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물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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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에 제작된 할리우드 영화 '어벤저'에는 날씨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과학자가 등장한다. 이 과학자는 자신이 만들어 낸 뇌우와 폭풍으로 세계 정복을 꿈꾼다. 영화에는 인공 폭설과 폭풍우가 영국을 뒤덮어 버리는 장면도 나온다. 그런데 이 과학자의 이름이 '오거스트', 즉 8월이다. 이름대로 7, 8월 한여름의 날씨야말로 그 누가 만들어 낸 것처럼 변화무쌍하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극단적 기상 현상으로 지구촌 날씨는 갈수록 변화무쌍, 상상초월이다. 중국과 인도에선 홍수로 수만명이 죽고 수천만명의 이재민을 낸다. 반면 유럽과 남미 등지에선 가뭄과 혹서 때문에 수천, 수만명이 죽는다. 이처럼 기상이변에 따른 재해는 한 번 났다 하면 100년 만의 최악이고, 피해는 사상 최대다. 우리나라의 기상이변도 예외일 수 없다. 더운 봄, 도깨비 날씨의 여름, 사라진 가을, 따뜻한 겨울 등 사계 구분이 안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아열대 어종이 차갑기로 이름나 있는 동해에서도 잡힌다. 도심의 가로수가 언제 야자수로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부산·서울 등 남부와 중부지역을 오르내리며 신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는 '물폭탄' 역시 지구 온난화의 기상이변에 따른 빗줄기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일 부산·마산·광주 등 남부지역에 내렸던 폭우는 하루 강수량, 1시간 강수량의 역대 최고치를 모조리 경신했다. 서울은 이달 들어 보름여 내린 강수량만 해도 1940년 이후의 월중 최고치를 세웠다. 장마철이 끝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남은 것은 신기록 행진뿐이다. 그런데 전 국민이 하루 걸러 장맛비 세례를 맞고 있는 가운데 예년 같았으면 진작 '동네북'이 됐어야 할 기상청의 예보가 신통(?)하게도 거의 맞아 떨어지고 있다. 올 여름부터 장마 예보를 않겠다고는 했지만, 장마철의 여러 짜증스런 일을 그나마 하나 더는 것이라 위안을 삼으면 어떨까. 김상식 논설위원 kisa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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