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주택정비구역 107곳 해제 의미와 반응
"불가피한 선택… 보다 근본적 대책 세워야"
부산시가 '2020 부산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주택정비대상구역 107곳의 해제를 추진(본보 26일자 1면 보도)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시가 현재 지정된 정비구역 487곳 가운데 사업이 완료된 곳은 23곳(재개발 6, 재건축 8, 주거환경개선 9)에 불과하다. 이는 부산시가 주민들의 민원에 밀려 정비구역을 무분별하게 지정했다는 증거다.
정비 지정 487곳 중 23곳만 완료
시공사·주민 '소송 도미노'우려도
부산시는 지난 2001년 정비구역으로 111곳을 지정했지만 주민들의 지정 요구가 봇물처럼 터지자 2005년 '2010 도시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367곳을 새로 지정했고, 2006년 9곳을 다시 추가했다.
당시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정비구역 지정이 바로 지가 상승으로 연결됐기 때문에 주민들은 지정을 요구했고 시는 민원을 이유로 구역 지정 조건을 최대한 완화하면서까지 요구를 수용했다.
무분별한 정비구역 지정으로 인해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시공사들이 사업 참여를 꺼리고 주민들은 재정착 대신 현금청산을 통해 지역을 떠났다. 사업권을 둘러싸고 주민끼리의 분쟁도 끊이지 않았다.
부동산컨설팅 ㈜예승 서성수 대표는 "이번 조치는 전국에서 정비구역 지정 기준을 최대한 완화해 스스로 난맥을 키웠던 부산시로서는 결자해지 측면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동의대 재무부동산학과 강정규 교수는 "도시계획의 원칙과 철학없이 일부 주민들의 지정 요구에 밀려 구역의 숫자와 범위를 넓혔다는 지적을 받은 부산시가 이번엔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만을 듣고 임기응변식으로 구역지정 폐지를 확대한 것이 아닌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비구역 지정은 또한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소지를 안고 있다. 구역 지정 이후 추진위 결성과 추진위 결성 이후 집행된 자금에 대한 처리 문제가 남아 있다. 자금을 댄 시공사는 구역 지정이 해제될 경우 주민들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주민들은 구역을 지정한 부산시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소송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영산대 금융부동산학과 서정렬 교수는 "이런 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와 부산시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이 없다면 그 동안 재산권을 침해당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규모 정비구역 해제를 골자로 하는 '2020 도시정비기본계획'에 대한 과제도 남아있다. 107곳을 해제했지만 아직까지 정비구역이 380곳이나 남아있어 일괄 개발하는 방식의 정비 방식은 개선돼야 한다는 것.
서 대표는 "단순 개발 보다는 구역을 구분해 장기적 비전이 있는 뉴타운 지역은 '신도시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장기 개발하고, 산복도로 등 저소득층 밀집지역은 재정 지원과 함께 순차적, 점진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 교수는 "사업성이 있는 곳은 민간개발에 맡겨두더라도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이번에 해제되는 열악한 지역에 대해서는 원형지 보존을 전제로한 도시재생쪽으로 전환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진 기자 kscii@busan.com