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의혹 말끔히 털고, 공약 다 지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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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의혹 말끔히 털고, 공약 다 지키지 마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끝이 났습니다. 승자와 패자가 선명하게 나뉘는 선거다 보니 각 후보 진영에선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다툴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어쩌면 늘 그래왔듯 승자는 패자를 다독이고, 패자는 승복하는 식으로 훈훈한 마무리를 지으려고 하겠지요. 또 다른 한편으론 승패 요인을 분석하고, 정계 개편 등 각자 입장에서 암중모색을 시도할 겁니다. 당연히 필요한 수순입니다.한데, 저는 유권자로서 찜찜한 구석이 없지 않습니다. 준엄한 민심의 심판에 따라 새롭게 당선된 시장인 만큼 존중하겠지만,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은 몇몇 의혹에 대해선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 기간 양측에서 제기한 고소·고발 수사 의뢰 건수는 무려 16건에 이릅니다. 특히 새 시장 당선자와 관련된 내용은 선거 당락에 무관하게 해명되거나 입증되어야 합니다. 이는 부산시장으로 지지해 준 63%뿐 아니라 그를 지지하지 않은 다수의 부산시민도 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진실의 문제는 밝힐 필요 있어부산시장 당선이 확정된 뒤 가진 인터뷰에서 박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왜곡되거나 잘못 알려진 사실이 너무 많지만 앞으로 의문이 제기되면 일일이 설명하겠다”고 재차 언급했습니다. 물론 좋은 게 좋다고 고소·고발된 여러 사건에 대해서 한쪽에서 소취하서를 내거나 소취하합의를 한다면 검증을 하고 싶어도 쉽지는 않을 겁니다. 문제의 본질이 본인에서 비롯됐든 아니면 가족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이든 말입니다. 비록 1년 3개월 남짓한 시장이지만, 향후 정치 행보를 이어 갈 시장 당선자 입장에서도 의혹 해소는 필수 불가결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산시민으로서 ‘의혹이 가시지 않은 시장’을 뽑았다는 자괴감에 빠지지 않도록 해 주기 바랍니다.중국의 법가사상가 한비자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자고로 군주란 법(규정)·술(術)·세(권세)를 능수능란하게 익히고 활용해서 흔들리지 않는 권위를 보여야 한다고요. 권위라는 게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한 조직을 책임지는 리더로서 가져야 하는 무게감이 필요할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는 시장직 수행을 위해서도 상당히 중요한 대목입니다. 논어 자한편에 나오는 ‘각득기소(各得其所)’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사람이나 사물은 각각 그에 걸맞은 소임과 자리가 있다는 것인데,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단순히 그 일부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조직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엄청난 재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로도 읽히기 때문입니다.솔직히 이번 선거 과정을 통해 드러난 정치인 시장의 민낯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자유민주당 정규재 부산시장 후보가 유세 도중 언급했던가요. “박 후보와 관련된 의혹은 선거가 끝나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관심을 가지고 집요하게 파고들 확률이 높은 주제"라면서 "박 후보가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나, 박 후보를 정치적 무덤까지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라고요. 정 후보 입장에선 보수 계열 유권자를 공략하면서 ‘진짜 보수 후보’를 찍어 달라고 호소하는 과정에서 한 말이겠지만, 걱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공수처법)’에 따르면 수사 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에는 전직 국회의원, 대통령비서실 3급 이상 공무원, 국회사무처 정무직공무원 등에 재직 중인 사람 또는 그 직에서 퇴직한 사람이 들어갑니다. 신임 박 시장은 제17대 국회의원(부산 수영구), 청와대 정무수석, 국회 사무총장을 역임했습니다. 불거진 각종 의혹 역시 공직 기간과 상당 부분 겹쳐 있습니다.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부산 시민 모두가 공감하는 일일 테니까요.■ 급조한 공약은 과감한 포기 혹은 보완을박 시장 당선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또 다른 한 가지는 후보 시절 발표한 주요 정책 중 일부는 반드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공약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정책 대결보다는 상대방 흠집 내기에 바빴다는 인상이 강한 선거였지만, 이번에도 예외 없이 제법 굵직굵직한 공약이 쏟아졌습니다.통과의례 같은 것이지만, 지난 8일 부산시장 당선증을 받는 자리에서 전상훈 부산시선거관리위원장은 “유권자들에게 공약하신 내용을 빠짐없이 실천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평소 같으면 너무나 당연한 말로 받아들였겠지만 이번만큼은 달리 생각해 주었으면 합니다. 