크 부지의 돌파구가 마련된 만큼 더 이상 무능한 태도를 버리고 오직 실행력으로 시민과의 약속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힘 김재운(부산진3) 의원은 “국토부와 코레일이 뒷짐 지는 사이 재산권 행사를 못 하는 주민들의 인내심도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며 “공공주도 개발이나 민관 공동개발로 전환하거나 주거 비율을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등 실행 가능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이전 절차가 완료되기 전 공사를 가능하도록 해 민간 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 관계자는 “사업성을 제고하기 위해 토지이용계획 비율 조정 등을 용역에서 재검토하겠다”며 “지난 공모보다 사업성을 향상시킨 대안을 마련하여 재공모하고 민간사업자 동향도 지속 파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