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또 오피스텔? 한국유리 부지 ‘공공성 후퇴’ 논란

동일, 생숙 자리에 업무시설 요청
관광숙박용 사실상 ‘반토막’ 우려
시 ‘1개 동 직접 호텔 운영’ 권고
경실련 “개발 방향 명확히 해야”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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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공공기여협상 2호 대상인 기장군 옛 한국유리 부지와 일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의 공공기여협상 2호 대상인 기장군 옛 한국유리 부지와 일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기장군 옛 한국유리 부지에 공공기여협상으로 조성하기로 한 해양문화관광시설 일부가 사실상 주거형 시설로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공공성 후퇴 논란이 인다. 기장군 일대 동부산 관광 활성화를 위해 확보하기로 한 숙박시설이 줄면서 공공기여협상제 취지가 퇴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8일 열린 기장군 일광읍 옛 한국유리 부지 협상조정협의회에서 사업자인 동일스위트는 해양문화관광시설용지 내 권장 용도로만 명시되어 있는 업무 시설을 지정 용도에도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지정 용도는 반드시 지어야 하는 시설의 성격을 정한 것으로, 현재 해당 용지의 지정 용도는 숙박·문화·판매 시설 등이 다.

당초 이 용지에는 520실 규모 생활형숙박시설 2개 동(38층·48층)이 계획됐다. 협상조정협의회는 숙박시설 2개 동 중 1곳이 업무시설로 활용될 경우, 나머지 1개 동은 동일스위트가 소유해 호텔로 운영하는 방안으로 의견을 모았다.

해양문화관광시설 2개 동은 도시·건축 심의와 감정평가 등을 거쳐, 현재는 건축허가만 남겨둔 상태다. 사업자가 기장군청에 설계도면과 용도, 규모 등이 담긴 서류를 제출하면 시는 협상 내용이 반영됐는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동일스위트는 현재 기장군 일광읍 옛 한국유리 부지 14만 5584㎡ 일대에서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에는 공동주택 1968세대와 함께 공공기여 시설인 해양문화관광시설과 전시관으로 계획된 문화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노후 공장 부지를 주거와 해양관광 기능이 결합된 동부산 관광거점으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사업은 부산에서 두 번째로 공공기여협상제가 적용된 사례다. 공공기여협상제는 대규모 유휴지 개발 과정에서 용도지역 변경 등으로 발생하는 개발이익 일부를 공원이나 문화시설 등 공공기여로 환수하는 제도다. 협상조정협의회는 대규모 개발사업에서 공공성과 사업성을 조율하는 ‘사전협상형 지구단위계획’ 핵심 기구로, 한국유리 부지 관련해 2022년 4월부터 모두 7차례 열렸다.

논란의 핵심은 공공기여를 통해 확보하기로 한 관광숙박 기능이 사실상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지정 용도에 업무 시설이 추가될 경우,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입지상 실제로는 고층 주거형 오피스텔로 전환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

동일스위트가 업무시설을 지정 용도에 추가해달라고 요청한 이유도 생활형숙박시설보다 오피스텔 분양이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공기여협상을 통해 관광거점을 조성하겠다는 당초 취지도 퇴색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기장군을 찾는 관광객의 숙박 수요는 대부분 오시리아 관광단지 일대에 집중돼 있다. 관광객 체류 범위를 기장 도심권까지 넓히기 위해서는 동해선과 맞닿은 한국유리 부지에 충분한 숙박시설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관광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시는 전면적인 사유화를 막기 위한 보완 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한다. 관광 시설 2개 동이 모두 분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개 동을 동일스위트가 직접 소유해 호텔 등으로 운영하도록 협상조정협의회에서 권고했다는 것이다.

부산시 시설계획과 관계자는 “다수의 생활형숙박시설 수분양자가 생길 경우 직접 운영하는 상황보다 관리가 어렵다는 점도 고려됐다”며 “사업자의 직접 소유·운영이 확인되지 않으면 건축허가가 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동일스위트 측은 이미 과도한 공공기여 부담을 안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유리 부지는 전체 부지 중 주거용지 비율이 50% 미만으로, 60% 수준까지 허용된 다른 공공기여협상 사업지보다 낮은 데다 수변공원과 문화시설, 도로 확장 등도 함께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일스위트 관계자는 “뒤늦게 생활형숙박시설 건물을 호텔로 직접 운영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추가 부담”이라면서도 “부산 기업으로서 취지에 공감해 1개 동을 글로벌 브랜드 호텔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공공기여협상 사업에서 시가 개발 방향과 공공성 기준을 더욱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옛 한국유리 부지에는 해양문화관광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최대한 반영돼야 한다”며 “시는 민간사업자가 가이드라인에 맞춰 사업계획을 수립하도록 이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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