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병원 암병원 "아이온·다빈치 로봇으로 대기 없이 암수술"

CT·MRI 당일 검사하는 '제로웨이팅'
유방암 환자 20일 대기 하루로 단축
영남 최초로 혈액암 카티세포 치료
폐암 로봇 기관지내시경 최초 도입
전국서 환자 찾아 100례 시술 돌파
암환자 서울행 고민 줄어들기 시작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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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병원이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도입한 폐암 조기진단 로봇 기관지내시경 ‘아이온’이 100례 시술을 돌파했다. 아이온은 초정밀 로봇팔(카테터)을 통해 폐의 가장 깊숙한 부위까지 도달할 수 있다. 울산대병원 제공 울산대병원이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도입한 폐암 조기진단 로봇 기관지내시경 ‘아이온’이 100례 시술을 돌파했다. 아이온은 초정밀 로봇팔(카테터)을 통해 폐의 가장 깊숙한 부위까지 도달할 수 있다. 울산대병원 제공

암환자의 치료 성공률을 파악해 볼 수 있는 수치가 ‘5년 생존율’이다. 암 종류와 병기에 따라 생존율의 차이는 크다. 국립암센터에 최근 보고된 국내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평균 73.7%이다. 초기 암환자의 생존율은 92.7%인 반면에 원격전이로 진단된 4기 암환자 생존율은 27.8%에 그쳤다. 암을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치료를 시작하느냐가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암환자, 기다리게 하지 않는다

암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마주하는 순간부터 두려움과 불안이 시작된다. ‘이제 어떻게 되는건가’라는 걱정과 함께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라는 초조함이 밀려온다. 검사를 예약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다시 치료 일정을 잡는 동안에 암이 커지지는 않을지 애를 태우며 시간을 보낸다. 치료가 시작되기 전의 대기가 때로는 치료 자체보다 더 무겁게 느껴진다.

그래서 울산대병원 암병원은 암환자의 대기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예전엔 CT를 찍으려면 평균 20일을 기다려야 했다. MRI는 18일이었다. 지금은 당일 검사가 된다. 암환자가 기다리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제로 웨이팅’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암병원이 먼저 손댄 것은 첨단 장비의 추가 도입이 아니었다. 검사 대기 시스템의 혁신이었다. 검사 시간 배정을 바꾸고 운영 시간을 늘렸으며 예약 방식도 고쳤다. 장비를 한 대도 추가하지 않고 이뤄낸 변화다.

첫 외래를 방문하기 전부터 진료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외부 병원의 진료기록, 영상자료, 병리 슬라이드를 사전에 넘겨받아 의료진이 환자를 처음 만나기 전에 상태를 파악해두는 방식이다. 전담 코디네이터가 자료 확인과 일정 조율을 맡는다.

유방암 분야에서는 의뢰 당일에 진료-검사-결과 상담-수술예약까지 한 번에 끝내는 ‘원패스’라고 불리는 패스트 트랙이 가동 중이다. 병원을 오갈 때마다 환자와 보호자는 반차나 연차를 썼고, 그때마다 결과를 듣기까지의 불안을 다시 겪어야 했는데 원패스는 그 반복을 하루로 단축시켰다.

울산대병원 박종하 병원장은 “환자 입장에서는 암이 더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 때문에 하루도 사실은 긴 시간이다. 그 20일이 하루로 줄었다는 것은 숫자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기다림에서 오는 불안감이 사라지면서 굳이 서울행을 고민하는 환자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제로 웨이팅이 도입되면서 2025년 암수술 건수가 3,141건으로 전년도보다 24% 늘었다. 신규 암환자는 같은 기간 65% 증가했다. 환자 추천지수(NPS)는 2023년 2.6에서 2025년 25.4로 약 10배 뛰었다. 서울 ‘빅4’ 병원 평균을 웃도는 수치다.

암병원 조감도. 울산대병원 제공 암병원 조감도. 울산대병원 제공

■폐암 진단, 전국 거점병원 자리매김

기다림을 줄인 자리를 기술이 채웠다. 폐암 진단에는 로봇 기관지내시경 ‘아이온(ION)’이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가느다란 로봇 카테터와 3차원 내비게이션 기술을 활용해 폐 깊숙한 말초 부위까지 접근하는 장비다. 기존 기관지내시경으로는 닿기 어려웠던 작은 결절도 위치를 특정해 조직을 채취할 수 있다.

울산대병원은 로봇 기관지내시경 아이온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들여왔다. 이미 시술 100례를 넘겼고, 국내외 의료진이 시술을 참관하는 옵저베이션 사이트로 지정됐다. 장비를 들여놓는 데 그치지 않고,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 거점 역할까지 맡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100례의 시술에서 진단율은 90% 정도로 나타냈으며 추적검사까지 포함할 경우 95% 이상의 진단율이 예상된다. 기존 검사로 진단이 어려웠던 작은 폐 결절 환자들이 조기에 확진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환자군 분포도 울산 이외 지역 환자 비율이 50% 이상일 정도로 영남권은 물론 수도권 등 전국 각지에서 폐암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고 있다고 한다.

로봇기관지경·호흡기중재센터장 이태훈 교수(호흡기내과)는 “최근 3년간 연평균 100례 이상의 폐암 수술을 시행하고 있으며 1기 폐암 환자 완치율도 9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아이온 시스템 도입 이후 폐암 조기 진단과 치료를 위해 전국의 환자들이 찾는 폐암 진단 거점 병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혈액암 조혈모세포이식 전국 6위

암수술과 고난도 수술이 늘어나면서 지난달초 최신 로봇수술기 다빈치5를 추가로 도입했다. 이로써 총 4대의 로봇수술 장비를 보유하게 됐다. 연간 1천례 이상의 로봇수술을 시행한 결과 영남권 최초로 로봇수술 6,000례를 달성하기도 했다.

뇌수술은 비수도권 1위, 유방암 수술은 비수도권 3위다. 혈액암 환자에게는 조혈모세포이식과 함께,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를 위한 CAR-T 세포치료도 영남권 최초로 도입했다. 혈액암 환자의 조혈모세포이식은 132건으로 전국 6위, 비수도권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암이면 서울’이라는 공식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PET-CT 추가 도입으로 암의 위치와 전이 여부를 더 정밀하게, 더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기술은 갖춰놓되, 그 기술이 환자에게 닿기까지의 시간을 줄이는 데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공간도 바꾼다. 암병원을 별도 건물로 옮겨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진단부터 수술, 항암·방사선치료, 추적관찰까지 한 동선에서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암 치료는 길게는 몇 년을 병원과 함께 가야 하는 과정이다. 불필요한 이동을 줄이는 일도 치료의 일부다.

박종하 병원장은 “대기가 없고, 실력이 있고, 비용이 합리적인 병원이라는 인식에 생기면서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암치료를 위해 서울까지 가야 할 이유가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 지역완결 의료를 완성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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