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된 이미지의 힘으로… 나는 고발한다, 이 거짓된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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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Tree #3'

현실보다 연출된 이미지의 힘이 강할 때가 있다. 연출된 사진들을 통해 현실에 발언하는 사진전들이 부산서 열리고 있다.

내년 1월 10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Cry Crack Crazy-박영숙 사진전'은 칠순이 다된 작가가 페미니스트의 정체성을 온전히 드러내는 전시다. 1963년 숙명여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 같은 학교 사진디자인과에서 사진을 공부한 그는 대표적인 작품인 '미친년 프로젝트' 시리즈를 내놓았다.

·Cry Crack Crazy-박영숙 사진전
페미니스트 정체성 온전히 드러내

·박상호-포촘킨의 도시전
허망한 도시 현대사회를 꼬집다

·현실 밖 이미지-권두현·이명호전
익숙한 듯 낯선 이미지들 '눈길'


빨랫감과 음식, 청소도구 등이 헝클어져 있고, 아이까지 너부러져 있는 방안. 카오스 같은 상황에서도 의자에 앉은 여성은 멍하니 딴 곳만 쳐다보고 있다. 몸은 이 공간에 머물고 있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는 여성이다. 살림과 육아가 자아를 찾고자 하는 여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실 속에서, 미쳐버릴 수밖에 없는 여성의 초상을 담았다. 화초에 물을 주다 바닥에 흥건히 물을 흘리면서 딴 곳을 보고 있는 여성, 거울 속에 비친 눈이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여성의 사진도 몸은 갇혀 있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있는 여성들을 보여주고 있다.

'헤이리 여신 우마드'는 가부장제의 오랜 억압과 규제의 역사를 21세기 여신들의 강림을 통해 공생과 자율의 세계로 바꾸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미를 담았고, '화폐개혁 프로젝트'는 소현세자빈, 명성황후, 나혜석 등 나름대로 정체성을 지키고자 했던 여성들을 화폐의 주인공으로 삼아 만든 작품이다.

박영숙은 "모델이 된 이들은 여성운동을 하는 선후배 친구들인데, 푸닥거리처럼 작업을 하면서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051-746-0055.

5일부터 19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갤러리 미고에서 열리는 '박상호-포촘킨의 도시전'. 이미지가 실재를 위협하는 현대사회의 특징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전시다. 동아대를 졸업하고 8년 동안 독일서 유학하고 돌아온 작가의 부산 첫 개인전이다.

'포촘킨의 도시'는 18세기 러시아 예카테리나 대제가 지방 마을을 방문했을 때 고을 수령이 환상적인 도시풍경을 그림으로 눈가림한 데서 유래한 말. 거짓으로 가득 찬 허망한 도시를 그 마을 수령의 이름을 따 포촘킨의 도시라 부른다.

개선문을 중심으로 달리는 차들은 실재처럼 보인다. 한데 개선문을 받치고 있는 철근 구조물은 작가가 사진 위에 그린 그림. 개선문을 무대 세트처럼 처리함으로써 사진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과 사물의 맥락을 흔들어 놓고 있다. 051-731-3444.

2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부산 금정구 구서1동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중앙대 출신 사진작가 권두현과 이명호의 작품으로 마련한 '현실 밖 이미지-제4회 개관기념전'도 비슷한 맥락이다. 현실에 개입해서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작품들이다.

권두현의 작품은 약간씩 흔들린 이미지들이다. 언뜻 모든 상이 흐려진 듯하지만 건물의 형태나 인물의 생김새, 나무 종류까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중심 이미지는 또렷하다. 익숙한 듯 낯선 기시감이 드는 작품들이다.

이명호의 작품은 흔히 보이는 나무에 크레인을 사용해 큰 장막을 침으로써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구현했다. 눈여겨보지 못했던 나무는 뒤에 드리워진 장막으로 인해 빛과 세상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존재로 탈바꿈했다. 그는 해외에서도 군중을 동원하는 설치 행위로 관심을 받고 있는 작가다. 051-581-5647. 이상헌 기자 tt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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