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도 못 넘는 히말라야 아픈 사연들
인도와 티베트 국경을 가르는 가르왈 히말라야의 고봉 앞에서 양떼를 기다리고 있는 양치기. 작은 사진은 사진가 박종우. 사진제공=고은사진미술관히말라야의 바위에 앉아서 양떼를 기다리고 있는 양치기의 모습은 깊은 상념에 잠겨 있는 성자를 닮았다. 도시보다 몇 배는 짙은 푸른 하늘과 플랑크톤으로 인해 깊은 초록색을 띠고 있는 호수는 다른 세상 같다.
부산 해운대구 온천2길 고은사진미술관에서 5월 31일까지 열리고 있는 '박종우 사진전-히말라야 모노그래프'의 풍경이다. 히말라야의 묘한 종교적 아우라에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사진들이다. 22년 동안 기록해 온 히말라야 사진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개인전을 연 사진가 박종우를 고은사진미술관 이재구 관장과 함께 만났다. 1994년 개인전 이후 두 번째 개인전을 부산에서 열었다.
내달 31일까지 박종우사진전
고은사진미술관서 선봬
22년간 히말라야 작업 정리
"남쪽 몬순 구름이 히말라야를 넘지 못해요. 거대한 자연의 장벽에 가로막힌 비구름의 세례 때문에 남쪽은 열대우림, 북쪽은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산악과 사막이 되죠. 7~8월 몬순 때 구름이 움직이는 틈새로 해가 비치는데, 일부러 그런 계절에 히말라야를 찾아요." 구름도 넘지 못하는 히말라야를 그는 수십 번이나 넘어다녔다. 20년 넘게 70~80번은 족히 될 것 같다.
1987년 처음 히말라야에 갔을 때였다. "파키스탄은 좌측 통행, 중국은 우측 통행이라 험한 산길에 설마 차가 오지 않겠지 하고 가운데로 갔는데, 그만 산모퉁이에서 마주오는 차와 정면 충돌했어요. 함께 간 방송사 PD가 크게 다쳤어요. 가장 가까운 병원은 사흘은 걸리는 곳인데, 마침 인근 마을에서 트레킹 하던 독일 외과의사가 이불 꿰매는 실로 급히 봉합했지요."
전시장에는 차마고도의 그 아찔한 절벽 길을 따라가는 캐러밴 사진이 걸려 있다. 캐러밴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메콩강 상류 절벽 건너편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을 찍느라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에서 떨어졌는데, 정말 만화처럼 나뭇가지에 걸려 기적적으로 살아났어요. 그때만 해도 국내에 딱 두 대뿐이던 1억원 하던 HD카메라도 부서지고 말았지요."
그런 난관 속에서도 히말라야를 찾는 이유가 뭘까? "히말라야는 아프가니스탄부터 미얀마에 걸쳐 있죠. 종교와 민족도 워낙 제각각이고, 빙하부터 사막과 열대우림까지 생태도 다양하죠. 대자연의 품에 안겨 사는 보통 사람들도 다들 승려 같아요."
하지만 히말라야를 유토피아와 동의어로 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근심 걱정 없이 사는구나, 하는 착각을 하지 말았으면 해요. 아름답지만 거의 동물처럼 처절하게 살아가지요. 카메라 앵글에서 조금만 돌리면 전신주도 있는데, 그런 건 사진에선 보이지 않지요. 며칠을 걸어가야 하는 티베트 오지를 갔는데, 한국 아리랑 TV를 보고 있었어요."
외부 문명 때문에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히말라야와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하는 그의 작업은 올해 인도 북동부와 미얀마 북부를 마지막으로 매듭을 지을 작정이다.
"카스피해 근처 칼무키아 공화국부터 시베리아까지 급속히 러시아 민족화 되어가고 있는 한인 1세대를 카메라에 담는 게 다음 과제입니다." 꼭 해 보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상헌 기자 tto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