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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주제인 ‘낯설지만 익숙한 섹션’에서는 서로 다른 삶과 문화, 관계와 감정 속에서 결국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는 5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1.넘버원(2026/한국)=어머니가 해주는 대체 불가의 손맛, 하지만 그 맛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어머니가 해준 밥을 먹을 때마다 눈앞에 남은 식사 횟수를 뜻하는 숫자가 줄어든다. 0이 되는 순간 어머니가 죽게 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까.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10년 넘게 집밥을 피해 온 주인공이 여자 친구를 만나고, 가족의 소중함을 새롭게 깨달아가는 이야기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가 원작이다. 가족이라는 주제를 따뜻하게 다룬 판타지 드라마다.
2.오늘의 카레(2025/한국)=부모의 재혼으로 인해 자매 사이가 된 동갑내기 이슬과 이진, 둘은 서로에게 낯선 존재이다. 어느 날 이슬이 남자 친구와의 관계를 끝내기 위해 전주에 사는 이진의 집에 찾아와 같이 살게 된다. 이슬은 이진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시간을 보내며, 웃음을 되찾는다. 이슬은 음식을 만들면서 타인과 다시 연결될 준비를 한다. 타인에게 따뜻한 음식을 내어주는 행위는 앞으로의 시간을 잘 살아낼 수 있도록 연료를 제공하는 일이었다. 둘은 그렇게 서로의 앞날을 응원하면서 가족이 된다. 부산에서 영화를 시작해 단편 ‘맛을 쫓는 아이’ 등을 만든 조미혜 감독의 첫 장편이다.
3.왼손잡이 소녀(2025/미국)=싱글맘 쉬펀은 두 딸과 함께 타이베이의 야시장에서 작은 국수 가게를 연다. 유치원에 다니는 이칭은 엄마의 국수 가게에서 음식을 나르고, 야시장을 돌아다니며 적응해 간다. 왼손잡이 이칭은 외할아버지로부터 ‘왼손은 악마의 손이고 왼손으로 하는 일은 악마의 일’이라는 무서운 이야기를 듣는다. 그 뒤 뭔가에 홀린 듯 아슬아슬한 일탈을 벌이기 시작하는데…. 이 영화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전통 때문에 자신의 모습대로 살아가기 어려운 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자신의 특별함을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타이베이 야시장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4.이방인의 텃밭 Shiso(2025/한국·일본)=일본 채소 시소는 깻잎과 닮았지만 독특한 향을 가졌다. 재일동포 3세인 김이향 감독이 한국에서 직접 시소를 키우며 자신의 정체성과 뿌리를 찾아가는 다큐멘터리다. 일 년간 시소의 생장 과정을 따라 자이니치의 이야기도 함께 흘러간다. 김 감독은 도쿄에서 태어나 8년째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재일조선인 1세인 할머니의 죽음과 2세 어머니의 과거를 마주하며 진정한 고향과 돌아갈 곳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시소는 한일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고 소외감을 느끼는 자이니치 삶에 대한 은유다.
5.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2025/미국)=아버지 이야기는 미국 뉴저지, 어머니 이야기는 아일랜드 더블린, 남매 이야기는 프랑스 파리에서 펼쳐지는 3부작. 3편 모두 성인이 된 자녀와 다소 거리를 둔 부모, 그리고 그들 간의 관계를 다룬다. 남매는 시골에서 홀로 사는 아버지를 걱정해 고급 식재료를 가득 들고 찾아가지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자식들이 떠난 후, 아버지는 고급차를 몰고 나가 비싼 레스토랑에서 애인과 근사한 저녁 식사를 즐기는 식이다. 영화 속 음식은 정물화처럼 배치된 모습이다.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가족들도 결국 비슷한 소외감과 서먹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암시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상태를 지속하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이제는 그만하고 싶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