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철새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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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부산 사하구 을숙도 남단 탐조대 앞. "꽥꽥~ 꽉꽉~", 철새들의 울음소리가 귀를 찔렀지만 예년만큼 우렁차지는 않았다. 탐조대에서 50여m 떨어진 습지에는 눈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철새 무리가 물 위를 떠다니며 분주히 먹이를 찾고 있었다. 하늘과 강을 새까맣게 뒤덮었던 옛날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전시진 대표는 "지난해 물떼새들의 주먹이인 '새섬매자기(수생식물의 한 종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올해부터 상당수의 철새들이 주남저수지 등지로 이동했다"면서 "굶주린 새들을 위해 매일 먹이를 주고 있는데 얼마나 굶주렸는지 애완용 새처럼 사람을 피하지 않고 주위를 에워싸곤 한다"고 말했다.

낙동강 하류 습지가 황폐화하면서 먹이를 찾지 못한 겨울철새들이 '고향' 을숙도를 떠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부산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1월 중순 현재 을숙도 남단 탐조대 부근에 머물고 있는 철새는 1천800마리 정도로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천연기념물 제201호인 고니의 경우 지난해 을숙도 전역에 걸쳐 2천여 마리가 관찰됐지만 올해는 400여 마리가 고작이다.

천연기념물 고니 1년사이 2천마리에서 400마리로
주먹이인 '새섬매자기'는 거의 전멸 수준
가뭄으로 물은 짜지고, 각종 공사로 개펄은 사라져


이는 습지 파괴로 인해 철새들의 주먹이인 새섬매자기 군락이 사라져 철새들의 먹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산발전연구원의 연구 결과, 낙동강 하류지역의 새섬매자기 밀도는 지난 2005년 1㎡ 당 38.1개에서 지난해에는 1.1개로 거의 전멸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환경운동연합과 '습지와 새들' 등 환경단체 측은 이처럼 4년여 만에 새섬매자기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주변 서식지의 염분 농도와 토사 퇴적량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최근 3년여간 봄철 새섬매자기가 발아해야 할 시기에 가뭄이 들어 최근 이 지역 염분 농도가 3%대로 치솟았다. 새섬매자기가 살기 위해서는 1.5~2.0%의 농도를 유지해야 한다.

더욱이 신항만 공사와 을숙도대교 등 각종 공사로 인해 해류의 방향이 바뀌면서 개펄이 사라지고 토사가 퇴적되는 등 토질이 변한 것도 새섬매자기 감소의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부산시와 환경단체에서는 임시방편으로 새섬매자기와 비슷한 성분을 지닌 고구마를 채로 썰어 먹이로 나눠주고 있지만 철새들의 이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올해는 새섬매자기가 거의 없어 철새가 찾아오는 11월부터 먹이 공급을 시작, 이달 말이면 이마저도 다 떨어질 형편이다.

환경단체들은 새섬매자기가 생존하고 철새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옛 환경이 복원되지 않는 한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며 시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습지와 새들의 친구 김경철 사무국장은 "시에서는 2년째 새섬매자기의 생육조건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결국은 습지가 복원되어야 한다"면서 "딱딱하게 굳은 퇴적층을 걷어내 토사가 어디로부터 유입됐는지 분석하는 등 적극적인 현장 조사와 심층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낙동강하구에코센터 박동진 센터장은 "현재 토질조사에 관한 연구 계획은 없고,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안에 담수관로를 건설해 낙동강하구둑 상부의 강물을 하단부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지속적으로 담수가 유입되면 염분의 농도를 줄일 수 있어 새섬매자기 생육환경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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