공약 그 자체의 의미를 따진다면, “정부, 정당,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하여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함. 또는 그런 약속”을 뜻하기에 지키려고 노력하는 게 맞겠지만, 짧은 선거 기간과 재임 기간을 고려한다면 충분한 검토와 실행에 무리가 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특히 논란이 컸던 ‘1호 공약’, 부산 전역을 15분 생활권으로 만드는 도심형 초고속 철도인 ‘어반루프’ 계획에 대해선 벌써 많은 말이 오갑니다. 박 시장은 “부산 100년 번영의 초석”을 놓는 일이라고 강조했지만, 이게 과연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 기술적인 문제나 경제성은 어떠한지, 최우선 순위 공약에 둘 만한 것인지 꼼꼼히 따져 보자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이 프로젝트가 글로벌 투자자들이 먼 미래를 보고 시도해 봄 직한 것일 순 있으나, 국가 차원도 아닌 지방정부에서 추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야말로 선거용이고 홍보용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부산시장 후보자 TV 토론회에서도 상대편 김 후보는 “어반루프 사업은 박 후보가 2030년까지 연간 3900만 명을 실어 나르겠다고 홍보했는데, 이는 40인승짜리 캡슐 열차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하루 2500회를 운영해야 하고, 1시간에 150회, (하루에) 16시간을 운영한다고 치면 25초 간격”이라면서 “현실성 없는 황당한 공약”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1조 2000억 원대의 요즈마 창업펀드를 조성해 500개 기업 창업 유치를 지원하겠다는 구상도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요즈마 그룹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부산오페라하우스 활성화를 위해 바덴바덴 페스티벌을 유치하겠다는 계획도 걱정이 앞섭니다. 제대로 된 오페라단 하나 없는 부산 현실에서 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되는 것도 걱정인데, 그 내용마저 손쉽게 남의 것으로 채우려는 건 아닌가 싶어서요. 바덴바덴 페스티벌의 성공 이면에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일부 축제를 이식한 것이 있지만, 우리처럼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은 아니었을 테지요.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는 주요 정책으로 ‘AI Beach(인공지능 비치)’를 내세웠는데, 내용을 보면 마이데이터 혹은 데이터 댐을 기반으로 하는 블록체인 이야기가 대부분이어서 AI 쪽 내용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그래서 제가 내린 잠정 결론입니다. 짧은 임기 동안 관련 용역이다 뭐다 해서 세금과 시간을 낭비하기에 앞서 주요 공약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충분한 검토 후엔 과감한 폐기나 보류도 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당선자 스스로 공약의 옥석을 다시금 가려 주십시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측근 잘 관리해야이제 선거는 끝이 났고, 일상의 정치로 돌아올 시간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4차 대유행의 조짐을 보이고, 속절없이 무너지는 자영업 등 부산 경제를 바로 세우는 일은 발등의 불입니다. 가덕신공항의 조속한 건설, 2030 부산엑스포 유치,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 자치경찰제 본격 시행 등 부산 현안이 산더미입니다. 지난해 4월 이후 1년 가까이 대행 체제가 이어지며 생긴 시정 공백이 너무나 커 보입니다. 아무쪼록 새 시장 시대를 맞아서 부산시정이 확 달라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아,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덧붙이겠습니다. <삼국지>에서 마속이 형장으로 끌려갈 때 제갈량이 소맷자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마룻바닥에 엎드려 울었다고 해서 나온 ‘읍참마속’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아끼는 사람을 내치기가 결코 쉽지 않겠지만, 한 조직의 기강을 세우기 위해서라면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측근이라도 올곧은 정치를 위해서 희생시켜야 한다는 읍참마속의 의미는 꼭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연간 14조 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8000여 명의 공무원을 지휘할 뿐 아니라 20여 곳의 산하기관 인사권을 쥔 부산시장의 중요성을 부디 간과하지 말아 주십시오.김은영 논설위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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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라-리] 조선시대 성벽에 지어진 집

