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반성’ 언급 안해… 여야, 日각료 야스쿠니 참배에 “깊은 유감”

다카이치 일본 총리, 15일 패전일 추도사
이시바 전 총리 되살린 '반성·부전' 표현 안해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 등 각료 야스쿠니 참배
민주·국힘 “시대착오적 오발·깊은 유감” 비판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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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한국 광복절이자 일본 패전일인 15일 오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일본 현직 각료로는 7년 연속이다. 연합뉴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한국 광복절이자 일본 패전일인 15일 오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일본 현직 각료로는 7년 연속이다. 연합뉴스
한국 광복절이자 일본 패전일인 15일 자민당의 스즈키 이치 간사장(가운데), 아리무라 하루코 총무회장(왼쪽), 니시무라 야스토시 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이 이날 오전 야스쿠니 신사를 단체 참배했다. 자민당 핵심 간부들이 패전일 야스쿠니를 단체로 찾은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연합뉴스 한국 광복절이자 일본 패전일인 15일 자민당의 스즈키 이치 간사장(가운데), 아리무라 하루코 총무회장(왼쪽), 니시무라 야스토시 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이 이날 오전 야스쿠니 신사를 단체 참배했다. 자민당 핵심 간부들이 패전일 야스쿠니를 단체로 찾은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연합뉴스

광복절이면서 일본에겐 패전일인 15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패전일 전몰자 추도사에서 ‘반성’과 ‘부전(不戰·전쟁하지 않음)의 맹세’를 언급하지 않았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 등 주요 각료와 집권 자민당 간부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는 우리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비판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15일 외신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의 패전 81년을 맞아 15일 도쿄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 식사(式辭)에서 “전쟁의 참상을 두 번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일본, 안전하게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안보 정책에 주력하겠다는 결의를 표명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은 평화를 중시하는 나라로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공헌하기 위해 힘을 기울여왔다”며 “각국이 직면한 과제 해결을 위해 일본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평화를 중시하는 나라’라는 표현은 아베 전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사용했던 표현이다. 후임인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와 이시바 전 총리, 민주당 출신 간 나오토 전 총리는 일본을 ‘평화국가’라고 지칭했다.

과거 일본 총리들은 패전일에 이웃 나라가 겪은 피해를 언급하고 반성의 뜻을 표명해왔으나, 2012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재집권한 뒤 2013년 추도사부터 이런 언급을 중단한 바 있다.

지난해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가 13년 만에 다시 반성과 부전의 맹세를 거론했지만, 아베 전 총리를 ‘정치적 스승’으로 삼는 다카이치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러한 표현이 추도사에서 또 사라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또 추도사에서 안보 정책에 주력하겠다는 결의를 표명했다.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일본, 안전하게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결의인데,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은 평화를 중시하는 나라로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공헌하기 위해 힘을 기울여왔다”며 “각국이 직면한 과제 해결을 위해 일본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카이치 총리는 전몰자 유골 수습과 관련해 "하루도 빨리 고향에 모실 수 있도록 국가의 책무로서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다카이치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에 ‘다마구시’로 불리는 공물 대금을 사비로 봉납했다.

총리가 아닌 자민당 총재 자격이었으며, 이날 자민당 간부들의 이례적인 단체 참배를 이끈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을 통해 공물 대금을 올렸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전에는 매년 8월 15일 정기적으로 야스쿠니를 참배했지만, 총리로서 첫 일본 패전일을 맞은 이번에는 한국과 중국 등 인접국 반발을 고려해 참배를 보류한 것으로 관측됐다.

대신, 이날 야스쿠니 신사에는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 기카와다 히토시 오키나와·북방대책담당상, 오노다 기미 경제안보담당상, 기우치 미노루 경제재정담당상 등 현직 각료 4명이 참배했다.

이에 여야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비판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수미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역사의 교훈을 뼈저리게 되새겨야 할 엄중한 시점에 다카이치 내각과 자민당 지도부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시대착오적 도발”이라며 “참으로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전 대변인은 “평화를 수호해야 할 방위상과 미래 세대를 길러내야 할 아동정책담당상이 전범들 앞에 고개를 조아린 것은 자국 중심의 왜곡된 애국주의에 갇혀 보편적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스스로 짓밟는 자가당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 대변인은 “다카이치 내각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라는 역사적 퇴행을 즉각 멈출 것을 경고한다”며 “제국주의의 낡은 망령에서 벗어나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행동으로 보이라”고 촉구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이자 ‘일본통’인 김대식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고이즈미 방위상은 지난 6월 27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며 한일 방위 협력을 더욱 심화하겠다고 밝혔다”며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오늘의 참배는 양국이 어렵게 쌓아 온 신뢰를 훼손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은 침략의 역사를 직시하고, 진정한 반성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면서 “우리 정부도 일본 측에 분명하고 엄중한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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