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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진 사진전 ... 한지에 인화 회화적 속성 11월 29일까지 고은미술관

이정진 'wind 07-62'

각별히 눈에 띄는 사진전이 둘, 지금 부산에서 진행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온천길에 있는 고은사진미술관(051-746-0055)의 '이정진 개인전'과 기장군 일광면 삼성리 숲속에 있는 오픈스페이스배(051-724-5201)의 '이인미 개인전'이다. 경력이나 관점, 기법 등 여러 면에서 대비되는 두 여성 작가인 만큼 이왕이면 두 전시를 함께 비교감상하면 좋을 듯하다.

이정진(47)은 세계 무대에서 통하는 작가다. 홍익대 공예과 출신이지만 미국 뉴욕대 대학원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자연스레 국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개인전만 이전까지 30차례나 열었는데 그중 반 이상을 뉴욕이나 산타페, 파리, 제노바 등 외국에서 치렀다. 작품 소장처도 국립현대미술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휘트니미술관, 휴스턴근대미술관 등 굵직굵직한 곳들이다.

그에 비해 이인미(41)는 단체전에는 여러 차례 참가했지만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아대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부산대 대학원에서 사진에 몰두했던 탓에 건축과 사진의 융합을 모색하게 된 그는 부산이라는 도시공간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해석하고 전하는 데 천착해 온, 말 그대로 토종의 작가다. 경력은 옅다고 하겠지만 사진에 대한 자세는 진중하다. 박훈하 경성대 교수는 "이인미의 작품은 정직하다"고 했다. 주관적 감정의 개입을 자제하고 대상의 본질적 의미를 좇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도시가 있다. 나는 본다'라는 주제의 이번 전시작들은 화명동, 연지동, 장전동, 다대포 등 부산 곳곳의 공간을 담고 있지만, 정작 작가가 보는 것은 현란한 풍경 따위가 아니라 사람을 소외시키고서도 침묵하는 도시의 냉혹함이다. 그래서 작품 속 부산은 탈색돼 버린 흑백의 건축물로 이뤄져 있고, 군더더기 하나 없이 냉정하게 직선으로 분할돼 있다.

그와는 달리 이정진의 사진은 자유롭다. 먼저 기법에서 그렇다. 한지에 사진 감광유제를 발라 그 위에 인화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그렇게 해서 나오는 흑백의 사진들을 두고 사람들은 오히려 회화에 가깝다고 말한다.

대상에서도 "감정과 상상력을 흔들어 놓는 장면을 만나게 될 때 셔터를 누른다"고 할 만큼 시간과 장소에 구애되지 않는다. 때로는 바람부는 삭막한 들판, 때로는 전통사찰에서나 보이는 영원의 탑이 소재가 된다. 촬영된 이미지보다는 스스로 던지는 메시지를 더 강조하다 보니 간혹 추상적인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Road to the Wind'라는 타이틀을 붙인 이번 전시에서는 그런 그의 작품 40여 점을 볼 수 있다.

이정진 개인전은 11월 29일까지, 이인미 개인전은 11월 6일까지 이어진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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