부산 미스터리 수사대 '날라-Lee'.<부산일보> 독자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날라'주는 '이' 기자입니다.갈고 닦은 취재 기술로 도심 속 미스터리를 파헤칩니다. 문득 '저건 뭐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주저 말고 제보해주십시오. 동네 어르신의 '전설 같은 이야기'도 언제든 환영합니다. 작은 제보가 거대한 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부산 동래구 한 민가에 조선시대 성벽이 있다는 제보입니다.무려 300년 된 동래읍성 성벽 돌 위에 민가가 지어져 있다는 겁니다.실제 도심 한가운데 동래읍성 흔적이 남아 있는지, 그 성벽의 실체가 무엇인지 확인해보겠습니다.민가는 동래구청 신청사 부지~부산기상청 사이 골목에 있었습니다.잡초가 지저분하게 자란 나대지 옆에 담장이 섰습니다. 그 위에는 한눈에 봐도 연식이 오래된 허름한 주택이 지어졌습니다.동래읍성 성벽으로 보이는 돌은 담장 아래에 박혔습니다. 성인 팔 만한 길이의 큰 바위부터 모난 작은 돌들까지 다양합니다. 보통 담벼락과 달리 돌에 그늘이 진 듯 스산하고 어둡습니다.민가 아래 담벼락은 조선 후기 때 축조된 동래읍성 성벽이었습니다. 영조 7년(1731년)에 쌓은 그 돌입니다.실제 이곳과 50m가량 떨어진 곳에는 동래읍성 6개 문 중 하나인 '야문'터가 있습니다. 야문은 평상시에는 닫혀 있다가 비상시 출입하는 성문.이곳에서 시작해 동래향교~서장대~북문 등으로 성곽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동래향교로 가는 '미로 골목'도 옛 구조 그대로라고.성벽은 일제강점기이던 1920년대, 일본인의 계획적인 시가지 개발사업으로 부서지거나 훼손됐답니다. 성벽이 조선의 권위를 상징할 수 있고, 민족 감정을 불러일으켜 저항의 근거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를 없애려 일부러 성벽 쪽으로 길을 냈다는 겁니다.30여 년 동래읍성 등 향토사학을 연구해 온 이상길 씨는 "사실 그 이전부터 자연적으로 훼손되거나 성벽 돌로 주택을 짓는 등 방치가 돼 왔었다"면서 "이렇게라도 흔적이 남아있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이곳에 남은 동래읍성 흔적은 일부분에 불과했습니다.야문터에서 복천현대아파트를 지나 서장대가 있는 산지를 오르자, 복원된 성벽이 줄지어 섰습니다.성벽 아래에는 색 바랜 기초석이 박혔습니다. 옛 조선 후기 동래읍성 성벽의 돌입니다. 서장대, 북문에 이르기까지 잔잔하게 이어졌습니다.지난해 11월에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고 합니다. 성벽 윗돌이 아랫돌 앞으로 불룩하게 튀어나오는 '배부름 현상'이 관측돼 우려를 낳았다고. 2015년 9월에는 복원된 지 10년 만에 동래읍성 인생문 주변 성곽이 붕괴되는 사고도 있었습니다.600년 된 조선 전기 성벽이 발견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동래읍성은 최초 조선 세종 28년인 1446년 때 동래현령 김시로가 축조했습니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고려 우왕 13년인 1387년에 박위 장군이 성을 쌓았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당시 남문이었던 현 수안역을 비롯해 내성초, 복산동 행정복지센터 등의 경로로 세워졌다고.그러나 1592년 임진왜란 때 동래읍성 전투로 성벽이 무너졌고, 이후 조선 후기 때인 영조 7년(1731년)에 6배가량 큰 범위로 다시 쌓았습니다.조선 전기 성벽 흔적이 목격된 곳은 동래시장 근처 한 아파트입니다.2002년 복천동 A아파트 기초공사 도중 동래읍성 터가 발견된 것입니다. 이에 당시 유적을 일반 시민이 볼 수 있도록 1㎡ 면적의 강화 유리를 설치했답니다.그러나 취재팀이 현장을 갔을 땐, 성벽터를 볼 수 없었습니다. 유리 내부가 습기로 가득 차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이날 아파트 관리인은 "재시공을 하려 했는데, 건물을 지지하는 기둥을 건드릴까 봐 일시 중단한 상태로 안다"고 말했습니다.강화 유리가 퍼져 있는 면적을 봤을 때 조선 전기 읍성의 폭은 상당히 넓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옛 성곽 경로를 봤을 때 A 아파트뿐 아니라 주변 건물 아래 광범위하게 묻혀 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동래읍성에 얽힌 조선 전기의 유물은 또 있었습니다.2005년 4월 부산교통공사가 도시철도 4호선 수안역 공사를 위해 땅을 파던 중 돌담이 발견됐습니다. 수안역은 조선 전기 동래읍성의 남문 위치입니다.5차례에 걸쳐 발굴조사를 벌인 결과 돌담이 있던 곳은 동래읍성의 '해자'로 밝혀졌습니다. 해자는 성 외곽에 판 도랑으로, 적군의 진격을 늦추는 방어시설입니다.당시 조사에서는 동래읍성 전투에서 희생된 약 100명 안팎의 유골, 무기류 등도 발견됐습니다.취재팀은 이날 유골이 전시된 수안역 동래읍성 임진왜란역사관을 찾았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동래읍성의 흔적은 계속 발굴되고 있습니다. 동래구 신청사 부지에서도 2019년 10월 시작된 조사에서 성벽터가 발견됐습니다.그러나 아쉽게도 제대로 보존되기보다 방치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사실상 성벽 위에 집이 지어져, 주민 협조가 없이는 손 쓰기가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기존 주택을 철거하거나 매입해야 하는데, 워낙 넓은 구간에 분포돼 있어 이에 따른 예산이 만만치 않습니다.그럼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현황 파악이 필요합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추후 장기 복원 플랜이 세워질 때까지 무분별한 개발을 경계해야 합니다.“동래읍성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송상현 동래부사를 비롯한 군·관·민이 일치단결해 저항한 역사적인 산물입니다. 조선 후기에는 외교와 국방, 경제의 중심지로서 동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유적입니다."(나동욱 복천박물관 관장)이승훈·남형욱 기자 lee88@busan.com제작=정수원·이재화 PD / 김성진 대학생인턴※영상은 유튜브 채널 '다비줌'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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