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지구 온난화와 식물플랑크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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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옥 부경대 교수·해양학

프랑스 남부 검푸른 지중해의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에어컨 하나 없는 연구소에서 견뎌낸 한나절의 열기를 식히며 그 맑은 물빛을 보고 있었다. 피에르 마리 퀴리 대학 부설 해양연구소인 아라고 연구소에서 30여 년째 초미세 식물플랑크톤 연구에 매달려 있는 세계적인 전문가 장 쿠티스 박사의 기술을 배우고 시료를 분석하고자 한 달여 기간으로 머물고 있던 때였다.

해양생태계 변화에 중요성 부각

지중해의 짙푸른 바닷물은 식물플랑크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영양염이 매우 적고, 소금의 함량도 상대적으로 높다. 너무나 맑아 언덕 위에서도 바닥이 보이지만, 먹을 게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 지역의 해산물은 대부분 북부 아프리카인 알제리에서 수입되어 온 것이었다.

지중해에는 먹이가 될 만한 큰 크기의 식물플랑크톤이 없는 대신, 프로클로로코코스처럼 초미세 플랑크톤이 1㎤에 수백만 개체가 존재한다. 이들은 해양생태계의 평가에서 무시되었거나, 관찰되지 못했던 식물플랑크톤이다. 하지만 지금은 해양생태계 중 영양염이 적은 해역에서 그 중요성이 재평가되고 있으며, 지구 온난화에 의한 생태계의 변화가 가속화되면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건조한 기후로 더 짜진 바닷물 덕택에 수영이 더 수월하게 느껴지는 바다에 떠있으면서, 우리나라의 바다를 떠올렸다. 서해안의 바닷물과 갯벌을 떠올리면, 그 대조가 선명했다.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는 갯벌의 바닷가와 아름다운 물빛이지만 먹을거리가 귀한 지중해. 온대해역인 우리나라 연안에는 동물플랑크톤의 먹이로서 가장 선호되는 규조류가 주로 많다. 규조류는 전체 유기물 생산의 절반 가까이 만들어내는 식물플랑크톤으로서 현미경으로 쉽게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큰 편이다. 특히 규조류가 죽으면 많은 유기탄소를 해저로 침전시킬 수 있어서, 남빙양에서 규조류를 이용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제거에 희망을 거는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이보다 작은 크기의 인편모조류는 대체로 규조류 다음으로 온대해역에 풍부한 식물플랑크톤이다. 인편모조류는 몇 가지 재미있는 생태학적 특징을 보인다. 첫째는 유일하게 바다에서 대기로 공급하는 천연기체인 디메틸황화물을 만들어내는 생물이라는 점이다. 이 기체가 대기 중에서 산화하여 구름을 만드는 핵이 되며, 그 결과 태양의 복사에너지를 우주로 반사시켜 지구 온난화를 완화시키는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둘째는 이들이 넓은 범위의 수온의 영역에서 잘 견디며, 최근 남극과 북해를 비롯해 베링해에서 빈번한 증식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진 외각의 성분으로 인해, 위성자료에서도 뚜렷하게 바닷물의 색이 주변보다 흰빛을 띠는 해역을 관찰할 수 있다. 셋째는 인편모조류가, 많은 동물플랑크톤이 먹이로서 기피하는 생물이라는 점이다. 동물플랑크톤이 아사 지경이 되어도 인편모조류는 먹지 않지만, 규조류로 바꾸어주면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식욕을 보인다.

해양 먹이사슬에 큰 영향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우려되는 변화 중의 하나는, 대양의 순환이 느려지면서 광합성에 필요한 영양염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다. 그런 조건은 규조류보다 인편모조류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만약 인편모조류의 증식이 점차 확대된다면 어떻게 될까? 인편모조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데 기여하고, 대기 중 구름의 양을 증가시켜 태양복사에너지를 우주로 반사시킴으로써 지구표면을 어느 정도 식혀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편모조류의 증식은 동물플랑크톤에게 먹이가 줄어드는 결과가 될 것이고, 상위 먹이사슬 단계의 어류들은 더 큰 타격을 받게 되리란 것을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식탁의 신선한 해산물이 위협받을 것이 아닌가? 많은 해양학자와 수산분야의 학자들이 우려하는 일들이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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