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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소설, 아동문학, 평론 분야 심사 모습. 정대현 기자 jhyun@
2026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와 희곡 심사 장면. 정종회 기자 jjh@
‘2026 부산일보 신춘문예’는 역대 최대 응모자가 몰린 지난해 기록을 가뿐히 넘어 서며 글쓰기에 대한 열기가 여전히 뜨겁다는 걸 증명했다. 올해 신춘문예에선 인공지능(AI), 로봇, 불안과 삶의 의미, 학교폭력, 노동 등 요즘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는 키워드가 고스란히 주요 소재로 등장했다. 지난해까지 코로나로 인한 고통과 사회 변화를 다룬 작품이 꽤 있었지만, 올해는 아예 이런 소재가 사라진 것도 특징적이다.
‘2026 부산일보 신춘문예’는 6개 부문에 걸쳐 1455명이 4329편을 응모했다. 1531명이 4271편을 응모한 지난해에 비해 응모자는 줄었지만, 작품 편수는 늘어났다. 시와 평론의 응모 편수가 급증했고, 소설 분야는 줄었다. 나머지 분야는 거의 비슷했다. 특히 평론 분야는 예년에 30여 편 안팎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는 55편으로 편수가 늘었다.
단편소설(252명·265편)에 응모한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았다. 고령화 사회를 반영한 이야기가 많았다. 장르적 상상력을 발휘해 미래나 로봇, SF를 다룬 소설들도 많이 보였다. 신춘문예에선 신선한 접근이며 최종 심사에도 이런 소재의 작품이 올라갔다. 정영선(부산소설가협회 이사장) 심사위원은 “당장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방송해도 될 만큼 스토리의 구성이 탄탄했다”고 밝혔다.
최종 심사에 오른 4편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5명의 심사위원이 한 시간 넘게 토론해도 결론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결국 다수결로 2편의 작품을 뽑은 후 2편을 두고 다시 토론을 한 끝에 당선작을 뽑았다.
전체 신춘문예 응모작의 반 이상이 시 분야에 응모한 작품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올해 601명·2506편으로, 지난해 597명·2405편에 비해 작품 수가 많이 늘었다. 응모작 수는 늘었지만 일상을 새롭게 보는 시선, 관점이 적어 아쉬웠다. 김경복(교수·시 평론가) 심사위원은 “관념적이고 과거에 대한 회상이 많아 신선함이 떨어진다. 재미가 없다”며 “독자의 시선을 잡아당기는 것이 중요한데 과거 회상(유년에 대한 추억,부모에 대한 그리움)은 개인적인 서정에 머문다. 사회적인 파급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함께 심사를 한 신정민 시인 역시 “신춘문예 시는 사회적인 의식이 담기는 것도 중요하다”며 “사물이나 현실을 참신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있어야 하며, 표현력이 있으며 동시에 시대의 문제 의식을 드러내는 것이 좋은 시이다”라고 덧붙였다.
AI를 다룬 시도 많이 늘어났지만, 이에 대한 불안을 드러낼 뿐 깊은 성찰은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부산의 장소를 소재로 한 시도 많았는데 풍경의 아름다움, 관광 차원의 접근에서 끝나며 실존적 의미가 빠져 아쉽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신춘문예 시 지망생이라면, 심사위원의 이런 지적을 반영해 내년 작품에 녹여내는 것이 좋을 듯하다.
114명·452편이 접수된 시조 분야는 수준이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굉장히 뛰어난 작품이 있는 반면 신춘문예 수준에 이르지 못한 작품도 있었다. 정희경(부산시조시인협회 회장) 심사위원은 “올해는 신세대나 청년의 고민을 이야기한 작품 비중이 높아져 시조의 소재와 시각이 확대됐다”며 “수준 높은 작품들은 신산한 삶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보였다”고 설명했다.
아동문학에선 129명·140편의 동화가 접수되었고, 204명·811편의 동시가 도착했다. 박선미 동시인과 안미란 동화작가가 심사위원으로 나섰으며, 전반적으로 올해 부산일보 신춘문예 아동문학 작품의 수준이 고르게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동시의 경우 반려묘, 돌봄, 조손가정 등 겹치는 소재가 많았다. 기존에 발표된 작품들과 차별성이 없어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동화는 AI와 로봇 등을 소재로 한 작품이 새롭게 등장했지만, 기존 작품의 돌봄 주체였던 보호자에게 기계의 탈만 씌운 듯 이야기 구성과 흐름은 비슷했다. 아동문학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작품인데, 대상을 고려하지 않은 표현과 이야기 구성을 한 작품도 있었다.
희곡·시나리오에는 100명이 100편의 작품을 보내 왔다. 김문홍(극작가) 심사위원과 김지용(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 심사위원은 100편의 작품을 꼼꼼히 다 읽었지만, 정작 당선작을 결정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당선 작품이 두드러지게 좋았다는 평가다.
두 심사위원은 “고치고 또 고친 흔적이 있는 작품을 보며, 그만큼 고심한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분야에서 AI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새롭게 등장했다고 들었는데 희곡 분야에선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살아있는 인간이 무대에서 표현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AI의 도움을 받는 건 아직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존재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 돋보였으며, 노동 문제를 다루는 작품도 인상적이었다고 소개했다.
올해 이례적으로 많은 작품이 몰린 평론 분야는 문학 18편, 영화 37편으로 매년 영화 평론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하상일(교수·문학평론가) 심사위원은 “전체적으로 영화 평론이 수준이 더 높았다. 문학 평론은 돋보이는 작품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평론 체계나 구조를 갖추지 못한 작품도 많아 심사 시간이 오래 걸렸다. 비평 대상으로 어떤 걸 선택할지 좀 더 고민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당선자에겐 개별 통보가 완료됐다. 부문별 당선작은 내년 1월 1일 자 부산일보 지면에 공개된다. 2026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은 내년 1월 8일 오후 4시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